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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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엄마를 뙤약볕에 세 시간가량 방치해두었던 그 날. 유
리는 자신의 사과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믿었지만, 엄마는 한
밤중에 잠든 나를 깨워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한이 맺혀 있었
다. 영세에 가까운 중소기업에서 비서직을 겸하는 경리로 일
한다는 것은 업무와 업무 외 지시로 주말까지 반납하게 됨을
의미하기도 했다. 토요일이었지만 찌든 피로는 가시지 않고,
나는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잠이 없을 나이인 엄마와 밤
낮을 바꿔 사는 유리는 이따금 생활 반경이 겹쳤다. 엄마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유리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내가 잠든 사이에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나는
알 턱이 없었다.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세 시. 엄마는 나를 흔들어 깨웠
다. 건조한 눈꺼풀이 찢어질 듯 아팠다. 이부자리에 털썩 주
저앉은 엄마는 나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저 유리라는 애는 대
체 뭐 하는 애니? 내가 아주 못살겠다. 사람 말을 귓등으로 처
듣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 하면 반응이 있어야 할 거 아니니.
애가 싹싹한 맛도 없고. 무뚝뚝한 거라고 해도 봐주는 데 한
계가 있지. 이건 무슨, 나를 무슨 개 취급하잖니. 밥은 밥대로
먹어놓고, 입 싹 닫으면 다야? 얘 나한테만 이러는 거니? 너
한테는 뭐라고 안 해? …. 불만은 그런 식으로 꼬리의 꼬리를
고혜윤
고혜윤 | 무리심중 無理心中 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