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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를 섞다보니 약이 탁해지고 그중에 하나라도 쓴맛을 가진 약재가 있
으면 쓴 약이 돼 버려요. 사실 한약은 효능의 관점에서만 처방을 구성하
지 맛을 고려하진 않지요. 그리고 맛이 괜찮았던 약재들을 50가지 정도
추려서 ‘맛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어요. 같은 이름의 약재도 산지나 생
산년도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예를 들어 진피는
귤껍질인데 어떤 귤을 쓰느냐, 몇 년이나 숙성시켰느냐에 따라 맛과 향
이 아주 달라요. 차를 맛있게 만들기 위한 몇 가지 단계가 있어요. 지금
준비해드리는 차가 황기차인데 한 번 마셔보세요.
저희가 알고 있던 황기 맛이 아닌 것 같은데요?
A 전(前)처리 과정을 거쳐서 그래요. 한
약재로 차를 만들 때 맛을 좋아지게
하고 추출을 쉽게 하기 위해 전처리를
해요. 커피콩을 바로 갈아서 마시면
맛있을까요? 아니죠. 로스팅을 해야
해요. 녹차도 덖어서 비비는 과정을
거쳐야 맛과 향이 깊어져요. 그래서
제가 커피를 배웠어요. 커피를 배우고
한약 하나하나를 볶아보는 시도를 했어요. 오래 볶아보기도 하고 적게도
볶아보기도 하면서 최적의 로스팅 시간을 찾았어요. 그리고 한약을 분쇄
해서 입자 크기에 따라 추출 시간을 실험했어요. 전처리 과정을 거치니
까 한약도 훌륭한 맛을 내고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상재 _ 티백 속에 건강을 담아내다 2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