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P. 104
디 붕 뜬 사람처럼 굴었다. 우리가 출근할 때에도 곤히 잠들
어 있었다. 민정은 유리를 위해 암막 커튼을 설치했다. 유리
는 해가 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였는데, 활동 반경
은 그리 넓지 않았다. 딱히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나이도 아닌
듯했다. 그럼에도 꼬박꼬박 월세를 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까지 밀려가면서. 돈의 출처는 알 수 없었고, 이건 지
금도 마찬가지다.
언쟁은 주로 민정을 걸치고 일어났다. 민정의 목소리엔
짜증이 섞였고, 유리의 목소리는 오히려 낮아졌다. 대화를 시
도하는 사람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짐승의 그르렁거림에 가까
웠다.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런 균
열은 우리가 우리의 이름으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깊어졌다. 어느새 나는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민정과 대화를
나누면 균열만 두 배가 될 뿐이다. 기어이 나는 민정에게 질
려버렸다. 나는 두 사람의 화해를 종용하는 대신 집을 나가버
렸다. 그리고 몇 달 뒤, 민정이 짐 한 더미를 품에 안고 우리
집을 찾아왔다. 민정의 뒤에는 불퉁한 표정의 유리가 서 있
었다.
104 인천대 문학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