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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여는 걸 실패하고 집 앞 부동산에 갔더니 30년 된 중국집 자리가
                나왔다고 했어요. 가보니 낡긴 했지만 위치도 좋고 월세도 쌌어요. 그때

                문득 한의원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다음 날에 계약

                했어요.(웃음) 박물관을 열려고 할 때는 컨텐츠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
                는데, 한의원을 개원하는 것은 특별하게 생각할 것 없이 쉽더라고요. 심
                지어는 한의원이 생각보다 잘 됐어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침을 잘 놓는다고 소문이 났어요. 문제는 제가 재미가 없었어요. 내가 하

                는 치료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환자가 나아졌다고 해도 왜
                나아졌는지 모르고, 안 나아도 왜 안 낫는지 모르니까 재미가 없는 거예
                요. 그러다 보니 그날그날 매출에만 신경 쓰게 됐어요. 매출이 좋으면 기

                분이 좋고 매출이 안 좋으면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잘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개원한 지 6개월 이후부터는 차 연구를 시
                작했어요. 대학원 석사 때부터 맛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대학원 시절에는
                처방을 편하게 먹을 생각만으로 티백에 담는 연구만 했었는데 이때부터

                는 본격적인 차 연구를 시작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셨나요?


              A    차(茶) 연구를 하고부터 고민했던 것이 한약의 이미지였어요. 일반적으로
                한약 하면 ‘쓰다’ ‘비싸다’ ‘오래 끓여야 한다’라고 생각해요. 이런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선 한약장에 있던 약재들을 하나씩 다 맛 봤어요.



                 마치 신농씨 같네요.


              A    맞아요.(웃음) 맛의 관점에서 약을 바라보기 시작하니까 신세계가 열렸어
                요. 의외로 맛이 좋은 약들이 많았고 쓴 약은 별로 없었어요. 여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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