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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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는 도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깨닫게
된다. ‘결국 그녀 안에도 그런 두려움이 존재했’ (66쪽)음을. 그
녀가 도망쳐 온 것은 엄마가 아니라, 엄마의 공포를 먹고 자
라난 자신의 마음속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과 엄
마를 괴롭히는 그 공포가 그들이 속한 집단, 즉 사회의 금기
나 평판 같은 실체 없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하지만
이것을 깨닫고도 원희는 여성, 혹은 딸이라 받는 모순적인 시
선에 반기를 들기보다, 자신의 현실을 숨기는 데 급급하다.
뿐만 아니라, 동거하는 남자는 괜찮지만, 여자는 괜찮지
않다는 남자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를 마주하면서도 그녀는
크게 상처받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 구조적 모순을 어
느 정도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 또한 어렸을
적 남자와 동거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던 기억
을 떠올리며 자조한다. 동거하는 여성을 욕하는 중년여성들
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상황을 설명하
고 설득하면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품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는 자주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
게 되고, 그때마다 당혹감과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허위의 방
패를 든다.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원희는 신천지를 의심하는 엄마의
김현지
김현지 | 허위의 자존 1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