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대전보건대학교신문_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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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과 여명, 새로운 빛이 밝아올 자리
흰 바탕의 깜박거리는 까만 커서. 커서가 수천, 수만 번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안, 그 앞에서 고민하던 세 기자의 2년이 지났다. 살금살금 문장을 만들어가던 수습기자 때가 무색하게, 이제는
제 성격과 빛깔이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뚜벅뚜벅 글을 완성해낸다. 그렇게 어느덧 마지막이다.
적게는 넷, 많게는 아홉에서 열의 시간을 모두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모두의 일과가 마친 뒤인 늦은 저녁 시간에 모여 서로의 글을 읽었다. 끝난 뒤엔 항상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어두운 건물의 깜깜한 복도를 쾌활하게 걸어나가는 뒷모습들을 생각한다. 2년이라는 시간은 잠시일 테지만, 뒤엉킨 고민을 저녁 내내 헤치고서 나아가던 그 뒷모습은 오래 기억해야 한다.
2년간의 원고 하나가 갈무리되었으나 우리는 또 깜박거리는 커서 앞에 새로이 섰다. 뚜벅뚜벅 글을 쓰던 것처럼, 성큼성큼 나아가야 할 차례이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다양한 기회와 여러 고
단한 것들 앞에서 또 까마득히 고민에 빠질 수 있겠지만, 깜깜한 복도를 쾌활하게 밝히던 목소리를 잊지 말자.
온점 뒤에 다시 시작될 오늘은 어제를 살아가지 못한 자들이 라일락,
우리의 신문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이다 젊은 날의 추억
간단한 학교 행사의 기사를 쓰기조차 쉽지 않아 멘토에게 질문 고등학교 중간고사를 앞둔 주말, 집에서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대문을 지나 현관으로 가는 계단을 오를 때면 마당 한쪽에 심겨
하던 수습기자가 어느새 정기자가 되었고 누군가의 멘토가 되었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버스가 퍽하고 무언가를 치는 게 느껴졌 있는 라일락 나무의 꽃에서 봄바람을 타고 기분 좋은 향기가 불
다. 238호에서 시작해 수많은 원고를 마친 뒤 신문사 졸업을 앞두 다. 버스 기사는 놀라서 급하게 차를 멈췄고 내렸을 땐 어떤 할아 어오곤 했다. 그때 마당 어디선가에서 나온 할머니께서는 매년 꽃
고 우리의 마지막 신문인 245호의 마지막 페이지를 써 내려간다. 버지가 쓰러져 있었다. 평소 이런 상황이 온다면 나는 당연히 그 이 필 이맘때면 어김없이 ‘라일락 향기 맡아 봤니?’, ‘대문 옆에 수
‘펜은 칼보다 강하다(언론·저술·정보전달은 직접적인 폭력보다 사람을 구하러 갈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몸이 굳었다. 아무것도 선화 봤어?’라며 물으신다. 지고 나면 한참을 지나서야 볼 수 있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이 펜의 무게를 알지 못하고 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이 구하는 걸 보고 있었다. 상황이 정리되 는 것들이기에 놓칠세라 할머니는 이번 봄에도 우리 삼 남매에
올바르게 잡지 못했을 때 이 문장은 중의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고 나는 다른 차를 타고 학원으로 가서 수업을 들었다. 게 말씀하셨다.
펜이 만든 결과는 칼이 만든 결과보다 강하다. 칼을 이긴 펜촉은 그날 나는 엄마가 일하는 직장에 찾아가 울었다. 엄마는 괜찮다 아빠는 예전에 가게를 운영하셨다. 사계절 내내 하셨지만, 특히
정의와 변화를 이뤄간다. 그러나 언론과 국민의 펜촉이 거짓과 비 고 아무 일 아니라고 다독여 주었지만, 기분이 참 복잡했다. 누군 여름에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작은 그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
판을 담아 잘못된 방향으로 향한 결과 그 강한 펜촉이 얼마나 많 가는 그날 생사를 오가는데 나는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살아간 장 나거나 버릴 제품을 뜯어 그 안에 있는 구리 선을 모아 포댓자
은 생명을 죽이고 혼란을 줬는지 우린 알고 있다. 다. 어른들은 “네가 이렇게 살아가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어간 루에 모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왜 모으는 거냐는 내 질문에 엄
학생들이 보는 신문에 있어서 직접 펜촉을 든 주체인 나는, 처음 다”고 그랬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알지 못했다. 마는 이걸로 우리들의 피아노를 살 거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피아
했던 정기자의 각오 한 마디처럼 더욱 진실성을 추구하고 나의 그 후, 나는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죽기 전에 가야 할 노를 사는 건지 당시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기사의 결과가 무력이 아닌 학생들의 눈을 밝혀주는 기사가 되길 곳 TOP3,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 등을 소개하는 광고를 보았 그렇게 우리 집 2층 거실에 피아노가 들어오게 되었다. 피아노가
노력했다. 우린 비록 대단한 신문사의 정식 기자도 아닌 그저 학 다. 여기선 죽음을 ‘끝’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죽음을 단편적으로 생겨 그저 좋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아빠의 땀방울은 미처 생각해
생 신분의 기자이지만, 펜촉을 더욱 단단히 붙잡고 ‘펜은 칼보다 보면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죽음을 설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 그 땀방울은 피아노 의자에 옹기종기
강하다’는 문장의 온전한 의미를 지켜야 한다. 진실을 써 내려가 명하기에 부족하다. 고민해보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는 죽음에 모여 앉아 피아노를 칠 모습을 상상하는, 자식을 생각하는 아빠
기 위해 직접 든 펜을 책임지지 않았을 때, 그 펜은 진실마저 찢을 대해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수 있는 날카롭고 무서운 칼날로 변하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더 블럭- 국과수편’에서 법치의학자는 아빠의 사랑만 말하니 엄마가 서운하려나. 어느 날 화재를 진압
청년의 때에 직접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일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누구나 생각하지만 깊이 와 하는 헬기를 보고는 문득 헬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 엄마에게 “헬
까. 신문사가 아니었다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들이 있었다는 것 닿지 않는 이유는 ‘나는 아직 아닐 거다’라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기 조종사 참 멋지다. 해보고 싶어”라고 말을 꺼낸 적이 있다. 그
도 모르며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평범한 학생에서 기 했다. 이걸 보며 나는 내 나름대로 죽음에 대해 답을 내렸다. 사람 날 저녁 엄마는 아빠와 이야기 후 공군 지인에게 비행기 체험을
자로 한 걸음 내디뎠던 우리는 이제 한 걸음 더 내디뎌 신문사를 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그 이야기는 알 할 수 있는지, 어디서 할 수 있는지 등을 여쭸다. 판이 너무 커졌
뒤로하려 한다. 예전처럼 더는 종이신문이 아닌 4개의 점에 갇힌 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면하고 피하고 싶다. 그러나 죽음은 의 다고 생각한 나는 괜찮다고 그저 멋있어서 그랬다며 손사래를
디지털 신문이 되었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다. 우리의 기사, 우리 외로 가까이 와있을 수 있다. 쳤다는 후문.
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학생들을 위한 펜촉으로 쓰일 것이다. 미래의 간호사로서 나는 죽음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것 눈으로, 코로 느꼈던 어릴 적 나의 즐거웠던 추억들은 라일락 향
나의 펜촉은 이제 마지막 문장부호인 온점을 찍지만, 이 서술 끝 이다. 병원이라는 죽음과 가장 밀집한 공간에서 말이다. 교수님 기처럼 잊지 못하게 남아있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
의 문장부호인 온점으로 다시 이루어질 후배들의 멋지고 가치 있 께선 중환자실에서 지내며 환자의 죽음에 점차 무덤덤해지던 시 라고 한다. 좋고 나빴던 기억 모두 추억이 되어 나아가는 삶의 거
는 기사들이 벌써 기대된다. 간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도 그 수순을 피해 가지 못할 것이다. 그 름이 되는 것이다.
/ 장선민 기자 렇다면 나는 무덤덤함 속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다. 무거 멜 로빈스의 『5초의 법칙』이란 책에선 용기라는 단어의 뜻을 ‘
운 죽음 앞에서 묵묵히. 자신의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는 일’이라고 해석하였다. 든든한
/ 이현선 기자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보니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며 어
느새 2년이 다 되는 지금, 자신의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일이 얼
마나 큰 용기이고 대단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그곳에서 혹시 잘
하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두려움보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
라고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 오다영 기자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