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한우리 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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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언제 처음 만났나요? 오은: 평소 저는 스스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을 많
덕원: 라디오 회식 뒤풀이에서 처음 만났는데 잊을 수가 이 만들려고 하는 편이에요. 브로콜리너마저 음악은
없죠. 당시에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나 그런 면에서 자극을 많이 주죠. 최근에 나온 노래가 ‘바른
갔지만, 요일이 달라서 만난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 라디 생활’이란 곡인데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자’라는 가사
오 회식 뒤풀이에 갔는데, 사람들이 “나이도 같고 그러 를 듣는 순간, ‘이것만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니 오은이랑 친해져 봐”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테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일상에서 찾은 것들을 기록
블 두 개를 넘어오는 은이의 모습이 강렬했어요. 하고 놓치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어렵다는 걸 저
오은: 아마 그때 막걸리 잔을 들고 좌식 테이블이었는데 도 알기 때문에 큰 자극을 받았어요. 그런 부분에서 가
넘어간 걸 보면 술의 힘이 아니었나 싶어요. 기자님, 그 사를 쓰는 덕원과 시를 쓰는 은이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러고 보니 ‘Feat. 막걸리’를 꼭 넣어주셔야 할 거 같네요. 해요.
그게 없었다면 친해지는 게 불가능했을 수도 있을 거 같 덕원: ‘시’는 오래되었지만 상업화가 되지 않은 장르이
아요. 사실 전 브로콜리너마저를 좋아해서 항상 제 플레 기도 해요. 그런데 은이는 시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이리스트에 브로콜리너마저 음악이 있었어요. 그렇다 장르와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보니 저는 덕원이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오래된 장르의 창작자지만 가장 앞서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강렬한 첫 만남 이후가 몹시 궁금해지는데요. 않는 은이의 태도에 저는 가장 자극을 많이 받는 것 같
덕원: 방송을 함께 하면서 볼 일이 많이 생겼어요. 아요.
오은: 처음에는 문자만 주고받고 그랬던 것 같아요. 서
로 바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다 덕원이가 진행하는 오은 님의 시에 덕원 님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EBS <윤덕원의 인생라디오>에 게스트로 나가게 되면 덕원: 은이의 시를 다 좋아하는 데 그중에 ‘갔다 온 사람’
서 정기적으로 보게 되었죠. 이란 시가 있어요. 은이 특유의 상쾌함, 쨍함이 느껴지는
시예요. 산문시인데도 운율이 좋아서 노래를 한번 만들
N극과 S극이 서로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붙듯이 정반대 어보자 생각해서 작업했어요.
성격이라서 친해졌던 걸까요? 오은: 노래 제목은 ‘여름이 다 갔는데’로 나올 예정인데,
덕원: 진짜 신기한 게 양쪽에서 너무 점잖게 대하면 호 2년 동안 안 나오고 있네요.(웃음) 사실 시의 내용은 가
감은 있지만 그럴 경우 친해지기는 어렵고, 한편으로 너 볍지 않아요. 사랑하던 사람이 자신을 떠나 다른 사람에
무 적극적으로 다가오면서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느껴 게 갔다 온 사람.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지만, 더 이상 그
지지 않으면 그것 또한 친구가 되기 어렵지 않을까요? 사람은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거든요. ‘긴팔을 아무리 걷
오은: 저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성향이 잘 맞지 어도 반팔이 되지는 않아’라는 구절인데, 갔다 온 사람이
않는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넘어가야 해 예전 그 사람이 아니라는 표현이죠.
요. 보이지 않는 선을요. 그게 어쩌면 술집의 테이블 두
개가 아니었을까, 제가 그 시도를 했기 때문에 친구가 되 끝으로 ‘두 사람이 부부라면?’ 어떨까요.
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덕원: 어떤 일을 했을 때 ‘아,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하
고 넘길 수 있을 거 같아요.
직업적인 면에서 볼 때 ‘창작’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데 오은: 남편은 ‘남의 편’이니 남을 뺀 ‘편’과 아내의 ‘아’ 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게 있을까요? 를 뺀 ‘내’가 살고 있겠네요. ‘내 편’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