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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바쁘다며 찾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화가 있었고, 이에 아들
을 불러 대화를 통해 환자의 억울함을 푸니, 놀랍게도 곧 장운동이 정상
적으로 작용하여 환자는 일주일 후에 퇴원하게 되었어요. 한의학에서는
이 증상을 간기울결이라고 설명하지요. 장을 움직이는 자율신경계 등 모
든 신경이 억울한 것 때문에 멈춰서 장 마비가 온 거였죠.
레지던트 3년차 때는 중환자실에서 일곱 대가 넘는 기계를 사용하며 위
급한 환자를 살리려 노력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의사인 아버지께서 진
맥을 하시더니 ‘사맥(死脈)이니 포기하라.’고 하셨고, 실제로 그 환자는 24
시간 내에 사망했어요.
들을수록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신기한 경험들이네요.
A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의사와 한의사는 병과 환자를 보는 시각 자체가 정
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또한 아무리 의학이 발달한다 해도 그 관점
의 변화는 힘들겠다는 것도 느꼈고요. 그리하여 레지던트 4년 차, 교수가
될 수도 있었지만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어요.
전문의 시험과 한의대 편입시험을 동시에 준비했고, 둘 다 합격하며 한
의대생이 되었어요. 재학 중에는 주말마다 아버지의 한의원에서 미래의
한의사로서의 한의학적인 소양을 습득함과 동시에 외과 전문의로서의
지식을 이용해서 병을 이해하며 경험을 쌓았어요.
임채선 _ 통합의학의 꿈, 외과의사가 한의학을 만나다 2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