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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 | 코로나지만 사우나는 하고싶어 | Team22-2                                                                                                                  소설 | 김나현 | 공룡을 보았어




                  잡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작게 고마워요, 하고 고개를 돌린 채                                                            시원할까. 그러나 그 작은 행복은 언제 되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되어

                  말만 전했다.                                                                                             버렸다. 명인은 고개를 돌려 탕 옆에 설치된 이슬 사우나의 문이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는 것을 멀거니 보았다. 금방이라도 홍조를 띄운 누군가 그 안

                                                     *                                                                에서 나와 냉탕으로 걸어갈 것만 같았다.




                    그 날,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은 명인은 녹차 탕으로 들어갔다.                                                                                                    *

                    탕에는 마스크를 쓴 세 사람이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다. 모두들 조심하

                  고 있었다. 수증기가 퍼져 있는 실내에 물 떨어지는 소리만 울렸다. 명인은                                                             백미러에 비친 택시 기사는 마스크를 눈 아래까지 끌어 올려 쓰고 있었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시끌벅적하던 목욕탕 풍경이 떠올랐다.                                                                   다. 가만 보니 마스크는 두 장이 겹쳐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좁고 밀폐

                    ‘저기 앉은 엄마가 쏘는 거예요.’                                                                               된 택시 안에서 얼마나 답답할까 싶었지만, 명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택

                    그런 말들로 시작되는 호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커피와 얼음이 든                                                           시는 앞뒤 좌석의 차창을 죄다 열어놓고 달렸다.


      42          플라스틱 컵을 다정하게 건네는 손길, 명인에게만 어떤 특혜를 준다는 듯                                                               명인도 가방에서 마스크를 하나 꺼내 포장을 뜯었다. 쓰고 있던 마스크 위                                        43

                  한 태도로 어서 마시라며 손짓까지 해 보이는 이들은 명인에게 이 세상에                                                             에 새 것을 겹쳐 쓰면서 자신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

                  속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목욕탕에는 명인과 비슷한 사람들이 종종 있                                                             다. 자신이 세균 덩어리가 된 듯 했다. 위생장갑이라도 끼고 올 것을 그랬나.

                  었다. 조촐한 환갑잔치를 치르고, 어정쩡하게 나이를 먹은 채 혼자 살아가                                                              열린 창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이 거셌다. 명인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

                  는 여자들이 있었다. 자식들이 일부 보태준 용돈으로 그들이 누리는 유일                                                             고, 실눈을 뜬 채 가늘어진 세상을 바라보았다. 겹쳐 쓴 마스크가 갑갑했

                  한 사치는 달마다 목욕탕 월권을 끊는 것이었다. 그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간                                                           다. 명인은 수아가 작은 손으로 목을 움켜쥐고 있던 공룡 인형이 떠올랐다.

                  걸까? 명인은 궁금했지만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명인의 눈에는                                                               브라키오사우루스. 스무 톤도 넘는 큰 몸으로 지상을 누비고 다녔을 공


                  그저 ‘탕내 취식 금지’ ‘마스크 착용 필수’ ‘사용 시간 한 시간 이내 엄수’라                                                       룡이 일순간에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문득 아득하고 불쌍하게 느껴

                  는 붉고 굵은 글씨로 프린트 된 표짓말이 보일 뿐이었다. 그것을 반복적으                                                            졌다. 혹시 인간도 그렇게 멸종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인간의 역사도 지구에

                  로 읽고 있으니 문득 갈증이 느껴졌다. 명인은 목욕탕 특유의 눈이 번쩍 뜨                                                           서 ‘한때’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일 정도로 달큰한 커피 맛이 떠올랐다. 한 모금만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두서없이 흐르는 상념에 젖어 차창을 바라보고 있으니 택시 기사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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