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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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촬영된 영상을 바라보며 가끔 이유 없이 아린 기분이 들었
다. 업그레이드에 밀려 상용화되지 않고 사라진 기술과 인간
에게서 급격히 도망치는 기계의 속도, 재활용 가능 부품과 고
철로 나뉜 리타이어 로봇. 아련하고 눈부셔 함부로 꺼내볼 수
없는 보석 같은 감정. 유현이 만들어내는 필모그래피에는 인
공지능의 속도보다 느리지만 또렷한 것이 있었다.
***
“이게 정말 개봉이 되는구나. 저는 글 쓰고 살 줄 알았는
데 영화도 마음에 들어요. 이것도 직접 해보니까 재밌네요.”
“정말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 본능적으로 디지털 문화에
저항하네. 등단했어도 금방 기계한테 먹혔을 텐데 종이책 만
들자고 들고 일어나게?”
“괜찮다. 영화 질리면 들고 일어나야겠네. 한 번 해봤으니
까 두 번째는 더 쉽겠죠.”
장난스럽게 던진 말에 수빈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
는 기계 피해서 연구나 하면서 살 팔자인가. 최종 확인 직전
에 했던 수빈의 말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최고화질 5D 사양에
백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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