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인천대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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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사람 이천 호
길고양이가 길고양이인 이유는
길에서 엎치락뒤치락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보다 이전에, 그들에게 돌아갈 곳이라곤
흙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고 돌아갈 곳이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다지 없으니 그러면 나는 길사람인가
길 지나다 어느 한 곳 자리 잡아 홀로 밥을 먹고
길에서 주어진 호의에 기뻐하다가도
길에서 버림받고 달이 뜨고 질 때까지 길에서 울고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뱃속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 나도 역시 길사람인가
오늘 밤엔 길사람 천구백구십삼 호와 길사람 이천 호가 만나
밤새 엉겨 붙어 있다길사람 두 호가
눈물 대신 상처를 핥아주는 것을 택하면서
하나인 것처럼 엉겨 붙어 있다.
김서라
김서라 | 달팽이 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