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P. 121
‘아까 엄마는 왜 열어둔 거지? 아, 상태를 잘 확인하기 위
해서겠지? 그럼 아빠는 왜 닫지 않는 거지? 본인이 더 조심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아무도 제대로 방역을 할 생각을 안
하는 거지? 너무 늦어서? 혹시 그놈의 공동체 정신 때문에?
그때, 그 방 안에서 부친이 힘겹게 걸어 나왔다. 혜정은 반
사적으로 숨을 참았다.
그는 혜정을 지나쳐 주방으로 향하고는, 선반에서 해열제
를,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그대로 입에 대어 마셨다. 개인
컵을 쓰지 않는 그 모습이 혜정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후 그는 화장실로 향했다. 이때 혜정은 참았던 숨을 토
해내듯, 그러나 조용하게 뱉었다.
이윽고 그가 화장실을 나왔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들어
버린 혜정은 그가 설사를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쩌면 그것이 제 미래일지도 모른다고 혜정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제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다시 숨을 참았
다. 그것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스크를 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그녀는 거실 한편에 쌓아놓은 마스크 보
관함에서 하나를 뜯어 얼굴에 썼다. 역시 도움이 될지는 모르
겠지만 말이다.
전서영 | 감염자의 방 121
전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