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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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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

발 간 사 민원은 국민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행정기관은 법과 규정에 따라 민원 업무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 에서 민원인과 현장 담당자 간, 오해가 없도록 하는 소통(疏通)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행정기관은 민원인에게 친절, 신속한 정보 제공,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 개선, 불편을 초래한 경우 즉시 시정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민원은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소통’이 문제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제도의 경우에는 문제의 여지가 더 생길 수 있습니다. 정책을 만들 때는 완벽을 기하지만, 실행하는 과정에서 미흡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새로운 제도의 정착을 위한 시간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공익직불제 도입’에 관련된 업무는 민원인과 담당자 간의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될 거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노력은 일방적으로만 흘러갈 수는 없습니다. 소통은 양방의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원에서는 현장 담당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민원’에 대한 ‘수기 공모전’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 충남지원 직원분들이 수고

해주셨습니다. 충남지원 관할 현장 담당자 수기 27편, 사무소장 수기 1편을 모았습니다. 이는 충남지원 글쓰기 동아리 분들의 보완· 편집과정을 거쳐 수기집으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행정 기관에서는 민원과 관련된 사례를 모은 적은 있어도, 이처럼 담당 자의 생각이 깃든 수기집을 발간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민원 수기집’은 고품질의 민원을 국민에게 제공하면서, 현장 담당자의 인권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공익직불제의 본격 도입에 따라 증가하게 될 민원과 관련하여, 민원인과 담당자 간의 소통을 재고하는 데도 의미 있는 자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원 업무의 다양한 민원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며, 민원 수기집 발간을 위해 애써주신 충남지원장 이하 직원분들과 지금도 현장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농관원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0년 10월 노 수 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들어 가며 수기 내용에 많이 언급되는 농업경영체 등록과 공익직불제도에 대해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간략히 소개합니다. 농업경영체 등록제

1. 농업경영체 등록이란? 농업인 및 농업법인의 농지ㆍ축사ㆍ원예시설 등 생산수단, 생산농산물, 생산방법 및 가축사육 마릿수 등 농업경영정보를 등록하는 제도 * 법적근거: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09.10.시행) 2. 등록 정보 활용 - 공익직불제, 농업용 면세유 공급 등 각종 농림사업 시행 시, 지원대상 선정* 및 지원규모 검증 * 농업ㆍ농촌 관련 융자ㆍ보조금 등을 지원받으려는 농업경영체는 농업 경영정보를 등록해야 함 - 농가 개별정보의 통합ㆍ관리를 통해 데이터 기반 과학농정 추진 및 지역별ㆍ농가 유형별 맞춤형 농정 지원 3. 등록 절차 신규·변경 신청 서류·현지 확인 → → 농업경영체 등록 - 주민등록지 농관원 - 실제 경작여부 등 - 신청 시 제출서류: 농지의 실경작 증빙자료(자경은 경작사실확 인서, 임차는 임대차계약서), 농자재구매(또는 농산물판매)영수증 등 - 확인: 농업인(경영주, 경영주 외 농업인) 요건, 실제 경작여부 및 면적 등 - 등록 확인서 발급처: 농관원 지원ㆍ사무소, 무인민원발급기, 읍면동사무소 공익직불제 1. 공익직불제란? 농업활동을 통해 환경보전, 농촌 공동체 유지, 먹거리 안전 등 공익기능을 증진하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 - 농지 및 농업인 조건, 농업경영체 등록 등 의무준수사항(17개) 충족 시 지급 * 법적근거: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2020.5.시행) 2. 직불제도 개편 <종 전> <현 행> 고정 쌀소득보전직불 소농직불 변동 공 기본형 고정 밭농업직불 익 면적직불 논 이모작 → 직 조건불리지역직불 경관보전직불 불 경관보전직불 선택형 친환경직불 친환경직불 논활용직불 3. 기본형 공익직불제 ㅇ 사업 구조 소규모 농가 직불금 구분 면적직불금 (소농직불금) 경작면적 0.1~0.5ha이하의 농가 지급 대상 * 거주지, 소득 등 7가지 조건 소농직불금 대상을 제외한 농가 충족 시 지급 단가 농가당 연 120만원 구간별 역진적 단가 적용 ㅇ 면적직불금 지급 단가 (단위: 만원/ha) 2ha이하 2ha초과∼6ha이하 6ha초과 구분 (1구간) (2구간) (3구간) 논 ․ 밭 진흥지역 205 197 189 논 비진흥지역 178 170 162 밭 비진흥지역 134 117 100 차 례 CONTENS 입상작

······························································································ 1 주적심허(做賊心虛) ··········································································· 3 그 분 목소리(경영체 민원 전화를 대신 받은 날) ·························· 7 우리 조직의 민원 대응 이대로 괜찮은가? ··································· 12 마지막은 순한 양이 되었다 ·························································· 16 상처 난 내 영혼의 민원은 누가 처리해 주나요 ·························· 20 무조건 신청만 하면 주는 보조금이 있을까? ······························· 26 수기 모음 ······················································································ 31 백발의

어르신과 사무소장 ···························································· 33 120분간의 사투 끝에 남은 허무한 상처 ····································· 38 그 여름 8월 ··················································································· 43 그래, 할 수 있어! ·········································································· 47 나의 하루(농업경영체 조사원으로의 삶) ······································ 50 당신은 그 일이 천직인가 보다! ···················································· 53 들깨밭 그 사나이 ·········································································· 56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못 산다고요?

······································· 59 미나리와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 63 미워도 다시 한번 ·········································································· 66 민원인은 내 안에도 있다 ······························································ 69 민원인의 두 얼굴 ·········································································· 72 반면교사(反面敎師) ········································································· 76 부적합 농지의 숨겨진 비밀 ·························································· 80 시스템 오류에 따른 오해와 불편 민원 ········································ 85 어느

할아버지의 ‘너 이름이 머여?’ ············································· 87 역지사지(易地思之) ········································································· 91 오늘은 잘 풀릴 것만 같다 ···························································· 96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 100 원장 보고 전화하라고 해 ···························································· 103 참아야 하느니라! ········································································· 106 풀 수 없는 문제의 답 ································································· 110 맺음말

·························································································· 113 부 록 ···························································································· 117 특이 민원 대응 요령 ··································································· 119 타 기관 민원 법적 대응 사례 ···················································· 130 민원 관련 해외 참고자료 ···························································· 132 민원 수기집이 발간되기 까지 ····················································· 136 입 상 작 입 상 작•1 주적심허(做賊心虛) 경험 · 이미열 글 · 남선화, 최경선 이 미 열 2020년,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세차게 흔들었다. 새해에 대한 부푼

기대보단 막연한 불안과 걱정으로 분위기가 가라앉고, 공익 1) 직불제 로 분주한 민원실에도 무거운 공기가 깔렸다. 5월 어느 오후, 민원인 A씨가 농업경영체 신규 등록을 하러 2) 왔다. A씨는 내 앞으로 신청서류를 쑥 내밀며 바쁘니까 빨리 처리해 달라고 했다. 아침부터 계속된 민원에 지친 탓일까, 그의 재촉하는 듯한 말투에 신경이 쓰이고, 좋지 않은 예감이 스쳤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의자를 당겨 앉았다. 최대한 목소리에 친절을 담아 조심스럽게 상담을 시작했다. 모니터에 신청 농지의 항공사진을 띄웠다. 잡목과 컨테이너가 1) 농업활동을 통해 환경보전, 농촌 공동체 유지, 먹거리 안전 등 공익을 증진 하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 2)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입 상 작•3 뒤섞여 있었고, 농사를 짓고 있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니터 화면을 A씨에게 보여드리고 현재 상태와 같은지 확인해 보았다. 그로부터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항공사진을 보여드리면서, 3) 이러한 부분은 폐경 이기 때문에 신청면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더하여 농사짓는 땅이 맞는지, 300평이 넘는지에 대한 현장 확인을

한 후에 농업경영체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드렸다. A씨는 힘들게 농사짓고 있는데 전부 등록해 달라고 했다. 그리 고는 반말이 시작되었다. “현장 조사? 나만 하는 거 아냐?” 규정상 폐경은 경영체로 등록할 수 없고, 신규 등록의 경우 현장 조사가 필수임을 거듭하여 설명해 드렸지만, 그는 이해하려하지 않았고 다른 질문을 시작했다. 문중 소유의 땅을 본인이 농사짓고 있는데, 경영체 등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나는 다른 사람 소유 농지를 등록 하려면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하다고 알려드렸다. 그러자 아버지가 문중 땅을 등록할 때는 그냥 해줬는데, 자기한테는 왜 임대차 계약서를 요구 하고, 가족 땅 농사짓는 데 계약서 쓰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법적 근거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업무처리지침이 눈에 띄었고, 나는 A씨에게 해당 조문을 보여 드렸다. 그는 한참을 뚫어질 듯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3) 작물의 경작지로 쓰던 농지에 잡목의 점유, 콘크리트 시설물 및 묘지 등이 설치되어 상당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복구가 불가능하여 농지의 기능을 상실한 경우 4•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 “이런 거 말고 법적

근거를 가져오라고! C발 XX! 어디 지침 같은 것을 가져와서 안 된다고!” 순간 숨이 탁 막히고 정신이 아찔했다. 익숙한 단어들이 눈앞에 떠올라 정열하고 있었다. ‘친절을 국으로 말아 먹었냐?’ ‘일 똑바 로 안 해?’ ‘직원교육이 왜 이래?’ 오랜 기간 쌓여온 마음의 상처를 얼기설기 꿰맨 자리가 뜯어져 올라왔다. 익숙해질 수 없는 아픔이고 설움이었다. A씨가 원망 스럽고, 한편으로는 큰 소란에 다른 민원인들이 놀라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때 나이 지긋한 이장님이 도움의 손길을 주셨다.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기준에 안 맞는다고 하잖아요. 왜 소란을 피워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줍니까?” A씨는 반말로 거칠게 대꾸했다.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제삼자는 빠져! 알지도 못하는 게!”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가슴속 깊이 솟구치는 분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더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옆 사무실 계장님이 큰 소리에 놀라 급히 민원실로 뛰어오셨다. 상황 파악을 하신 후, A씨를 다독여서 휴게실로 들어가셨다.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해 울고 있을 때 내 편에 서 주었던 사촌 오빠가 떠올랐다. 살며시 등을 토닥여주던 사촌오빠의 손도

느껴 졌다. 코끝이 시큰해지고 가슴이 뭉클했다. 퇴근 시간이 다되어 휴게실 문이 열렸다. A씨는 법적 근거를 공문으로 달라는 말을 뒤로하고 출입구로 향했다. 다음 날 그의 요청에 따라 경영체 신규 등록에 관한 전반 사항과 업무 처리 절차를 보냈다. 입 상 작•5 그날 오후, 계장님과 경영체 신청 농지 2곳을 조사하러 나갔다. 첫 번째 농지에는 잡풀만 무성했다. 두 번째 농지에는 매실나무와 감나무 몇 그루, 그리고 컨테이너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항공 사진엔 드러나지 않았던 묘지도 군데군데 있었다. 농사를 짓는다고 신청한 농지 2곳 모두 농사의 흔적은 없었다. ‘주적심허(做賊 心虛)’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A씨의 ‘제 발 저림’은 반말과 큰 소리로 변하여 내 마음을 다치게 하고, 다른 민원인 분들에게도 피해를 끼쳤던 것이다. 농업경영체 등록은 보류되었다. A씨에게 ‘농작물을 심고 연락을 주시면 등록기준에 맞는지 확인 후 처리해 드리겠다.’ 말씀 드리고 이번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A씨의 민원은 마음에 상처 하나를 더 새기고, 허무하게 끝났다. 하지만 크게 얻은 것도 있었다. 이번 일로 감사하고 고마운 분 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나서 주신 이장님 같은 분들이 계시다. 함께 일하는 든든한 동료 들도 있다. 불편한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일 또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무거운 짐은 같이 들어 나르고, 고충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규정을 잘 숙지해 전문성을 높이고, 더욱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친절한 상담으로 많은 분께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6•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 그 분 목소리 (경영체 민원 전화를 대신 받은 날) 경험 · 박선영 글 · 김형래 박 선 영 우리 사무소의 아침은 항상 비슷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여덟 시 부터 울리는 전화벨과 아홉 시가 채 되기도 전에 사무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시는 농민 분들 덕에 이제 막 출근한 직원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외투를 벗을 시간도 없이 컴퓨터 전원을 켜면, 점심시간까지 숨 돌릴 틈은 없다. 간혹 조사원 뒤에 서서 함께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며 신청한 민원이 처리되는 과정을 살펴보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게 우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업경영체 등록 4) 조사원들의 아주 평범한 일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구도 민원 전화 응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영체 민원 접수대에서는 방문 민원인을 응대하느라 제때 전화를 받기 어렵고, 늦게 받은 전화는 자칫 바쁜 농업인 분들께 손해를 4)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입 상 작•7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화벨이 세 번 이상 울리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화를 대신 받고 인적사항, 용건 등을 메모한 후 경영체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어느덧 원산지 보조원인 나도 농업경영체 등록 확인서 발급 등 간단한 업무에는 일차적인 내용 확인 후 담당자에게 연결해 줄 수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여느 때처럼 바쁘고 정신 없는, 사무소의 아주 평범한 오후였다. “안녕하세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 까요?” “음…, 그거 있잖아, 농사짓는 거, 그 확인받는 거….” 말끝을 흐리시는 품이 예사롭지 않다. 그간의 경험상 농업경영체 등록 확인서를 말씀하시는 건가 싶어 여쭤보니 계속 머뭇거리신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인적사항을 여쭤본다. “집 주소가 금산으로 되어 있으신가요?” “음…, 금산에 살지.” “성함과

생년월일을 알려 주시겠어요?” 이상하다. 농림사업의 신청에서 정산까지 모든 과정이 전산화되어 있는 농림사업정보시스템(아그릭스)상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다. “선생님, 시스템상에서 검색이 안 되는데요, 주소지가 금산이 맞으세요?” “뭔 소리야! 내가 작년에도 받았는데 안 되긴 뭐가 안 돼!” “죄송합니다, 도와드리려고 전화를 대신 받았는데 제 업무가 아니 라서 경영체 담당자분께 돌려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8•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역정을 뒤로하고, 서둘러 경영체 담당자 에게 전화를 돌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금산에 산다던 그분은 주소지가 대전이었다. 그래서 내가 시스템에서 설정한 거주지 기준으로는 조회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화를 돌려받은 담당자의 업무 처리는 달랐다. 조회 조건을 거주지가 아닌 농지 기준으로 설정하여 확인서를 출력하고 기타 직불 신청에 대한 친절 하고 숙련된 안내가 이어졌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던 전화는 갑자기 분위기를 바꿔 소장님을 찾기 시작했다. ‘어디서 담당자도 아닌 놈이 전화를 받냐’며 말귀도 못 알아먹고 내 시간 잡아먹은 건 누가 책임질 거냐’며 본격적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사이 팀장님을 거쳐 기어이 소장님께 전화가 돌려졌다. 생전 처음 겪는 초조함에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민원인 께서 겪은 불편은 이해가 되면서도, 조금이라도 사무실과 농민에게 도움이 되고자 내 업무가 아닌 전화 한통을 대신 받은 대가치곤 사태의 심각성이 너무 중하다고 생각했다. 소장님께서는 이십여 분 후 사무실로 내려오셨다. “직원들 교육을 똑바로 시키라고 하시더라고.” 이미 표정으로 울고 있는 내게 소장님은 차분히 말을 이어가셨다. 평생 처음 듣는 욕설 속에서도 소장님은 사무소에 인력이 부족하여 민원 응대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 하려다가 발생한 일이라며 용서를 구하셨다고 한다. 말씀 끝에는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내미시며, 민원인께서 내 사과를 원한다고 입 상 작•9 하셨다. 사무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너무 커서 내 억울함이나 상처는 돌볼 겨를도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그분의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은 상대방의 거친 숨소리가 소장님께 쏟아냈을 막말과 욕설을 짐작케 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원산지 업무를 보는

박○○입니다. 제가 업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를 받는 바람에 신속하게 업무처리를 도와드리지 못하고 선생님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다야? 뭣도 모르면서 전화를 왜 받아? 아니, 당신 거기서 그 따위로 하면서 그러고도 돈 받고 일하는 거야? 내가 낸 세금이나 축내고, 백 번 사과해!!!” 순간 억울함, 서러움 따위의 감정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이미 여러 명이 나로 인해 고생한 상황에서 이 일을 매듭지을 다른 방법은 없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 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 몇 번을 했는지 헤아리지도 못할 만큼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던 어느 순간, ‘진짜 멍청하네, 죄송합니다 곱하기 백 하면 되잖아?’라는 비아냥거림에 이어 ‘딱’하는 신경질적인 파열음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걱정스레 나만 바라보고 있을 직원들의 표정이 눈에 선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날이 어떻게 마무리가 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퇴근을 했고, 무슨 반찬으로 저녁을 먹었고, 어떻게 잠자리에 들었는지. 그날은 너무나도 선명 10•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흐릿하다.

다만, 그분의 목소리만큼은 한참 동안 생생해서, 한 달 정도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지금도 가끔씩 비슷한 목소리나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흠칫 놀라곤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사무실 한 편을 지키고 있다. 입 상 작•11 우리 조직의 민원 대응 이대로 괜찮은가? 경험 · 오세천 글 · 오세천, 김형래 오 세 천 관공서나 기업체를 막론하고 모든 민원 관련 조직은 항성 악성 민원에 가슴을 졸인다. 전화 상담원과 같은 고객 대응 최일선 근로자들이 각종 성희롱, 폭언 등에 시달려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질병을 얻는 경우를 여러 매체를 통해 종종 접하게 된다. 우리 조직 역시 많은 민원 담당자들이 마치 죄인과 같은 자세로 민원인을 대하고,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항상 의기소침해 있다. 2015년 8월 지자체에서 전입해 온 나의 첫 발령지는 내가 나고, 자란 충남 아산이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라는 조직에 몸담고 처음 느낀 점은 친절함과 유약함 그리고 실망스러움이었다. 아산은 산업단지 등의 지역 개발로 땅값이 많이 올라 농업 6) 경영체 및 직불제 업무를 하기에 아주 민감한 지역 중 하나다. 5) 5)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6) 직접지불제도의 줄임말로, 농업인에게 직접 소득을 보조하여 주는 제도 12•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 우리 원 방문 민원의 대략 90% 이상이 농업경영체와 직불금 관련 업무이고, 그 많은 민원을 조사원들이 대응하고 있었다. 악성 민원의 발생빈도가 상당히 높지만 농업경영체 담당자를 비롯한 직원들 중 누구 한 명 선뜻 나서서 도와주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한 달 여 기간이 지나고 조직에 어느 정도 적응한 후, 농업경영체 담당자가 아니었음에도 정말 많은 악성 민원인을 상대했다. 민원 인이 소리 지르면 나도 같이 소리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면 지체 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모두가 꺼려 하는 농업경영체 업무를 직접 맡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민원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직접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민원인이 아니라 우리 조직의 대처가 미흡했던 건이다. 우선 모 영농조합법인의 대표가 농업인 확인서 발급을 요청하여 지침에 따라 필요서류와 절차를 설명하였다. 하지만 이윽고 ‘내가 누군지 모르냐’로 시작되는 지역 유지 특유의 접근방법이 시작되었다. 규정을 준수하기 위하여 나 또한 전혀

굽히지 않고 대응을 하였으나 나에게 돌아온 것은 ‘민원 발생하게 하지 말고 바로 농업인확인서를 발급해 줘라’라는 본원의 전화 한 통이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자기 건물 4층 옥상에서 벌을 키우는 지역 신문 기자가 축산업(양봉)으로 농업경영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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