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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 | 코로나지만 사우나는 하고싶어 | Team22-2 소설 | 김나현 | 공룡을 보았어
소리를 뚫듯 큰 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국이 벌겋게 남아 있었다.
“시청에 급하게 볼 일이 있으시나보네요?” “여기 신호가 쉽게 바뀌지가 않아요. 바로 코앞인데 이렇게 멈춰버려서야.”
“예…….” 기사는 쯧쯧 혀를 찼다. 명인은 멍하니 시선을 들어 앞 유리창을 건너다
무슨 볼 일인지 짐작도 못한 듯 택시 기사는 계속 말을 붙여 왔다. 보았다. 얼마간 그렇게 있는데 하얀 천을 두른 부스가 눈에 점차 들어왔다.
“요즘은 택시도 힘듭니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많이 끊겼어요. 어디 힘 “저기 있네요.”
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요. 다 제 살 길만 더 눈에 들어오는 거겠 명인은 반가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뱉어버렸다. 선별검사소는
지요.” 시청과 시의회 건물 사이에 자리해 있었다.
“예……. 그렇겠죠…….” “혹시 검사 받으러 가세요?”
명인은 택시 기사의 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서 짧게 응답만 흘렸다. “예…….”
“저기서부터는 길이 한참 막힐 거예요. 그것 때문에 택시를 안 타시는 분 택시 기사의 물음에 명인은 죄를 고하는 사람처럼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들이 많거든요. 괜히 길에 서 있는데 미터기만 올라간다고요.” “하…….”
44 코너를 돌자 멀리서 높게 보이던 시청 건물이 눈앞에 확연히 드러났다. 기사는 더 이상 말을 걸어오지 않았고, 답답한 듯 큼큼, 소리를 내며 목 45
“저기서 걸리면 한참입니다. 한참.” 을 가다듬기만 했다.
택시는 갑자기 속도를 높여 달려 나갔다. 시청 건물 근처까지 거의 다다 “여기서 내릴게요.”
랐을 때, 돌연 붉은 신호로 바뀌면서 택시가 멈춰 섰다. 기사는 앞 차만 아 명인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며 미터기를 슬쩍 보았다. 지갑 속 현금을
니라면 빨리 갈 수 있었다며 투덜거렸다. 명인은 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꺼내며, 명인은 역시나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나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선별검사소를 찾아보려 애썼지만 쉽게 보이지 않았다. 들었다. 맨 손으로 돈을 주고받는 일조차 걱정스러웠다.
“어디 찾으세요?” “손님, 여기서 저기까지 보기에 가까워보여도 막상 걸어가면 꽤 멀어요.”
택시 기사는 무슨 도움이라도 줄 요량으로 물은 것이겠지만, 명인은 그 기사는 마지못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의 한 발 앞선 친절이 거북스러웠다. 아무 것도요, 하면서 차창을 반 정도 “죄송해요. 택시가 한참 서 있을 것 같아서요.”
올리고 가만히 앞을 보았다. 별안간 손이 저릿한 느낌이 들어 보니, 자신도 명인은 미터기에 오천 삼백원이 찍혀 있는 것을 보았다. 육천 원을 건네
모르게 왼 손 엄지 손톱로 오른손을 꾹 누르고 있었다. 깊이 눌려 손톱자 주고 칠백 원의 거스름돈은 받지 않은 채 급한 듯 택시에서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