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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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수 있으나, 한 세기만 거슬러 가도 종이책으로 보관된 장
서가 꽤 있었다. 패드나 키보드엔 없는 바스락거림 때문에 유
현은 종이를 좋아했다. 허공을 가르는 홀로그램도 종이에 펜
이 스치는 소리를 재현할 수는 없었다.
2091년의 대한민국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보다 더욱 극명
한 이분법이 생겨났다. 실시간으로 기기를 갈아치우고 타 기
기의 부품이 되는 시대에서도 몇몇 국가기관은 인쇄 기록을
의무로 남겨두었다. 재활용하더라도 새것이 되지 못하는 종
이의 효율은 디지털에 못 미친다. 종이는 이제 혹시 모를 정
전을 대비해 전자메일과 함께 보내는 급송 공문이나, 개인의
사생활 담긴 일기에서나 사용되는 물건이었다. 그래도 공기
무게만큼의 가상도서보단 두꺼운 만큼 무거워지고 활자 속에
파묻힐 수 있는 종이책이 좋지 않은가. 유현이 고전 문학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유현은 책 몇 권을 가지고 걸어 나와 프런트에 멈춰 섰다.
책을 데스크에 올려두니 이전의 안내원 로봇이 다가와 정중
하게 말을 걸었다.
- 본인확인을 위해 홍채 인증을 실시하겠습니다. 2070년 6
백윤지 | 화 아래에는 73
백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