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2022 코리안리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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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보험도 파생상품이다. 은행의 은행, 보험사의 보험사
            로서 하는 일은 그들이 다루는 파생상품의 한 가지 형태일 뿐이                                                                                                  RE-stagram
            다. 투자은행은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옵션을 만들기도 하고             구조화해서 전가하는 역할을 재보험이 하는 것이다.
            채권의 이자나 부도 위험만을 따로 떼어 스와프, 유동화 증권을            파생상품은 사는 쪽에서 원하는 리스크를 전가할 수 있지만 그
            만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무수히 많은 구조를 가진 파생상품을             렇다고 사는 쪽만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판매하는 회사 입
            채권과 주식이라는 기초자산을 통해 만들어낸다. 재보험사도               장에서는 파생상품을 통해 주목할 만한 리스크가 없는 곳에서                                                 임다은 대리(기술보험팀)
            다르지 않다. 기초자산은 보험이라는 한정된 영역에 속해 있을             도 리스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동차 한 대가 파손되는 것은
            지 몰라도 파생상품으로는 수없이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낼 수              보험회사 입장에서 리스크라고 느껴지지 않지만, 홍수가 나서
            있다. ‘어떤 종목의 보험상품에 기초할지’, ‘모든 사고를 보상해          수많은 자동차가 침수되는 경우를 따로 떼어내면 거기에는 분
            줄지’, ‘특정 수준을 넘는 사고만 보상해 줄지’, ‘특정 수준은 어        명히 전가할 만한 리스크가 있다. 그리고, 금융의 가장 기본적
            느 정도로 할지’, 또는 ‘하나의 사고는 어떻게 정의할지’와 같은          인 법칙 중 하나인 ‘No Risk, No Return’에 따라 리스크가 있
            조건을 가지고 최초의 보험상품과는 또 다른 형태의 계약을 만             는 곳에는 이익이 있다. 그러니 재보험이 파생상품을 다루는
            들 수 있는 것이다.                                   한 거기에는 언제나 이익의 기회가 존재한다. 보험상품 자체가
            파생을 통해서 다양한 계약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파생상품이              가진 리스크가 크지 않아도, 혹은 보험사가 커서 웬만한 사고
            가진 장점이지만 역할이라고 볼 수는 없다. 파생상품의 역할은             는 리스크라고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파생이라는 방법을 통해
            ‘헤지(Hedge)’다. 헤지는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서 스스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는 원하는 리스크를 원하는 만큼 설계해              간단히 말하면 재보험사는 파생상품이라는 수단을 통해 보험
            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떤 보험사는 가           사가 가지는 리스크를 새롭게 구조화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한
            지고 있는 리스크를 전체적으로 80% 수준으로 줄이고 싶을 수            다. 리스크를 구조화하고 유통하는 일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
            도 있고, 또 다른 보험사는 10억 원이 넘는 사고만 터지지 않았          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리스크는 마치 모래와 같아서 한
            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자동차보험은 판매하고             곳에 높게 쌓여 있으면 넘어을 수 없는 장벽이 된다. 그 너머에
            싶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자동차 사고의 리스크는 갖고 싶지              기회가 있고, 도전할 만한 일이 있어도 눈앞에 산처럼 모래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모든 경우에 맞춰 없애고 싶은 리스크를            쌓여 있으면 넘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럿이서 각
                                                          자 넘을 수 있는 만큼 모래를 가져갈 수 있다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모래를 한꺼번에 가져갈 사람은 없지만 한 움
                                                          큼씩 가져갈 수 있다고 하면, 이를 나눠주는 일을 파생상품이,
                                                          재보험이 하는 것이다. 재보험의 본질은 그저 ‘다시’ 보험을 한
                                                          다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재구조화’한다는 점, 파생상품이라
                                                          는 데에 있다.

                                                                                                                                    날개를 활짝 펴고, 우리 모두, 나빌레라



                                                                                                                                   우리 가족의 최애 여행지인 제주도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힘찬 비행을 하는 나비의
                                                                                                                                   날개짓이 사진 속에 우연히 담겼습니다. 여러모로 우울한 코시국에 이 자그마한 생물
                                                                                                                                   의 날개짓이 많은 분께 위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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