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
물과 같은 사람은
겨울을 무시할 수 없다
쉽게 얼어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껏 잠겨 있던
이, 목구비가
비로소 세상을 마주했을 때조차
얼음 덩어리에 막히고 만다
울고 싶은데 울 수 없다
막혀오는데 들이쉴 수 없다
차오르는데 뱉을 수 없다
그저 덩어리처럼
가만히 서 있을 뿐
아니, 차라리 나은 걸 수도
안고 갈 수 없다면 버리자
흘리기보다 머무는 것에 감사하기로
성에 낀 눈곱은 떼어버리고
콧속 고드름은 뽑아버리고
박정현 | 거미를 위하여 57
박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