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2022 코리안리 봄호
P. 29

WORK-TIONARY





            재보험사가                               재보험은 꽤나 생소한 영역이다. 그래서인지 재보험사에 다닌다고 하면
                                                한 번쯤은 ‘재보험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바라본 재보험                             나오는 대답은 ‘보험사의 보험사’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설명만으로는
                                                2%가 허전하다. 용어의 뜻풀이가 아닌 진짜 재보험의 본질은 무엇일까?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리보다 보험사
                                                                                                                                                          가 돈이 많기 때문이다. 큰 병에 걸리거나, 집에 불이 났을 때 혼
                                                                                                                                                          자서는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어렵지만, 보험사는 내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기만 하다면 언제든 피해를 보상해줄 수 있다. 그러
                                                                                                                                                          니 재보험을 ‘보험사의 보험’이라고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재
                                                                                                                                                          보험사가 보험사보다 돈이 더 많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보
                                                                                                                                                          험사보다 돈이 많은 재보험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물론 재보
                                                                                                                                                          험사가 돈이 많아도 급전이 필요할 수도 있고, 보상 금액이 항상
                                                                                                                                                          크다는 법은 없으니 자본이 적다고 해서 보험사의 보험사로서
                                                                                                                                                          역할을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재보험의 본질을 보험사
                                                                                                                                                          의 보험사라고만 정의하기에는 분명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런가 하면 ‘보험업계에만 재보험이라는 제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든다. 은행의 은행, 증권사의 증권사가 없을까? 있다.
                                                                                                                                                          다만 이름이 다를 뿐이다. 대표적으로 은행이나 증권에서 재보
                                                                                                                                                          험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투자은행(Investment Bank),
                                                                                                                                                          우리가 IB라고 부르는 기업들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과 같이
                                                                                                                                                          잘 알려진 뉴욕 증권가의 대형 투자은행이 보통의 은행, 증권
                                                                                                                                                          사에 대해 재보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가입한 예금이나 대출은 은행에 예대마진을 준다. 하지
                                                                                                                                                          만 은행이 가진 돈에 비해 너무 많은 예금이나 대출을 가지고 있
                                                                                                                                                          으면 뱅크런(Bank Run)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지급해야 할
                                                                                                                                                          돈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은행은 예금과 대출 계약에서
                                                                                                                                                          만들어지는 원리금을 묶어 투자은행에 넘긴다. 그렇게 되면 그
                                                                                                                                                          빈자리에 다시 새로운 계약을 채울 수 있게 된다. 은행 예금에
                                                                                                                                                          가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과 계약을 한 것이지만 실질적
                                                                                                                                                          으로 그 계약에 따른 현금흐름은 투자은행이 받아내고 있는 것
                                                                                                                                                          이다. 그러면 은행은 가진 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보다 더 많
                                                                                                        write. 안장혁 기자 손익분석팀                               은 고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기초가 되는 계약은 다르지만,

                                                                                                                                                          형태는 보험사와 재보험사의 관계와 유사하다. 그리고 이때 투
                                                                                                                                                          자은행이 다루는 주요 상품을 우리는 ‘파생상품’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투자은행을 떠올리면 파생상품을 다루는 회사라는 생각
                                                                                                                                                          을 하지만, 재보험사를 떠올릴 때는 보통 그렇지 않다.


                                                  56                                                                                                        57
   24   25   26   27   28   29   30   31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