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P. 79
의 딱 두 배만큼 살아온 수빈은 실용주의를 누구보다 사랑하
는 척에 능했으며, 기술이 만들어낸 문화를 금방 향유할 수
있으면서도 인간이 축적해온 역사를 탐구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수빈은 심심할 때마다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전공을
하나씩 정복해갔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방송대라는 곳에서
자신 같은 ‘학위 컬렉터’가 일하면서도 학위를 몇 개씩 따냈
다는 말을 곧잘 해댔다. 본인 또한 실용주의 체제하에 살아온
신세대면서도.
유현과 수빈에게는 인공지능이 만든 영화를 관람하는 교
과목에서 유일하게 여러 감정을 느낀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숨길 수 없던 반골 기질. 네 번째 학위를 취득하려 학교를 다
니던 수빈은 처음 학교를 다니는 유현에게 무작정 연락을 넣
었다. 처음에는 식사라도 같이 하자며, 나중에는 수시로 놀거
나 함께 과제를 하고, 수빈이 유현에게 요즘 이야기를 해주겠
다며 인연을 이어나갔다. 고전에 푹 빠진 유현은 수빈을 통해
최신 문명을 따라가고 있었다.
수빈이 정한 약속 장소는 얼마 전에 고전 영화관을 리모
델링해 만들어진 신 영화관이었다. 수빈이 드론 배낭을 메고
목적지를 설정하는 동시에 유현에게 연락했다. 유현이 평소
정한 시각보다 먼저 나오는 걸 알고 있던 수빈의 배려였다.
백윤지
백윤지 | 화 아래에는 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