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실업급여 수급자를 위한 취업희망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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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배달부가 되어서 ː 야광생(夜光生, 필명)

             전차 길거리를 나서니 길이 넓고 훤한 바람에 익숙지 못한 운

            전(運轉) 솜씨나마 속력 놓기에 매우 편하다. 종로 네거리를 조
            심조심 건너 종각(鐘閣) 뒤로 꼬부라들었다. 카폐에서 흘러나오

            는 레코드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다시 꼬부라져 평양루 냉면집

            좁은 골목을 속력을 낮추어 들어서는데 쓰러질 듯 말 듯 개천을

            피하느라고 어리둥하다가 앞에 선 전주(電柱)에 코끝이 닿을 지
            경이 되었다. 위기일발! 핸들을 얼른 다른 쪽으로 들렸으나 벌써

            늦었다. 목판 한 귀퉁이가 전주와 덜컥 부딪치며 냉면 그릇이 뒤

            로 미끄러졌다.

             아차차. 소리를 치며 자전거를 멈추고 목판을 내려놓고 보니
            천만다행으로 냉면그릇은 까딱없고 김치그릇이 뒤엎어졌고 장

            국 국물이 삼분의 일은 엎질러져 버렸다. 엎어진 화롯불을 두 손

            으로 주어 담듯이 엉겁결에 장갑 낀 손으로 김치를 주어 담고 생

            각하니 장차 먹을 사람에게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그러나 이미
            저질러 놓은 일 할 수 없는지라 그대로 그릇을 정돈하야 가지고

            24X 번지를 찾았다.








       60    ●   누들의 본산, 중구 누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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