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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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의 정적이 있고, 모친이 대답했다.

                  “일단 있어 보자.”
                  싱거운 답변이었다. 혜정은 이쯤 되니 그녀에게 화가 나

               기 시작했다.

                  “뭘 일단 있어 봐요? 아니면 병원에 전화해서 어떻게 대

               응하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잖아요.”

                  이때 모친이 뭐라고 대답했던가. 혜정이 방에 돌아와 답
               답한 마음을 일기에 쏟아내는데, 그 마지막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별로 중요한 말은 아니었겠지.

                  그때, 방문 밖에서 모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정아, 밥 먹어!”

                  혜정이 방문을 열고 나오자 바로 앞에 식탁이 보였다. 식

               탁에는 밥그릇이 두 개가 있었고, 모친은 냉장고 앞 가스레인

               지로 끓여놓은 국을 푸고 있었다.

                  혜정이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는데, 냉장고 옆 선반의
               전자레인지에서 ‘띵!’하는 소리가 났다. 모친이 그 안에서 죽

               을 꺼내어 식탁 위에 놓고는 크게 말했다.

                  “여보, 밥 먹어!”
                  그러자 부친의 방에서 그가 식사를 하러 나왔다. 느리고

               무거운 걸음으로, 그것도 3일 만에.



                                              전서영 | 감염자의 방  129
                                              전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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