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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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그러자 모친이 혜정을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묻지
말라, 굴복하라는 뜻이었다.
혜정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제 방 안에 들어갔다. 그러자
문 너머로 요란스러운 TV 소리가 들려왔다.
***
혜정은 습관처럼 일기책을 펼쳤다. 빼곡하게, 때론 듬성듬
성 적혀 있는 페이지를 뭉텅이씩 넘겼다. 그중 절반은 가족의
의미와 사랑의 의미에 대해 비관적으로 고민해온 흔적들이었
다. 나머지 절반은 사소한 일상 기록. 그중 드물게는 휴먼 드
라마, 더 드물게는 로맨스.
혜정은 마침내 빈 페이지를 발견하고는 연필을 쥐었다.
글은 불안을 잠재우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녀
는 첫 문장을 적었다.
- 만약 부친이 그 감염병에 걸린 거라면.
혜정에게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갔다. 오늘 낮에 친구들
을 만났다는 사실, 부친의 직업이 불안정하다는 사실, 그리고
집에 빚이 있다는 사실……. 그 모든 것들은 혜정의 머릿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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