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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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프로라고 믿었던 선배에 대한 환멸감이었다.

                  경진은 결말 부분에서 퇴사한 동기를 붙잡고, 이제 와 생
               각해보니 자신도 그 일이 ‘그렇게 적성에 맞았던 거 같진 않’

               았다고 자신의 말을 정정하고픈 욕구를 느낀다. 그러나 동기

               가 사라져 버려, 그 기회마저도 놓치게 된다. 그 순간 그녀가

               함께 놓친 것은 아마도, 그녀가 지켜왔던, 지키려고 노력했던

               ‘자존’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사회초년생 경
               진이 쌓아온 허위의 자존이 무너지고 난 이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소설 결

               말부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녀는 다른 직장에 들어간
               뒤, 첫 직장에 관해 묻는 사람들의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또한, 즐겨 읽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삭제할 수도, 정정할

               수도 없는 비극적인 기억을 갖고, 함부로 진실도 거짓도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 살아갈 것이다. 그
               녀의 삶은 멀리서 보면 ‘가만한 나날’처럼 보이겠지만, 실상

               은 그렇지 않은 날들의 연속일 것이다.

                  김세희의 소설 속 인물들은 부당한 사회 구조를 마주했을
               때, 대체로 비난의 화살을 외부가 아닌 내부, 즉 자신으로 돌

               리는 경향을 보인다. 현실을 탓해봤자, 아무리 상황을 설명해



                                              김현지
                                              김현지 | 허위의 자존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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