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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겠다는 생각도,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어요. 그저 노트에 계속
뭔가를 쓰거나 그리거나 했어요. 노트에 날짜를 적고 그림도 그리고 글
도 썼는데, 아마 그게 제 글쓰기의 원형이 된 것 같아요.
이승우라는 작가가 쓴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를 보면, 소설
을 쓰기 시작한 뒤로는 일기를 안 쓰게 됐다고 해요. 일기도 자기 생의 기
록이었고, 소설을 쓰는 것도 자기 생의 기록이었던 거예요. 저도 좀 비슷
한 경우가 아닌가 싶어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어요. 대학교 때 힘든 시기
가 있었거든요. 본과 1학년 때인가. 그 무렵이 마침 무라카미 하루키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던 시기예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
의 핀볼》 그 다음에 《양을 쫓는 모험》 이런 책들을 처음부터 읽었어요. 문
장의 전염력이 굉장히 강해요. 읽고 있으면 막 따라하고 싶어져요. 어느
정도였냐 하면 기성 작가들도 문체를 따라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우리가 보통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인
물이 나오고 사건이 전개되다가 위기가 닥치고 결말을 맺고 그런 전개와
는 거리가 있었어요. 일상의 단조로운 사건들이 짧게 툭툭 나열되고, 자
기 얘기도 하다가, 라디오 프로그램도 나오다가 그래요. ‘이런 게 소설이
라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때부터 소설을 쓰게 됐어요.
그때는 PC 통신이 있었어요. 01420 다이얼로 연결되는. 천리안의 문학
동호회에 가입해서 소설 쓰는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소설을 계속 쓰
다가 어느 날 문득 등단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 도움도
받지 않고 내 능력만으로 소설을 인정받고 싶다.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
아요.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는 전통적인 소설 문법과는 조금 떨어져 있
오수완 _ 작가이면서 한의사로 살기 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