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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 | 코로나지만 사우나는 하고싶어 | Team22-2 소설 | 김나현 | 공룡을 보았어
택시 기사는 명인의 뒤에서 ‘감사합니다’하고 외치듯 말했고, 명인이 인 하지만 이번에 그 소리는 심장 소리가 아니었다.
도로 올라선 순간 신호가 바뀌었다. 어쩌면 기사는 신호가 곧 바뀌리라는 무언가 명인의 곁에서 걷고 있었다. 그것은 꼬리를 늘어뜨린 채 천천히
것을 알고 있었을까. 명인은 괜한 생각을 지우며 발길을 돌렸다. 집을 나설 걸어가고 있었다. 다리의 무게 때문에, 지상에 발이 닿을 때마다 쿵, 하고
때처럼 다시 땅이 울렁거리고 있었다. 동시에 한기가 몸을 덮치듯 찾아왔 소리가 울리고, 땅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뿌옇게 흙먼지가 일었다. 그것은
다. 몸속부터 파르르 떨리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명인은 알 수 없었다. 아 목이 아주 길어서 얼굴을 보려면 한참이나 고개를 들고 있어야 했다.
직 초가을의 후덥지근한 날이었다. 명인은 팔짱을 끼고 어깨를 웅크린 채 명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도 하듯 다섯 걸음 쯤 떨어진 채, 자신을 마주
보폭을 좁혀 걸었다. 선별검사소는 오백 여 미터 앞에 설치되어 있었다. 금 보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워 보였지만, 한 걸음씩 다가갈 때마다, 그것도 한
걸음씩 멀어져 결코 닿지 않을 것처럼 아득하게 보이기도 했다. *
갑자기 명인의 폰에서 안전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명인은 그 작은 소리에 명인은 오십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한 그 날을 떠올렸다.
놀라 무릎을 접고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46 - 전국 확진자 (오늘 0시 기준) 1568명 ▲ 교회, 목욕탕 등 공중 이용 시 열두 살, 명인은 이웃 동네로 주산을 배우러 다녔다. 산을 넘어 주산 학원 47
설 제한 ▲ 사적 모임 4명까지 ▲ 타지방문 후 감기 증상 즉시 검사 받으세 에 가는 길은 다소 험해서, 동네 아이들끼리 모여 새벽마다 산을 넘어 공부
요 를 하러 갔다. 그 날은 느지막이 시작된 겨울 방학 첫 날이었다. 아이들 중
그 문자는 마치 명인을 꾸짖는 듯 했다. 명인은 손으로 무릎을 짚고 다시 몇몇은 늦잠을 자느라, 몇몇은 집안일을 돕겠다며 나오지 않은 터였다.
일어섰다. 이제 다리는 힘없이 후들거리고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미 주산을 배우려면 새벽 다섯 시에는 집을 나서야 했다. 명인은 아이들 집
세하게 흔들리듯 느껴졌다. 온 몸이 덜덜덜 떨려왔다. 을 하나하나 돌며 학원에 가자 졸라댔지만, 방학 첫 날은 늘 그렇듯 남은
방학 중 가장 여유로운 날이라 아이들은 빡빡하게 공부하고 싶지 않은 심
그때였다. 정이었다. 명인아, 하루 정도는 안 가도 돼, 라고 오히려 아이들은 명인을
쿠-웅. 설득했다.
명인은 다시 그 소리를 들었고, 이번에는 그것이 자신의 심장이 내려앉는 명인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었다. 함께 다니던 아이들 중 유일하게 명
소리라고 생각했다. 인만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 진학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명인은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