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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설령 영화를 즐겨보지 않더라도 영화 감상
                은 일반적으로 휴식에 가깝지 노동은 아니다(영화 감상이 직업이 된다면 노동이 될 수
                도 있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나는 현재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과
                관련된 업무를 꽤 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처음에 영화를 좋아해서 그저 열심히
                봤을 뿐인데 그 취미가 확장되면서 관련된 업무도 하게 된 것이다.


                     한 때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매너리즘을 겪던 시기가 있었다. 원래도 영화를 좋
                아했지만 당시에는 영화를 더 자주, 더 많이, 시간이 되는대로 계속 보았다. 그러다보니
                한 달에 본 영화가 20편을 훌쩍 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영화가 주된 업이 아
                닌 이상에야 일과 병행하면서 영화를 이렇게 많이 보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그렇게 홀린 듯이 영화를 많이 보게된 이유는, 영화 <라라랜드>로 처음 봤던 배우
                라이언 고슬링을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다시 만나 소위 ‘필’이 꽂혀버렸기 때
                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왜인지 알 수 없으나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라이언 고슬링을
                보고 그 배우가 <라라랜드>의 그 배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라라랜드>에서는 아
                무 감흥이 없었는데 갑자기 확 관심이 생기면서 라이언 고슬링이 나오는 영화는 죄다
                찾아봤다.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힘든 작품이 아니라면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한 영화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거의 다 봤다는 자부심마저 있을 정도다. 영화를 살펴보면, 그가 법
                조인(검사)으로 나와 놓칠 것 같은 범인을 잡거나, 선거전략가로서 통쾌한 한 방을 날
                리거나, 돈많고 잘생긴 세상 부러운 한량이거나, 변하는 사랑을 지켜만 봐야하는 현실
                남편이거나, 영원한 사랑을 죽을 때까지 지킨 비현실같은 남편 등 그는 오만가지 역할
                을 멋있게 보여 주었다. 매너리즘에 허덕이면서 라이언 고슬링에 빠져있던 나는 신기
                하게도 그가 출연한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매너리즘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시간이 흐
                를만큼 흘러 매너리즘이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영화를 보며 가능성은 제로(0)에 수렴
                하지만 ‘만약 라이언 고슬링에게 변호사가 필요하다면 나도 할 수 있는데(하고 싶은데)’
                                                                                     고봉주 변호사
                라는 헛된 망상을 꾸면서 현실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다시 집중하게 된 것이다.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
                     고백하건대 나는 법조인이 되기 전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도 영화의 도움을 받았                      정> 저자, <더뮤지컬>
                                                                                     칼럼 연재 중, EBS 라디
                다. 시험에 다 떨어지고 그 당시 인생에서 가장 큰 절망을 겪고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오 <도진기의 오천만의
                일이라곤 영화를 보는 것 밖에 없었다. 다른 방향을 생각하기에는 마음이 준비되지 않
                                                                                     변호인>의 ‘씨네 리뷰’
                았고, 그렇다고 공부에 파묻히기에도 너무 지쳐서 책을 보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                       출연 중
                은 마음이 전혀 없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멍때리며 영화를 보는게 다였다.
                그때 나에게 빛이 되었던 배우는 오다기리 죠였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처음 보았던
                오다기리 죠가 너무 인상깊어 그가 나오는 영화를 거의 찾아 보았는데, 그러는 사이에
                불합격의 상처가 아물만큼 적당한 시간이 흘러 주었고 나는 자연스레 다시 책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마음이 지치고 힘든 일을 계속 겪을텐데 또 어떤 배우와 어떤 영화로
                그 시간을 견디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걸음 나가게 될지 알 수 없다. 단순한 취미였
                던 영화가 이제는 생각을 쓰고 말하고 전달하는 기회가 되었는데, 나에게 영화는 힐링
                과 환기를 넘어 인간관계를 소통하는 한 방법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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