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2022 코리안리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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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늙는다는 착각                                                                                                 예를 들어, 얼마 전  MBTI 유형이 같은 사람과 만난


            그리고                                                                                                     적이 있는데, 그녀는 모든 이야기를 MBTI에 빗대어

            다르다는 착각                                                                                                 설명하며 나에게 이해와 공감을 바랐었다. 물론 이해
                                                                                                                    가 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자신의 모든 행동을 MBTI
                                                                                                                    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야기 할 때는 이해하기가 어
                                                                                                                    려웠다. 우리 둘이 속한 유형이 MBTI 의존도가 굉장
                                                                                                                    히 높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회적인 인식으로 인해 편이 나뉜 집단들이 서로를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한 해 한 해
                                                                                                                    향해 날을 세우고, 이해하기를 포기할 때 문제는 조
            나이를 먹을수록, ‘이 나이의 나는
                                                                                                                    금 더 악화된다. MZ세대들은 자신들을 ‘개인주의자’
            이런 행동을 해야한다’ 라든지 ‘이제
                                                              이 책의 저자 앨렌 랭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로 정의한다. 그리고 그보다 연령대가 있는 집단을
            나는 이런 종류의 옷을 입기에는
                                                              악화되는 인간의 건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                          ‘꼰대’로 지칭하며 그들의 공동체 중심의 사고방식을
            나이가 좀 많은 것 같다’고 선을
                                                              적으로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버려야 하는 구식의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물론 ‘꼰
            긋고는 했다. 지금 내 나이에 맞는
                                                              또한, 의사들이 내리는 진단이 때로는 오진일 수 있음                         대’들은 역으로 이런 MZ세대들을 ’건방진 요즘 것
            행동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이
                                                              에도 불구하고, 권위자가 내린 진단에 사로잡힌 나머                          들’이라고 부르며, 어른들에게 조금이라도 살가운 젊                  정말 없었을지. 그리고 또 묻고 싶다. 요즘 세대들은
            마음 한구석에 머물고 있던 어느
                                                              지 환자는 자신을 그 틀 안에 가두고, 새로운 가능성                         은이를 만나면 ‘요즘 사람 같지 않다’라는 칭찬(?)을                정말 모두 개인주의자인지. 혹여 회식 자리가 너무 즐
            날, <늙는다는 착각>(앨렌 랭어,
                                                              을 차단해버린다고 이야기한다.                                      건넨다.                                          겁고 반갑지만, 친구들에게 ‘너는 참 올드하다’ 라는
            유노북스)’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상반신이 마비되어 스스로 코를 푸는 것이 소원이라                           나는 궁금하다. 기성세대에는 개인주의적인 성향                     이야기를 들을까 무서워 그런 회식 자리를 싫어하는
            들어왔다.
                                                              던 노인이 수많은 노력 끝에 팔을 얼굴까지 움직여 마                         이 강한 사람이 없었을지. 그래서 “우리가 남이냐!”                 척하는 요즘 사람은 없을지.
                                                              침내 스스로 코를 풀게 된 에피소드를 예로 들 수 있                         를 강조하던 그 시대에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너무도                   ‘늙는다는 착각’에는 의학적으로 ‘불가능’이라 여겨
                                                              겠다. 만일 ‘상반신 마비’가 오진이 아니었다면 불가                         힘들어 자신은 아웃사이더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졌던 것들을 가능하다는 믿음으로써 가능하게 된 다
                                                              능이라 여겨졌던 일들도 의지를 가지면 해낼 수 있다                                                                        양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그것이 의학과 과학이 미처
                                                              는 것을 의미하며, 오진이었다면 의사가 내린 진단을                                                                        발견하지 못한 헛점을 의지를 통해 극복한 것이든, 아
                                                              맹신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의료계를 불                                                                        니면 정말 정신적인 믿음이 신체적인 것에도 영향을
                                                              신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가능성에 한계를                                                                         미치는 것이든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정신
                                                              둘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과는 별개의 것이라 믿어온 신체 역시 정신에 의해 좌
                                                              책은 건강과 노화에 국한되어 서술하지만, 문득 요즘                                                                        우된다면, 요즘 사회적인 트렌드에 의해 나누어진 우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편 가르기’가 생각났다.                                                                       리 사회 또한 충분히 개개인의 의지를 통해 통합될 수
                                                              과거에도 X, Y, Z세대 등 동시대의 문화를 공유하는                                                                      있다고 생각한다.
                                                              집단을 묶어 그들이 가지는 특성을 분석해오곤 했지                                                                         혹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을 16가지로 분류하
                                                              만, 최근 들어 MBTI, 성별, 연령대 등 좀 더 구체적인                                                                   고, 그 속에서 연령대를 다시 분리해 개개인의 성향을
                                                              잣대를 들이밀어 인간을 분류해 편을 가르고 있기 때                                                                        파악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
                                                              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편이 갈린 사람들이 자신이 속             write. 정서윤 기자 국내생명보험팀                                     다. 자신이 얼마나 큰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었는지

             늙는다는 착각                                          한 특정 유형에 맞게 행동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                                                                       알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앨렌 랭어, 유노북스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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