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2022 코리안리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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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도 장점화 할 수 있는 것이 미니멀리즘 을 편집하거나 클라이언트와 연락을 주고받는 업무 시간도
“2022년 5월 기준, 아내의 재산목록과 마스크를 제외하면 상당합니다. 강박증이 있어서 하루를 온전히 쉬는 건 잘 못
저는 77개의 재산(물건)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휴대하지 해요. 꾸준히 움직여야 마음이 안정도되거든요.”
않은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된 건 없습니다. 현재 휴대
중인 물건만 마치 소유한 물건 전부처럼 말장난하는 건 좋 유목 생활이란,여백이 많은 도화지 같은 느낌
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 이밖에도 박건우 작가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만 남겼을 뿐
기적으로 소지품을 공개하면서 언행을 ‘박제’합니다.” 인데 이동 반경이 범우주적으로 넓어졌다”라며 부부 각자
박건우 작가는 공개하지 않은 아내의 살림을 합치더라도 의 삶의 방식과 선택을 존중해 머무는 지역과 목적을 달리
두 사람의 재산은 200개가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샴푸와 하기도 한다.
치약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이동 시 무겁고, 환경에 도 “둘이 함께 방문한 나라는 30개국 정도 됩니다. 함께 반년
움이 되지 않으며, 생활에도 지장 없어서’라는 게 그의 설명 이상 거주했던 나라는 호주, 인도, 한국, 일본, 베트남이 있
이다. 고 체류일로만 따지면 태국과 대만에서도 반년 이상 있었
어요. 결혼 후 저 혼자 대만 어학연수, 뉴질랜드 워킹홀리
‘어느 삶이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일 것’이라는 생각은 이들 데이를 짧게 다녀왔습니다. 아내도 지인의 육아를 도와주
부부에게는 편견이다. “미니멀리즘의 단점은 무엇인가?” 기 위해 두어 달 태국에 혼자 방문했고요. 기혼자가 혼자
라는 질문에 그는 “미니멀리즘은 단점이 없다!”라는 답변 어학연수와 워킹홀리데이(실제로는 워킹만 하다 옴), 육아
을 선사했다. 를 도우러 가는 건 부부 사이에 신뢰를 깰 요소가 없잖아
“사실 미니멀리즘의 단점은 없어요. 하지만 단점이 없다고 요. 그래서 제대로 된 목표와 설명이 뒤따르면 기혼자라는
말하면서 장점만 말하면 설득력도 없고 균형도 맞지 않아 이유만으로 서로를 단념시키는 설득은 하지 않습니다. 여
서 억지로 단점을 말해왔지만, 대부분은 단순 구색 갖추기 기까지 읽으셨으면 눈치로 아시겠지만, 자녀는 없습니다.
였습니다. 심지어 단점을 장점화 할 수도 있어요. 가령 “집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에 손님을 응대할 물건이 없으니 초대하기 어렵다”라는 게
단점이라면 저희에게는 엄청난 장점이 돼요. 둘 다 나름 도시 정착민이 본 유목민의 삶에 대해서도 계속 묻고 싶었
‘깔끔쟁이’라서 집에서까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거든요. 다. 유목 생활의 피로감은 없을지, 그래서 정착하고 싶은
초대할 집도 없지만요.” (웃음) 생각은 없는지가 묻고 싶었다. 계획 없는 살림과 인생을 이
야기하지만, 그래도 ‘인생 계획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라는
‘언제나 가벼운’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마음만 먹으 궁금증을 인터뷰 하는 내내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면 어디든, 언제나 떠날 수 있다. 저렴한 항공권으로 갈 수 “저희는 다시 태어나도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다음 생애,
있는 나라와 날짜로 결정된다는 여정, 항공권 구입 노하우 다다음 생애의 행복을 지금 다 끌어 쓰는 게 아닐까 싶을 나에게 가치 있는 삶과 소비란 어 놓으세요. 은연중에 버리는 게 낫다는 세뇌가 들어갈 겁
도 남다를 것 같다는 물음에는 “내 형편에 맞는 날짜를 고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이동으로 인한 피로감이 있을 때 이쯤 되면 박건우 작가가 예찬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실천 니다. (웃음) 끝으로, ‘필요 최소 주의’인 미니멀리즘은 절대
르지 말고, 항공권 가격을 보고 그 날짜에 가세요”라고 답 는 잠시 멈추면 되니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가방 한 개로 하기가 궁금해질 터. 실천이 삶이 되기까지 그가 추천하 정신의 승리가 아닙니다. 한때의 찰나도 아닙니다. 살아가
했다. 다니는 유목 생활은 여백이 많은 도화지 같은 느낌입니 는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은 박스 버리기를 시작으로, 물건 는데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소유하면 아주 많은 일들
“어제도 항공권을 검색했는데요, 호주 시드니를 보다가 독 다. 그릴 곳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하죠. 미래에 대한 계 을 하나씩 정리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하지만 추억이 담긴 이 가능해집니다. 저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분들이 가
일 프랑크푸르트를 봤습니다. 그 정도로 기준이 없다고 이 획이요? 지나치게 건강할 것 외에는 없습니다. 사실 미래 물건을 마주하면 미니멀 라이프 실천은 인생의 가장 큰 고 장 많이 고백하는 ‘대리 만족’과 ‘부러움’은 미니멀리스트가
해하시면 됩니다. 숙소에 영상 작업이 가능한 책상과 마을 에 대한 언급을 좋아하지 않아요. 미래에 대한 언급을 자 비로 다가온다. “현재 상황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되면 ‘직접 만족’과 ‘실천의 계획’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다
공원만 있다면 어디를 가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간다고 주 할수록 양치기 소년이 되는 것도 싫습니다. 가끔 우리 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팁은 없습니다. 이는 지금 마 시 말해 물건을 필요 최소한으로 소유하면 아주 많은 일들
해도 일주일에 절반은 숙소에서 일만 하므로 저는 책상 높 의 미래를 노후와 연결하여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부 음 어딘가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그럴 때 이 가능해집니다. 황제도 욕망이 없는 사람에게는 적수가
이와 의자 쿠션만 따질 뿐입니다. 저희 생활을 곁다리로 보 부가 미니멀리스트면 이미 노후 준비는 끝났다고 보시면 는 무리해서 버리려 하지 마시고 유튜브 미니멀 유목민의 될 수 없다고 합니다. 부디 존귀한 노동으로 얻은 돈을 가
면 ‘팔자 좋은 여행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영상 됩니다.” ‘1일 1영상 미니멀하기(100일)’ 영상을 자동 재생으로 틀 격이 아닌 가치를 위해 사용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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