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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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없는 텅 빈 눈으로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이었다.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고 했다.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릴 때
면 젊은 남사원은 눈치를 주듯 헛기침했다. 그들은 잠자코 입
을 다물었고, 대신 유난히 커다란 타자 소리로 불만을 표시했
다. 비서직 겸하는 고졸 경리인 내게 그들의 공간에 고개 디
밀 깡은 없었다. 커피믹스 한 잔 타 먹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
다. 자연스레 내가 숨어들 공간은 화장실 한 칸이 되었다. 유
일하게 마음 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
수조에 기대어 있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유리를 안다. 걔는 도 아니면 모였다.
이미 상황은 종료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나는 답장하는
대신 전화를 걸었다. 번호를 교환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
다. 신호음은 길게 이어졌고, 그 순간에도 짧은 휴식은 막바
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나는 초조함에 옷
매무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턱과 뺨으로 겨우 지탱한 액정
화면에 파운데이션 자국이 짙게 묻어날 터였다. 신호음 사이
에 짧은 공백이 생긴 건 허리 밴딩 아래 손을 넣어 셔츠를 정
리하는 도중이었다. 유리는 나른한 목소리로 응, 대답했다. 나
는 핸드폰을 두 손으로 고쳐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문자를 지금 봤어.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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