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남북을 잇고 대륙을 품다
P. 136
글_ 박흥수
현직 기관사. 20년 넘게 철도정책을 연구하며 철도 공공성과 남북대
륙철도 사업에 대한 탐구에 매진했다.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프레시안, 한겨레 등에 철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글을 기고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철도의 눈물』,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계』, 『시베리아 시간
여행』이 있다. 철도를 매개로 한 인문학의 바다를 유영하며 모빌리티와 인간의 관계, 이동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동쪽 끝 대륙을 여는 문이자 태평양을 품
은 아침의 땅이다. 하지만 그 허리는 사슬에 얽매여 있다. 사슬도 보통의 사
슬이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지배와 정복의 역사, 증오와 대결의 시간
이 빚어낸 제국주의와 식민지, 냉전의 결과물이었다. 휴. 전, 선. 마그마만 모
이면 활화산이 되어 다시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 같은 의미의 선이 한반도를
가로질러 남과 북을 나누고 있다.
한반도는 아직 차가운 전쟁의 땅이다. 선 건너편은 이쪽 공동체를 위협하
는 악마요 주적이다. 호시탐탐 남침을 노리며 적화야욕에 불타는 북한 공산
집단이거나 반공화국 선동에 앞장서는 미제 앞잡이 남조선 괴뢰라는 메시지
는 수그러들만하면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해왔다. 이제 상대를 향한 파괴와
혐오의 말은 그만두어야 한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의 언어가 난무하게 해서
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승패는 의미가 없다. 남과 북의 전쟁은 공멸
을 부를 뿐이다. 남과 북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끝내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조금씩 더 양보하고 협력하여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새 시대는 오고 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남북
을 연결하는 철도는 평화를 여는 소중한 도구가 될 것이다. 원래 이어져 있
132
2022. 5. 3. 오후 5:41
책1.indb 132
책1.indb 132 2022. 5. 3. 오후 5: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