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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학교에서는 종종 원어민들의 아랍              인지 탐구해야만 했다. 너무나
            어를 들을 수 있었고, 취미삼아 듣기 시작            광범위한 주제 앞에 하루에도
            한 학교어학센터의 아랍어 수업도 2년간              몇 번씩 한국으로 돌아가 고향
            꾸준히 들으면서, 다양한 문화와 뉴스를              에서의 변호사개업을 구상했
            접할 수 있었다.                          다. 어느 가을 날, 나는 정말로
                                               귀국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지
            새로운 계약법의 등장                        도교수와의 마지막 미팅도 준
                 2016년도에는 큰 사건이 있었다.           비했었다.
            프랑스민법전이 2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도교수와의 작별인사           2019. 6.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위치한 프랑스 헌법위원회 방문기념 촬영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였는데, 그 유명한             는 팡테옹에서 가장 가까운 카
            <프랑스 채권법개정>이다. 국내의 프랑              페에서 잡혀 있었다. 나는 그간의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
            스법 학자들에게는 축제와도 같은 일이었              러자 그간 복잡했던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이것이 바로 자유일까? 마치 계약의 구속
            지만, 먼 타국에서 곤궁한 생계를 이어가             력으로부터 벗어난 계약자처럼 내 마음도 인생도 한없이 자유로워졌다. 그때서야 나는 계
            고 있던 유학생에게는 엄청난 시련의 시              약의 해제에 대해서 조금은 더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다름이 아니라 ‘자유’에 대
            작이었다. 게다가 추가적인 보완입법까지              해서 탐구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자유’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하는 유동적 개념이라는
            진행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나는 그간 다              사실을 깨달았다.
            듬어온 논문의 목차를 떠나 논문주제에
            대해서도 24시간 내내 고민하기 시작했              박사학위 수여
            다. 결국 프랑스 채권법개정을 핑계로 ‘계                 2019. 3. 25. 드디어 박사학위 논문심사가 있었다. 심사위원 이름을 잘못 적은 논문
            약의 해제’를 박사논문의 주제로 변경하              표지를 고치느라 주말 내내 문 닫은 인쇄소를 두드리고 다녔기에, 월요일 아침이었던 사
            게 되었다. 수많은 박사논문과 개정채권              실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오전 10시부터 심사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심사위원들은 평소에
            법 교과서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이제 글             는 하지 않던 의상준비를 하느라 15분 정도 늦게 오고 있었다. 강의실 창밖으로 심사위원
            을 좀 써보려고 했더니 곧이어 일본에서              들이 빨간 옷을 휘날리며 걸어왔고, 어느덧 내 눈앞에 섰다. 100번은 족히 읽고 외웠을 발
            도 민법개정이 진행되었고, 2018년도에는            표문을 결국은 읽어 내려갔다. 웃어야 할 부분에서 심사위원들이 사뭇 더 진지해져서 심적
            프랑스 채권법개정을 보완하기 위한 보완              압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심사위원 중 두 분께서는 프랑스군이 2차 대전 때 독일군을
            법률도 통과되었다.                         상대하듯 나의 주장과 글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셨다. 2시간 동안 격렬한 토론이 이어
                 계약의 해제는 참으로 어려운 주제            졌는데, 우군이라고 믿었던 지도교수는 스위스 마냥 중립을 선언하고 앉아 있었다.
            였다. 계약을 인간의 삶이라 본다면, 계약
            의 해제는 인간의 죽음에 해당했다. 죽음             유학생활을 마치며
            을 알기 위해서는 삶을 알아야 하듯이, 계                 돌아보면 학부 전공(수학,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무관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했다
            약의 해제를 알기 위해서는 계약이 무엇              는 사실은 무모했다. 많은 친구들과 동료들의 따뜻한 도움이 없었다면 나의 유학생활이 졸
                                                                     업이라는 결실은 맺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 와
                                                                     서 남은 것은 두꺼운 서류들이 아니고, 추억과 사람들이었
                                                                     다. 지금도 가끔은 유학시절 만난 친구들과 서울의 프랑스
                                                                     식당에서 옛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귀국 후에는 학술논문을 집필하기도 하고, 변호사 생
                                                                     활을 시작하며 각종 시민단체 활동을 참여해 왔다. 올 가을
                                                                     에는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에서 전공과목으로 강의
                                                                     하고 있는 ‘에너지법 개론’이 세 번째 해를 맞이한다. 또 이번
                                                                     여름부터는 고향인 경남 양산에서 분사무소 소장으로서 업
            박사학위 심사를 마친 후 심사위원들과 함께한 기념촬영. 왼쪽부터 마리-크리스틴 오트랑 교수,
            샤를-에두아르 뷔세 교수, 필자, 무스타파 메키 교수, 필립 뒤피쇼 교수, 필립 쇼비르,
                                                                     무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안느 에티에네 드 셍트 마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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