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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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보냈지, 그냥.”
유리는 한 템포 늦게 대답했다. 높낮이 없는, 어떠한 감흥
도 느끼지 못한 투였다. 스피커를 통해 걸러 듣는 목소리에
순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착착 맞아떨어져 가고 있었다.
“너 미쳤어?”
나는 앞뒤 잴 생각도 못 한 채 소리를 질렀다. 벽 너머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사장은 전 직원이 5분 일찍 들어와 오후
업무를 보기 시작할 것을 은근 종용하는 사람이었다.
“아니….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언니네 어머니
아닐 수도 있잖아.”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언니 지금 어딘데. 회사 아니야? 유
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어머니
가 온다고 미리 언질을 줬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야. 어머니
가 오실 줄 몰랐다고 해도 돌려보낸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언니한테는 엄마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그냥 모르는 아줌만
데. 그럼 퇴근할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 연락이라도 좀 일
찍 보지 그랬어. 두 살이나 어린 주제에 따박따박 잘도 대꾸
했다. 나는 앞머리를 손가락 사이로 빗어 넘기며 목소리를 낮
췄다. 한풀 꺾인 논리로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혜윤 | 무리심중 無理心中 97
고혜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