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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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내용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맞춤형 영화에 비해 단순
히 기술로만 비교하면 한참을 못 미쳤을 140분의 2D 영화. 하
지만 컷 편집, 음향과 음악. 한국어를 포함한 몇 개국의 언어
로 번역한 자막까지 유현과 수빈의 손길이 더해지니 그토록
뿌듯할 수가 없었다. 인력이 있더라도 허투루 손 놓고만 볼
수는 없던 성격 탓이다. 일 하나 해보자며 가볍게 시작했어도
볼품없이 마무리 지을 수는 없었다. 개봉 전 작가의 유가족과
작업을 함께해준 스태프가 전부 모여 첫 관람객이 되어줬다.
작가 본인이 아니어서 확신할 수는 없어도 작가가 함께 봤
더라면 좋아했을 것 같다는 유가족의 칭찬이 과분하게 느껴
졌다.
천천히 떠오르는 햇빛에 유현은 쪽잠을 자다 일어났다.
패드의 잠금을 해제하니 이제는 내용을 외울 정도로 익숙한
소설과, 그 소설의 내용을 외우게 한 영화에 대한 프로세스
기록이 함께 남아 있었다. 데이터만 다운로드 받는 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영화를 제작하는 틈틈이 종이책을
소장하려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다. 운명 같은 책, 유현은 가
장 처음으로 소설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빛과 색채를 담을 궁
리를 하게 되었다. 이제는 이 책을 읽을 때 어렴풋한 이미지
가 아닌 제가 기획하고 연출해낸 명확한 색감이 떠오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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