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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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될까. 민정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그러나 민정은 여
전히 민정이었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이직은 순탄
치 않았고, 나는 절충안을 먼저 내놓았다. 그럼 같이 사는 것
부터 시작해.
민정의 집에는 이미 유리가 머무르고 있었다. 산다고 하
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정식 동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번 민정의 집을 찾은 유리는 짧게는 며칠을, 길게는 몇 주를
우리와 함께 머물렀다. 나는 그 사실을 민정의 집에 다다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몇 없는 짐을 싸 들고 민정의 집을 찾았
을 때, 나를 반긴 사람은 민정이 아닌 유리였다. 첫인상이라
고 할 것도 없었다. 재고 따질 겨를도 없이 당혹감만 밀려왔
기 때문이었다. 민정이 이미 언질을 준 것인지 유리는 낯 색
하나 바꾸지 않고 나를 반겼다. 그리곤 짐 챙기는 것을 돕지
도 않은 채 제 할 일을 하러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 박자 늦게
방에서 나온 민정은 그 모습을 보며 깔깔 웃었다. 민정의 집
에서, 유리와 나는 그런대로 잘 지냈다. 부딪치지 않기 때문
에 마찰이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유리를 반쯤 없는 사람
취급했고, 유리는 그 근본적인 원인이 민정에게 있음을 나름
대로 짐작한 듯했다. 그러나 눈치를 보는 것도, 역으로 속을
긁어놓는 것도 없이 평소와 같은 모습을 취했다. 유리는 어
고혜윤
고혜윤 | 무리심중 無理心中 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