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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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말을 가로막는, 그래도 그렇지. 감정에의 호소였다. 나
도 잘 알고 있다. 유리의 말이 맞다. 유리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당장의 감정을 쏟아낼 상대가 필요했다.
가느다란 한숨을 쉰 유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뭘 더 해
줄까. 여전히 단조로운 톤으로. 화장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현정 씨, 무슨 일 있어요? 젊은 남사원의 목소리.
“일단 끊어. 이따 가서 얘기해.”
사장은 대놓고 심기가 불편한 티를 냈다. 급한 집안일이
라 둘러대도 믿는 둥 마는 둥했다. 점심나절의 말다툼 소식은
이미 사무실을 한 바퀴 휩쓸고 사그라져, 거기 있는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류상 업무 대
체를 자처한 주임님은 의자를 반쯤 뒤로 돌려가며 상황을 주
시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 사장은 마지
못해 결재 도장을 찍을 것이고, 그걸 핑계로 온갖 면박을 줄
것이다. 주기적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꺼내며 나를 찍어 누를
것이다. 나는 미지근한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머리가 지끈거
리며 아파왔다.
엄마는 어디까지 알고 왔을까. 차체를 타고 올라오는 진
동을 느끼며 억지로 눈을 감았다. 새벽 버스로 서울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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