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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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피해자가 보내온 쪽지를 보고,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으며,
시키는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일의 책임과는 관계가 없다
고, 우연히 마주친 동기 ‘예린 씨’에게 그 일이 그렇게 적성에
맞았던 것 같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인물들
은 현실을 피할 수 없지만, 정면으로 그 현실에 대항할 수도
없는 ‘현기증’ 나는 상황에서 거짓말 뒤에 슬쩍 숨는다. 그들
의 상황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떳떳하지 못한 것이지만, 어
떻게 하겠는가. 그들은 거짓말에 숨어, 무너져가는 모래성 같
은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두려 한다. 그들이 건네는 거짓말은
어쩌면 사회나 타인이 아니라, 사회의 폭력성과 거짓성을 내
면화한 채로 그들을 평가하는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짓말로 자존을 지켜나가다 보면 원희처럼 자신의 미래
에 대해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
고, 경진처럼 자신과 세계에 대해 침묵하거나 목적을 잃고 방
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경우처럼 진정한 의
미의 소통과 관계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
은, 그들은 계속 자신이 아닌 허상을 내세우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거짓말은 자신을 숨긴다는 점에
서 허위적이지만, 그런 인물들을 거짓되고 이기적인 존재라
김현지
김현지 | 허위의 자존 1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