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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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동생이야. 같이 살고 있어. 집세나, 뭐 그런 거… 나
눠 내면서.”
목소리를 낮춘다 한들 비좁은 집 안에서 그 대화가 들리
지 않을 리 없었다. 유리는 주스를 따르다 말고 우리를 힐긋
쳐다보더니, 다시 제 할 일에 집중했다. 대답은 변명처럼 술
술 흘러나왔다. 팔 할의 진실이 담긴 답이었다. 권유리는 두
살 연하의 여자애고, 나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아는 사이
는 아니었다. 유리는 민정이 일방적으로 맡기고 간 애였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것은 엄마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디로든 떠날 준비는 이미 한참 전부터 되어 있었
지만, 그곳이 굳이 서울이어야만 했던 건 순전히 민정 때문
이었다. 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졸업하면 더는 못 보
지 않냐며, 외로운 건 싫다고 매달리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했다. 장난처럼 하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은 피부로 느꼈다.
타고난 예민함을 칼처럼 사용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이럴 때만큼은 예민함을 섬세함이라 정정하고 싶었다. 나는
불안해하는 민정을 끌어안은 채 실없는 농담 따먹기나 일삼
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서울로 가야겠다. 졸업을 하면, 가진
돈을 전부 털어서 서울로 가야겠다. 여기에 모든 걸 묻고 떠
고혜윤
고혜윤 | 무리심중 無理心中 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