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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 | 코로나지만 사우나는 하고싶어 | Team22-2                                                                                                                  소설 | 김나현 | 공룡을 보았어




                  출 수 없었다. 그 중 공중목욕탕은 알아서 피해가야 하는 장소로 낙인 찍                                                              명인이 말하자 수아는 ‘원래 이래요, 원래 아파요.’ 하면서 공룡의 목을

                  혀 있었다.                                                                                              주물러댔다.


                    그런데도 명인은 왜 목욕탕에 간 것일까. 며칠 동안 물리 치료를 받아도                                                             ‘아프면 고쳐줘야지.’

                  허리 통증은 그대로였다. 꼼짝 못하고 죽은 듯 누워 있느니 뜨거운 탕에                                                               ‘고칠 수 있어요?’

                  몸이라도 한 번 덥히고 싶었다. 그때는 그곳에 가야만 살 것 같았다.                                                                명인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수아가 말을 돌렸다.

                                                                                                                        ‘엄마가 독일에 가면 공룡 화석이 있대요. 할머니 같이 독일가요.’

                    명인은 곧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입었다. 휴대폰, 신분증, 지갑, 손수                                                           ‘지금은 못 가. 코로나잖아.’

                  건을 가방에 넣고 현관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운동화에 발을 넣었다. 거울                                                              ‘끝나면 가지요.

                  에 자신을 비춰보고, 마스크를 꺼내 썼다. 멍하니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뭐라고?’

                  바라보다가 신발을 벗고 도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대                                                              ‘코로나 끝나면 독일 가지요.’

                  상에 화풀이라도 하듯 개별 포장된 마스크를 한 움큼 거칠게 집어 가방에                                                               명인은 수아의 그런 말투에 낄낄거리며 웃었다.


      38          쑤셔 넣었다.                                                                                               ‘할머니 살던 동네에도 공룡 있었어.’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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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가 봤다는데도?’

                                                                                                                        명인은 농담인 듯한 그 말을 듣고 수아가 놀라는 표정이 재밌어서, 공룡

                    기린처럼 목이 긴 초식 공룡이라고 했다. 수아는 어린이집에서 그 이름을                                                           이야기를 더하고 싶었지만, 별로 아는 것이 없어서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배워왔다. 브라키오사우루스, 목이 긴 공룡, 목뼈가 열아홉 개, 몸무게는                                                            돌렸다. 그 날 두 사람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틀어 채널을 이리저리 돌

                  이십 톤이 넘어요. 수아는 경을 외듯 그 공룡의 프로필을 달달 읊었다.                                                             려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잡기 편한 탓이겠지만 수아는 항상 공룡 인형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잡아온 터라 인형의 목 언저리를 채운 솜이 빠져나가, 공                                                             한 시간 정도 지나 눈을 떴을 때, 수아는 혼자 일어나 뉴스를 보고 있었다.

                  룡의 목은 아이 손에 잡힐 정도로 좁아져 있었다.                                                                           ‘할머니, 브라키오사우루스 씻어야 해요.’

                    ‘숨이 막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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