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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 | 코로나지만 사우나는 하고싶어 | Team22-2                                                                                                                  소설 | 김나현 | 공룡을 보았어




                  공룡을 보았어

                                                                                                                        이지가 병원에 실려 가고, 휴가를 낸 아들이 그 곁을 간호하느라 수아를


                                                                                                                      맡을 사람이 없게 되자, 명인은 하원하는 수아를 기꺼이 집으로 데려왔다.

                                                                                                                      물론 수아의 옆구리에 꼭 붙은 브라키오사우루스 공룡 인형도 함께였다.


                    브라키오사우루스.
                                                                                                                                                          *
                    명인은 그 낯선 공룡의 이름이 이제 익숙했다. 거의 반나절 동안 그 이름

                  을 조잘대는 손녀와 지내다보면, 그런 일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쿠-웅.
                  것에 익숙해진다고 해서, 명인의 운명이나 생활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
                                                                                                                        명인은 그 소리가 처음에 공룡의 발소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곧 자신의
                  었다. 그럼에도 명인은 그것 때문에 무언가 변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둑, 둑, 하고 심장이 식도를
                  끼고 있었다.
                                                                                                                      타고 올라올 듯 솟구쳤다.
                    가령, 코로나 검사 안내 문자를 받고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존재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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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인 수아가 아니라 브라키오사우루스라는 것도 그랬다. 그 다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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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아가 집에 온 날부터 끌어안고 있던 공룡 인형이 아직 건조대 날개에 누
                                                                                                                      별검사소에서 조속히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필이면 지난 주 화요일이라
                  운 채 햇빛을 받고 있다는 것과 대야에 한참 담가 놓은 그 인형을 수아가
                                                                                                                      니. 그 날은 명인이 참고 참다가 목욕탕을 찾은 날이었다.
                  무심하게도 놓고 가버린 것이 차례로 떠올랐다.
                                                                                                                        명인은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며느리에게 사실을 말해야 할지 고
                    그런 후에야 불현 듯 명인은 자신이 수아와 서른 시간이나 꼬박 붙어 있
                                                                                                                      민이 되었다. 이지가 평소 딸에 대해서는 유난스러웠던 것이 떠올라서 계
                  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속 망설여졌다. 그보다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수아가 자신 때문에 피

                                                                                                                      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며느리인 이지는 명인이 수아를 돌보던 서른 시간동안 병원에 있었다. 실
                                                                                                                        수아를 집으로 데려온 건 목욕탕에 다녀오고 이틀이 지난 후였다.
                  신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가 각종 검사를 받은 후 항생제와 영양제 주사를
                                                                                                                        명인은 죄인이 된 듯 마음이 무거웠다. 현재로서는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
                  맞았다. 구청 직원인 이지는 병원에 실려 오기 전 휴업을 권고당한 노래방
                                                                                                                      을 피하는 것만으로 조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디서나 주의를 늦
                  업주들의 민원을 처리하느라 거의 이틀 밤을 새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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