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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 | 코로나지만 사우나는 하고싶어 | Team22-2                            소설 | 김나현 | 공룡을 보았어





 움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아깝게 생각했다.   떨어져 있는데도 가까이 있는 듯 했다. 명인은 그 눈 속으로 자신이 빨려

   결국 명인은 오빠에게 물려 입은 솜이 터져 나온 겨울 잠바에, 목도리를   들어갈 것 같아서 눈을 질끈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코까지 끌어올려 두른 채 혼자 산길을 올랐다.    ‘왜 나를 보는 거야?’

   작은 고개를 하나 건너 도랑과 저수지 사이로 난 오솔길을 지나 미루나무    명인은 속으로 그것에게 말을 걸었다.


 가 심어진 벌판을 지나야 했다. 천천히 희미한 푸른빛을 흩뿌리며 아침의     ‘네가 나를 보니까.’

 기운이 밝아오고 있었지만, 완전히 밝아지려면 한참이나 남은 시각이었    명인은 그것이 할 법한 답을 스스로 읊조렸다.

 다. 수백 번은 다닌 길이었다. 명인은 어둠 속을 척척 걸어 나갔다. 그러다    ‘너야말로 나를 보고 있잖아.’

 가 내리막을 타고 오솔길을 지나 앙상해진 미루나무 숲을 지나는데, 이파    나무에 얹어놓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리 하나 없이 뾰족한 가지를 허공에 부려놓은 나무 사이를 지나고 있으니,     ‘뭐가 무서운 거야?’

 그 모습이 너무도 흉흉하게 느껴졌다.     명인은 무서웠다. 홀로 산을 넘고, 도랑과 저수지 사이 아무도 없는 미루

   그때 명인의 귓가에 부주의하게 나뭇가지를 툭툭 부러뜨리는 소리가 들  나무 숲을 건너는 일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명인을 무섭게 하는 일들은 다


 48  렸다. 흠칫 놀란 명인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휙 돌려 소리 나는 쪽을 보았  른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되는 것, 학교에 가는        49

 다. 푸르스름한 겨울 숲 속에서 무언가 유유히 걷고 있었다. 그것은 노루처  대신 아픈 조부모를 종일 돌봐야 하는 것, 어쩌면 스무 살 많은 남자에게

 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기린처럼 목이 길었다. 명인은 수풀 사이로 몸을   시집을 가게 되거나, 하루 종일 곰탕을 끓이거나, 죽은 돼지의 머리를 잘라

 숨긴 채 그것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조금 걷다가 주변을   내는 일들을 물려받게 되는 것, 이것 말고는 다른 미래가 없다고 예감하는

 둘러보고 끽, 끽, 우는 듯 작은 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를 우  시간이 두려웠다.

 걱우걱 씹어 먹었다. 그것은 자꾸 주위를 둘러보았다. 명인은 숨소리를 내    ‘너무 무서워하지 마.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잖아.’

 지 않으려 조심하며 지켜보았다. 그것은 무언가를 찾는 듯 했다. 그러다가     명인은 그 말을 자신이 지어낸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것이 건넨 위로인

 나무 기둥에 숨어 있던 명인은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명인을 보고   지 구분할 수 없었다.

 놀라지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명인은 그것이 다가올    “무서워.”


 까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에 이끌려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명인은 소리를 내어 말해보았다.

   꽤 먼 거리인데도 그것의 눈이 별처럼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실은 멀리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네가 무서워해도 그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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