Page 82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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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실용주의를 맛본 게 아닌가. 자신이 타인과 같
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는
것. 어느 정도는 타협하고 타인의 굴레에 몸을 맞추어 살던
수빈에게는 무엇보다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둘은 영화관 아래에 있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씩 내려
목적지 없이 걸었다. 고작 이런 영화를 내는 데 일조하려고
그동안 학교에 다니던 건 아니었다. 유현의 앞에서 이동하던
안내원 로봇이 바닥에 끌려 이상한 소리가 났다. 리타이어 요
청할까? 수빈의 물음에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유현이 로봇을
끌어안듯 들어 보도블럭 위에 걸쳐있던 한쪽 레일을 차도로
내렸다. 다른 사람이 폐기하기 전까지 제 쓸모를 다하며 행복
하길. 실용은 어디에서 오는가, 늘 고민이 향하는 방향은 같
았다. 안내원 로봇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커피가 천천히 식어
갈 즈음 도서관으로 향하며 유현이 먼저 말을 걸었다.
“즐거운 것 좀 보겠다고 거기서 백 퍼센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 가능한 거예요?”
“실용주의가 그걸 원한다잖아. 감정도 가성비 따져서 느
낀다니까. 신기하지, 무섭기도 하고.”
“무섭나? 아, 무서울 수도 있겠네. 거의 마약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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