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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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등본을 떼어봤다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죄책감인지 찜찜함인지 모를 것이 섞여 있었다.
그저 피곤에 전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 2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을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지만, 과거를 미화시키
기에는 차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우리를 방에 밀어 넣은 유리
는 제 이불 한 채를 내어주고 소파에 돌아누웠다. 덕분에 나
는 아주 오랜만에 엄마의 곁에서 잠들게 되었다. 오랜 회포를
풀 수는 없었다. 당장 내일 아침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
다. 나는 졸음에 겨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갑자기 왔어?”
“…. 느이 아빠랑 더는 못 살겠어서.”
또 여자 데려왔어? 나는 그렇게 묻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문자라도 하지. 현지, 나랑 연락하는 거 알잖아. 번호 물
어보지 그랬어.”
엄마는 뒤척거리며 내게 등을 돌렸다. 연락하면 싫어했을
거 아니니.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가 듣고 싶던 건 그런 뻔한 말이 아니었다. 엄마,
그래서 현지는. 나는 엄마의 굽은 등만 한참을 바라봤다. …
걜 떼어두고 올 건데 어떻게 물어봐. 목소리는 꼭 내가 환청
이라도 듣는 듯 나지막했다.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고혜윤 | 무리심중 無理心中 105
고혜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