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정신 2023겨울호 통권86 시 와 정 신 2 시와 정신 편집위원_송기한, 김홍진, 이은하, 곽명숙 편집인 겸 주간_김완하 편집장_변선우 편집차장_김규나 계간지_제22권 제4호 2023겨울호 통권86 | 특 집 | 『시와정신』 창간 21주년 기념 _8 차 례 3 시와정신회 회장_노금선 운영위원장_손혁건 편집_고명자, 김소원, 김지숙, 성은주, 이정희, 정우석 홍보·기획_ 구지혜, 김나원, 박광영, 박종영, 오영미, 원양희 펴낸곳 _시와정신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전로1019번길 28-7, 2층 (우 34445) 전화 042-320-7845 전송 0507-075-2874 홈페이지 siwajeongsin.com 이메일 siwajeongsin@hanmail.net | 우 | 리 | 시 | 대 | 의 | 시 | 정 | 신 | 7 7 | | 마음의 들판에 피는 꽃 오홍진 _41 | 짙푸른 잡초가 자구를 살린다 구재기 _18 | 시와 지각 경험 권덕하 _25 | 고향과 동아시아적 상상력 이중도 _33 ► 홍영철 신작시 장미꽃은 곳곳에서 피어나건만 외 4편 _114 ■ 이 / 계 / 절 / 의 / 시 / 인 _홍영철 詩人 ►► 작품론 - 존재의 빛과 불멸의 노래
_김지윤_122 시 와 정 신 4 겨울 시단 20인선 양애경_ 아파트에 내리는 눈 외 _61 65_ 독백 외_ 홍일표 임동윤_ 야만의 습성 외 _56 58_ 레퀴엠 4 외_ 김성춘 정채원_ 크레이지 타워 외 _68 72_ 충전기들 외_ 김종윤 문혜진_ 꽃의 시반 외 _76 79_ 산 외 _ 우종숙 진종한_ 템플 스테이, 계룡 갑사에서 외 _81 85_ 우리 외_ 황인학 고월예_ 시를 쓰는 이유 외 _93 95_ 0의 거리 외_ 강빛나 김승필_ 챠강티메 외 _98 100_ 소라게 외_ 소요벨 김명이_ 무더위 외 _87 91_ 빈 가지로 날아든 새 외_ 이정오 차 례 5 시와정신 | 손혁건 이삭 줍는 밤 외 다 층 | 박현주 어떻게 딸기가 익죠? 외 리토피아 | 이성필 국화주 외 문예연구 | 윤영애 알레고리 & 알고리즘 외 미네르바 | 문영하 콩알 외 시와사람 | 강대선 녹턴 2020 외 열린시학 | 박선우 은사시나무 외 제10회 전국 계간문예지 작품상 수상작 _144 ● 새로운 시인을 찾아서 신작시 | 바닥을 수선하다 외 4편 _김규나 _134 시작노트_ 낮고 외진 것에 대하여 김귀례_ 불빛 외 _102 105_ 비익근을 위하여 _ 신은하 김 솜_ 유성 외
_107 111_ 길을 묻다 외_ 허승희 시 와 정 신 6 포에세이 Poessay Poessay 바람의 기억 _권선옥 _197 바람의 목소리 _마경덕 _207 겨울에는 _김외숙 _203 처갓집 가는 길 _황성주 _211 “시와 진심은 영혼의 짝패” - 첫 시산문집 『타이타늄』 _변선우 _216 첫/작/품/집/의/표/정 차 례 7 계 | 간 | 비 | 평 죽음을 견인하는 생활들 _박해람 _226 김은닢 아 은 이경림 유인선 시 와 정 신 8 2023년 11월 10일(금) 오후 6시에 대전시 오페라웨딩 컨벤션 아델 리아홀에서는 『시와정신』 창간 2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장 안의 현수막에는 “한남대 김완하 교수 정년퇴임 및 『시와정신』 창간 21주년 기념식”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2023년 가을은 『시와정신』이 창간된 지 21주년이 되는 때이다. 또한 『시와정신』 편집인 겸 주간인 김완하 교수가 정년퇴임을 하기도 하였 다. 2002년 가을에 『시와정신』은 창간되었다. “새로운 시정신을 위하 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1년을 달려온 『시와정신』이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는 자리를, 『시와정신』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편집인 겸 주간을 | 특집 | 『시와정신』 창간
21주년 기념 - 김완하 교수 정년퇴임식과 함께 창 간 기 념 식 9 맡고 있는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김완하 교수의 8월 말 정년퇴임과 아울러 마련하게 된 것이다. 편의상 1부에 김완하 교수 정년퇴임을, 2 부에 『시와정신』 창간 2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김완하 교수는 2000년에 신설된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의 첫 번 째 교수로 부임하여 퇴임하기 전까지 많은 제자들을 지도하였으며, 2002년 가을에는 계간 『시와정신』을 창간하여 다수의 문인들을 배출 하며 문학 활동을 확대해 왔다. 이에 뜻을 모아 한남대 제자들과 『시와 정신』 출신 문인들이 함께 김완하 교수의 시세계에 대한 비평, 해설 및 연구 논문 등을 수록한 『김완하의 서정과 사유의 깊이』(시와정신, 704 쪽)와 기념문집 『사이꽃』(시와정신, 656쪽)을 발간하고 정겨운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시 와 정 신10 김완하 교수의 제자인 손혁건 시인과 손미 시인의 공동사회로 진행된 이 행사는, 서두를 열면서 축하케익 자르기가 있었다. 당일 행사의 내빈들이 함 께 축하의 마음을 담아 케익을 자르고 와인으로 축배를 들었다. 이어서 첫 출연자로 노금선 시인이 무대에 올라 김완하
지도교수와의 인연을 배경으 로 24년 교수 생활에 대하여 요약하고 김완하 교수의 대표 시 「별」을 낭송 하였다. 도한호 정기철 신익호 김태인 박영진 성낙원 창 간 기 념 식11 이어지는 축사에서는 도한호 시인(전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신익호 명 예교수(비평가), 박영진 한남대학교 총동문회장(수필가), 정기철 한남문인 회장(문과대학장), 김태인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장, 성낙원 대전예총회 장(영화인)의 축사가 있었다. 이어서 김홍진 비평가(한남대 교수)와 김경복 비평가(경남대 교수)가 김완하 교수의 시에 대한 작품세계를 짚어 소개하였다. 김홍진 김경복 기념저서 증정 꽃다발 증정 기념패 증정 선물 증정 시 와 정 신12 그리고 한남대 제자들과 『시와정신』 출신 문인들이 함께 발간한 『김 완하의 서정과 사유의 깊이』와 이들 131명의 시 3편씩이 수록된 『사 이꽃』과 함께 꽃다발을 증정하는 순서가 있었다. 아울러 감사패와 선 물 전달식도 있었다. 그리고 김완하 교수의 정년퇴임 인사가 이어졌다. 김완하 교수는 ‘퇴임’이나 ‘은퇴’라는 말은 스스로에게는 잘 와닿지 않고, ‘정년퇴임’이라는 말이 맞겠다고 운을 뗐다. 그것은 정해진 시간 을 채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정년퇴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시를 인용하면서 ‘강물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앞의 물길이 비 워놓은 그리움을 다음 물길이 채우고, 그 다음 물길은 또 그 다음 물길 이 채우면서 커다란 하나의 흐름이 되어서 함께 밀고 나아가는 것이라 고 역설하였다. 오늘의 기념식에 함께 해주신 분들과 김 교수는 하나의 창 간 기 념 식13 강으로 연대하며 큰 세상으로 밀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냇물이 강을 두려워하면 대전천과 유등천, 갑천에 갇히게 되고, 또한 강물이 바다를 두려워한다면 4대강 안에 갇힌다고 하며, 길은 늘 앞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으로는 ‘시와정신아카데미’를 통해 서 김 교수가 사랑하는 한남대학교와 대전광역시, 그리고 『시와정신』 을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하여 큰 박수를 받으면서 분위기 는 한층 고조되었다. 이어서 소프라노 독창과 팬플룻 연주의 축하 무대 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1부 김완하 교수 정년퇴임 기념식은 예 상했던 대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어지는 2부의 『시와정신』 창간 21주년 기념식에서는 노금선 시인 이 김완하 주간으로부터 제11회 시와정신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노금 선 시인은 등단
20여 년에 시집 5권의 실적을 통하여 초기 시의 그리움 신인상 수상자 한재선 신인상 수상자 유인선 시와정신문학상 수상자 노금선 시 와 정 신14 을 배경으로 하는 사랑의 정서와 자연의 생명력을 거쳐 도달한 서정의 높이와 깊이의 세계에 도달하였다는 평을 받았다. 다음은 제42회 신인 상에서 한재선 시인에 대한 양문규 시인의 시상과, 유인선 시인에 대한 권득용 시인의 시상이 이어졌다. 이 두 신인의 시는 서로 간 다양한 세 계의 개성과 조화라는 차원에서 함께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제4회 시와정신해외문학상 수상자 유재철 시인(텍사스)과, 김외숙 소설가(캐나다)의 수상도 있었다. 아쉽게도 유재철 시인은 사정 상 참석하지 못하여 대리 수상을 했다. 그러나 김외숙 소설가는 이 상 을 수상하기 위해서 캐나다에서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시상식에 참석 하였다. 그의 소설은 지금 캐나다인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국적 체험 을 바탕으로 문화와 생의 경계에 대한 사유를 수려한 문장으로 엮어냈 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진 김외숙 소설가의 “캐나다에서 한국어로 문학 하기”라는 수상소감은 글로벌 시대에 우리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 해주는 좋은 메시지로 다가왔다. 행사 마무리에는
김완하 교수의 평택고등학교 후배인 정현우 시인이 자 가수가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을 불러 분위기가 절정에 도달하였 다. 그랬다! 김완하 교수는 2000년 신설된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로 부임하여 많은 제자들을 지도하였다. 그리고 2002년 가을에는 계간 시와정신해외문학상 수상자 김외숙 창 간 기 념 식15 『시와정신』을 창간하여 많은 시인들을 배출하며 문학 활동을 확대해오 다가 지난 8월 정년퇴임하였다. 이날 인사말에서 김 교수는 앞으로 ‘시와정신아카데미’를 통해 대전 의 문학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대전천 이 금강으로, 금강이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그 과정을 염두에 둔 말일 것 이다. 다채로운 축하 무대 분위기가 감싸 안은 “한남대 김완하 교수 정 년퇴임 및 『시와정신』 창간 21주년 기념식”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며 앞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갈 것을 다짐하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올랐다. (『시와정신』 편집부) 정기구독 및 후원 ^운영위원 모집 안내 『시와정신』은 새로운 시정신의 모색과 열린 세계를 지향합니다. 또한 문학의 저변 확대를 통해 이 땅의 문화적 르네상스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금강’의 유장하고도 도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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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잡초가 자구를 살린다 _ 구재기 시 와 정 신18 짙푸른 잡초가 자구를 살린다 _ 구재기 진정한 경험을 진술하기에 적합한 언어는 꿈속의 언어나 신화와 종교의 상징이다. 만일 우리가 내면적 현실에 침투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습관적인 언어를 잊어버리고 상징주의의 잊혀진 언어로 생각하려 한다. _E. 프롬의 『인간의 마음』 시를 쓰면서 시작되는 고민 중의 하나는 어떤 언어를 시어로 선택하 여 한 편의 시로 이끌어나갈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그것은 시어가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일상어와 쉽게 구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상어가 시에 쓰이면 곧 시어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잡초와 야 생화를 굳이 구별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 ★ ★ 바람이 불고, 연이어 며칠 계속 비가 내리고, 간간히 햇살이 돋아나기 를 거듭하니 잡초는 그야말로 신이 난다. 하루가 다르게, 아니 몇 시간 만 지나면 몰라보게 자라난다. 고르지 못한 날씨는 잡초에게 최고의 날 이 된다. 그러나 야생화에게는 최악의 날씨이다. 잡초가 그칠 줄 모르는 성장력으로 쑥쑥 자라나기를 거듭하는 사이 야생화는 겨우겨우 목숨을 우리 시대의 시정신 _ 77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19
부지한 채 예쁜 꽃송이를 겨우겨우 매달고 있다. 잡초가 자라면 자라날 수록 그 사이에 뿌리를 박은 야생화는 옹크려드는 줄기와 잎 사이로 겨 우겨우 초라한 꽃송이를 피워 올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울컥 안타까움이 치솟아 오른다. 잡초를 뽑아내려는 마음한 지도 며칠이 지나서야 비는 그친다. 햇살 은 밝고 맑게 솟아오른다. 잡초는 정신없이 하루가 다르게 잘 자란다. 그 속도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빨리 자란다. 주춤주춤한다면 그만 모든 야생화는 잡초에 짓눌려 그만 치명상을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잡초를 제거하기에 서둘러대야만 한다. 그러나 잡초 뽑기에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니다. 서둘러 뽑는다고 하 여 잡초가 잘 뽑혀질 수가 없다. 야생화 사이 잡초 뽑기를 서두른다면 자칫 야생화마저 뿌리째 뽑혀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줄기 하나하나 잘 찾아내고. 야생화와 잡초의 뿌리가 거서로 엉켜져 있을 때 자칫 잘못 하면 잡초의 뿌리가 아닌 야생화 뿌리를 함께 뽑아낼 수 있다. 그뿐만 이 아니다. 야생화와 잡초의 생김생김이 서로 비슷하기도 하다. 잡초인 줄 알고 뽑아내고 난 다음에서야 야생화를 뽑아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 다. 야생화와 잡초의
생김생김이 서로 엇비슷한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잡초를 뽑아내는 자세 또한 어렵기는 더욱 어렵다. 허리를 완전히 굽 힌다면 자칫 야생화를 짓눌려 버릴 수가 있고, 그렇다고 서서 잡초를 뽑 아낼 수는 없다. 그러하거니와 야생화 사이 잡초를 뽑아내기 위하여 엉 거주춤 허리 굽혔다 폈다를 거듭해야만 한다. 너무 어렵다. 잡초를 뽑 다 말고 자주 몸을 일으켜 허리를 다독여주지 않으면 밤새워 끙끙 앓아 야만 한다. 야생화 사이 잡초를 뽑다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왜 야 생화를 심어 놓고 이리 생고생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일어나 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였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잡초에 짓눌린 야 생화를 바라보면 또다시 허리를 굽히며 호밋자루를 잡아 몇 번의 힘을 주곤 한다. 그리고 며칠 후 오롯이 꽃송이를 들고 나서는 곧 온갖 빛깔 시 와 정 신20 로 터뜨린 야생화의 꽃송이를 바라보면 절로 저절로 가슴이 환하게 열 린다. 바로 이 때문에 야생화를 살피는 것인지도 모른다. ★ ★ ★ 산애재蒜艾齋에서 잡초를 뽑아내다 보면 제멋대로(?) 태어나서 어엿하 게 자리 잡아 자라나고 있는 일상어日常語들과 같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전혀 ‘너’와
‘나’를 의식조차 하지 않은 채로 절 로 사용되어 만나는 사이에 ‘나’를 만나고 ‘너’를 만나고, ‘너’와 ‘나’ 사 이에 마음을 전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의식되지 않고 사용되는 일상생활 의 언어들은 분명한 잡초임에 틀림없다. 언어는 일정한 터전을 이룬 우 리의 일상에 자리하면서 왕성하게 번지어 나간다. 어느 때는 그 뜻조차 모르고 사용하였다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데 걸거침이 되기도 한다. 아름답고 즐거운 마음조차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우愚를 범하게 하는 등 일상어는 우리 사이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하기도 하지만, ‘너’ 와 ‘나’ 사이의 관계를 더욱 더 밀접하게 해주면서 부드러운 정서를 구 축하게 한다. 모든 체험은 일상어로 기억되고 자리하게 마련이다. 체험 속의 언어 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일상적인 어떠한 사태로부터 어려운 일을 가 졌을 때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뜻을 밝 힐 수 있는데, 이때의 과정은 오로지 일상어로 이루어진다. 그러한 가 운데 우리는 언어로 복잡한 뜻을 나타내면서도 서로의 의견을 언어로 교환하여 서로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하게 한다. 이 경우 ‘나’의 지혜로 움은 ‘너’를 이끌게 되어 모든 사람의 지혜가
한 사람의 지혜로까지 이 르게 된다. 시의 언어는 일상어의 꽃이다. 잡초와 같이 왕성하게 자라난 일상어 가 일단 시어詩語로 등장하면 야생화처럼 피워낸 꽃이 된다. 이른바 일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21 상어에서 발전을 거듭하면 시에 있어서의 시어가 된다. 일상생활에서 체험을 통하여 이어받은 언어는 기술이나 지식 따위를 바탕으로 하여 그 위에 더 높을 정도로 다시 새로운 발전을 거듭하게 되는데, 그것이 곧 언어의 힘이다. 바로 시어가 가지는 위대한 힘이다. 일상어는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의 오랜 우리 경험과 지혜 가 다 담겨 있다. 지극히 짧은 동안에 무한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일상 어로부터 어마어마한 지혜를 몸에 지니게 된다. 지혜뿐만이 아니라 아 름다움과 슬기로움, 그리고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 도 일상어로서 이루어 놓기도 한다. 그러나 시를 쓸 때마다 허공에 맴도는 양 보일 듯 말 듯한 새로운 세 계에로의 언어를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단 하루 잠시라도 언어를 떠나서는 살 수 없듯이 언어의 일상어의 사용은 끊임없이 이어 진다. 그 많은 일상어들이 쉬지 않고 이어지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있 는데, 왜 시어詩語로
차용하기가 그리 어렵기만 한 것일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사용하는 사회 구성원끼리의 약속에 의하여 이루어진 다. 그 이미지로의 언어는 이미 강제적으로 보편화되는 것으로 시는 보 편화를 재현하면서 사상에 활기를 주고, 다시 말하자면 우수한 실제, 실 제의 세계보다 고귀하고 더 선택된 새로운 세계를 낳게 하기 때문이다. 아기들이 ‘엄마’라는 말을 배우기 위해서는 ‘엄마’라는 말에 1,000회 이상 노출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른바 잡초와도 같은 언어의 일상어 속 에 조화로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러므로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들은 소 리에 주의를 기을이고, 조음기관을 통하여 다양한 소리를 내기를 좋아 한다고 한다. 그것은 곧 ‘옹알이’이다. 아기들은 이 옹알이를 통하여 여 러 말소리를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연습을 시작한다. 이 옹알이가 어느 정도 체계와 패턴을 갖추고 여기에 의미가 덧붙여지는 경우 아기는 처 음으로 언어를 산출하게 된다. 잡초 사이에서 야생화 꽃을 피워 풀밭을 아름답게 장식해놓고 있는 것이다. 시 와 정 신22 일상어가 지시하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다시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이 룰 수 없는 터전(言語 社會) 위에서 또 다른 일상어를 계속하여 구성해
놓는다. 일상어는 단순한 것이라 하더라도 한 개인이 그 짧은 형성에 이 를 수 있는 것보다 무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말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言衆)’ 사이에서 ‘너’와 ‘나’는 일상어에 의하여 서로의 뜻을 통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의 새로움을 창 출해 나갈 수 있으며, 또한 효율적인 효과를 얻어갈 수 있다. ‘너’와 ‘나’ 사이에 갈무리된 일상어는 모든 ‘우리’에게는 공통적이 고, 그리고 일상어 짜임은 그것을 사용하고 자라는 모든 ‘우리들’의 정 신을 좌우하는 힘이 있어서 대체로 모두 비슷한 생각 방식을 가지게 한 다. 그러므로 일상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구성원 자체와도 밀접한 관계 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시어詩語는 모든 ‘우리’들이 서로가 서로의 의 미를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으며, 시어 또한 보편적이요 객관적인 의미 를 가짐으로써 모든 우리의 공통적인 의미에 집결할 수 있어야 한다. 따 라서 잡초와도 같은 우리의 모든 일상어는 반드시 시어로서의 변용變 容을 도모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일상어로부터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상어는 이미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모아서 보관된 언어의 구조를 갖 고
있다. 이러한 일상어가 자라는 동안 우리의 생각의 곬을 만드는 힘 을 갖고 있으며, 그 일상어를 드러내 쓰고, 드러내 쓰인 언어를 통하여 갈무리하는 활동을 끊임없이 계속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일상어는 ‘너’와 ‘나’의 정신 활동의 원천을 이룬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자신의 뜻을 나타내고, 너와 나의 소통 을 길을 이루어준다. 그러므로 자칫 소중하되 소중하지 않은 언어로 인 식될 될 수 있는 상호간에 이해를 돈독하기 위하여 단순한 교환 수단으 로서만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어는 인식될 수 있는 인간 정신의 내적 힘에 의해서 ‘너’와 ‘나’의 중간에 놓지 않으면 안 될 참다운 언어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23 라고 말할 수 있다. ★ ★ ★ 간밤의 어둠은 유난히도 길다. 비바람이 몰아친다. 양철 지붕을 두드 리는 소리가 별스럽게도 거칠다. 그러나 그 소리는 잠시 후에 뚝 그친 다. 시각을 살펴보니 이미 01시를 넘고 있다. 밖의 사태를 걱정하면서 도 점차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사이 창밖으로 서서 히 밝음이 찾아온다. 요란스러운 밤의 어둠이 지나고 아침이 온다. 밝 은 아침이다. 간밤의 비로 인하여 깨끗이 씻긴 아침이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침이 눈부시다. 슬그머니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가슴 속까지 산뜻하게 밀려오는 기운이 온몸을 시원하게 맞아준다. 눈부신 햇살이 어제보다도 밝고 맑다. 눈부실 정도다. 뜨락 끝으로 이어진 잔 디밭의 푸르름에 힘이 넘친다. 울타리 너머로는 온통 푸르름이다. 짙푸 른 잡초의 터전이다. 이 같은 날이라면 잡초 뽑기에 최적이다. 다소 잡 초의 잔뿌리에 흙이 달라붙어 털어내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잡초의 뿌 리가 잘 뽑히니 참 좋은 날이다. 야생화는 잡초 사이에서 제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없다. 야생화가 가 지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잡초 사이에서 제대로 자 라나지도 못한다. 야생화라 불리는 꽃을 심어놓고 보면 야생화 사이에 서 잡초가 먼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물 사이의 잡 초처럼 야생화의 성장을 가로막으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는커녕 오 히려 야생화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잡초의 무서 운 번식력은 야생화의 성장을 막아버린다. 그렇다면 잡초와 야생화는 어떻게 구별 지어지는 것일까. 잡초雜草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들을 말한다. 야생화野生花는 산이나 들에
저절로 피는 꽃을 이르는 말이다. 시 와 정 신24 그러나 야생화 사이에서 잡초를 골라내기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야 생화 또한 본래부터 잡초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잡초를 뽑아내려 할 때 사람들은 굳이 야생화와 구분하려 한다. 야생화는 잘 자라나도록 보살 펴 주고, 잡초는 송두리째 뽑아내려고만 한다. 야생화라 불리어지는 잡 초에서 바라보면 반가운 일이겠지만 뽑혀지는 잡초에서 바라보면 비참 하기 이를 데 없다. 잡초는 사라지지 않는다. 두 눈앞에서 뽑히는 것은 분명 잡초지만, 뽑 아낸 자리에서 잡초는 다시 뿌리를 내린다. 잡초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 는다. 그렇다. 잡초는 뽑아내고 뒤돌아보면 어느 사이 자라나 있다는 말 을 실감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그리도 빠른 성장을 보이 는 것일까.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시간과 공간을 가득 메워버리는 잡 초, 그 힘이 어디에서 솟아 나오는 것일까. 짙푸른 잡초는 아무리 뽑아 도 사라지지 않는다. 야생화도 잡초 사이에서 보아야 제대로 꽃같이 보 인다. 일상어가 시 속에서 잘 자라난다면 어엿한 시어가 되어 짙푸른 한 편의 시작품으로 탄생되어진다. 짙푸른 잡초가 자구를 살린다.◆☻◆ 구재기 충남 서천 출생.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목마르다』, 『제일로 작은 그릇』, 『겨울나무, 서다』 등 20 여권과 시선집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등 출간. 충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대한민국향토문학상, 충남시협본상, 정훈문학상, 한남 문인상, 신석초문학상, 한국문학상 등 수상. 현 사)한국문인협회 부 이사장.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25 시와 지각 경험 _ 권덕하 1. 혼자 있기 잠 깨어 달콤한 꿈의 여운이 몸에 머물러 있을 때는 기분이 좋습니다. 숙면에서 스스로 깨어나 새로 간 베갯잇과 이불의 촉감을 느낄 때 몸 이 사뭇 가뿐합니다. 서둘러 해야 할 일이 없는 휴일 아침이라면 우리 는 더욱 행복할 것입니다. 바로 불을 켜지 않고 어렴풋이 밝아오는 미 명을 맞이하는 숨결을 처음처럼 느낍니다. 숨의 술어가 ‘쉬다’라니 신 기합니다. 새삼스레, 숨결이 말의 결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눈 감은 채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봅니다. 심호흡하며 제 숨소리를 듣 습니다. 들숨과 날숨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때 우리는 몸에게 고마움 을 느낍니다. 목숨은 호흡을 통해 이렇게 있고 이어집니다. 시인은 이런 삶을 한 호 흡이라 부릅니다.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