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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운
          문학상                                                                               청운문학상   |
               청운
               문학상
              산 문 장 원
          청운문학상
                          사라진 존엄                      아내 테이블 맞은편에 남편들 회사가 같은 부장님 부인과 차장님 부인의 아    에 아내는 여자아이를 낳고 기절했다. 조용한 회복실 안은 일정한 속도로 떨
                                       안경광학과 1  장서연                                                  기는 생김새가 비슷해 마치 쌍둥이 같았다. 아내 옆에 수다스러운 여자가 결  어져 아내의 혈관으로 흘러 들어가는 링거의 방울 소리만 가득했다. 고요함
                                                      국 참지 못하고 궁금증을 토해내자 부장부인은 고고하게 미소를 띠며 커피잔
                                                                                                  이 가득한 곳에 혼자 깨어난 아내는 망망한 공포감에 눈물이 났다. 죽음 앞에
            당신이 꿈꾸던 완벽한 아기를 가져보세요! 아기 그림이 그려진 커다란 간판   을 들었다. 차장부인이 수행비서라도 되는 양 팔짓으로 부장부인의 앞을 막   다녀온 경험을 했는데 홀로 있는 것이 서러웠다.
          아래 진한 굵기의 문구가 저 멀리 도로에서도 눈에 띄었다. 주유소를 연상하   고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회복실 옆 신생아실에 분만아기를 보느라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게 하는 그곳으로 들어가니 주유기 같은 자판기 옆으로 차들이 쭉 늘어섰고,    “우리 남편 회사는 유전자 선택이 가능한 자판기 공급소 지원해주는데 아    간호사와 의사까지도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한 광경을 눈에 담느라 여념이
          줄의 맨 끝에 차 한 대가 들어와 섰다. 그 차 안에는 갓 결혼한 듯 앳돼 보이  나 몰라”                                     없었다. 모두가 정신을 차린 건 아내의 흐느끼는 소리가 회복실 밖으로 흘러
          는 신혼부부가 앉아 있었다. 줄의 맨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 자판기 앞에 선 서   “어쩐지! 막 출시됐다고 들었는데, 신기해라”                 나왔을 때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의사가 회복실로 들어갔고, 뒤이어 간호
          른 후반대의 부부가 갓 나온 아기를 받아들고 있었다. 마흔이 넘으면 아기를    수다스러운 여자가 호들갑을 떨수록 부장부인의 자세는 거만해져 갔다. 입    사가 아내의 분만아기를 조심스럽게 안고 따라 들어갔다.
          공급 받을 수 없기에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아기를 가지고 줄을 빠져나갔다.   술을 깨물던 아내가 커플 원피스를 입은 자신과 아기가 주목받기 위해 대뜸     자신이 낳은 아기를 처음 안아 든 아내는 감정이 벅차오르기도 전에 후회막
           한참을 기다린 신혼부부는 자신들의 차례가 되자 차에서 내려 자판기 앞에    인형같이 무표정한 여자아기를 테이블 위에 앉혔다. 주변 여자들이 귀엽다고    심이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이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아기의 왼손이
          섰다. 그리고 함께 오른쪽 팔을 자판기 쪽으로 내밀었다. 자판기에 설치된 터  콧소리를 내는 와중에 갑자기 아기 웃음소리가 카페 안에 울렸다. 낯선 소리   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시선을 눈치챈 간호사는 현대인은 각종 오염 노출을
          치스크린이 물체가 감지되자 빛을 쏘아 팔을 훑어 내렸다. 빛이 거둬지고 화   에 사람들이 온통 아내 옆 테이블에 앉은 모녀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  피할 수 없는 단계이기 때문에 분만할 경우 자주 기형아가 나온다며 설명을
          면엔 신혼부부의 생체정보, 학력, 자산, 먼 조상의 유전병력 같은 세세한 정  엔 통통하고 발간 볼을 한 아기가 침을 흘리며 활짝 웃고 있었다. 아내는 더럽  했지만, 아내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핏덩이가 몰린 것 같은 붉은 피부에 부
          보까지 가득 떠 올라갔다. 두 사람의 방대한 정보들이 점점 육안으론 확인    게 침이나 흘리는 아기한테 시선이 뺏긴 것이 기분이 나빴다. 게다가 아기엄   부의 단점만 고른 듯 못생긴 얼굴이 실망스러웠다. 이런 아기는 꾸며봤자 자
          할 수 없는 속도로 빨라졌다. 그 속 엔 남편의 주체적이지 못한 성격이나 사  마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뱃살이 축 늘어져 있었다. 아기엄마를 위아래로    랑거리가 될 수 없었다. 엄마를 앞에 두고도 아기가 울음을 멈추지 않자 아내
          치와 과시를 즐기는 아내의 철없는 행동들도 적혀있었다. 몇 분가량 글만 보   훑어보곤 애써 별것도 아니라며 다시 자신의 여자아기 자랑을 시작했지만,     는 아기를 간호사에게 다시 데려가라며 주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고
          이던 화면은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가 남녀 설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차   이미 다른 엄마들은 웃고 있는 아기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하나둘 옆 테이블   생해서 얻은 아기가 또 여자라 짜증이 났다. 어머니가 그 폐기한 아기를 보셨
          에 들어가 앉아 기다리던 아내는 창문을 내려 [남자] 쪽으로 손가락을 향하던   에 앉은 엄마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을 때도 손녀라며 속상해하셨는데 머리가 아파왔다. 아기 공급소에서 [남자]
          남편에게 손을 뻗어 몸에 닿을락 말락 휘둘렀다. 아내는 커플 원피스에 화장    “설마 분만아기예요?”                               를 선택하면 쉽고 빠른 걸 필요 없는 여자아기만 생겼다.
          에 머리에 본인과 똑같이 단장한 모습을 부인모임에 나가 자랑하려면 무조      “세상에! 아기가 웃는 건 처음 봐.”                       자신들이 직접 낳은 딸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여러모로 회의감이 들
          건 여자애라고 남편을 타박했다. 장남인 손주를 데리고 가야 부모님이 좋아     카페 안에 모인 인공아기 엄마들이 흥분해서 질문을 쏟아냈다. 그녀들에게    었다. 차 안에서 아기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고, 키우는 것도 여간 귀찮은 게
          하지 않겠냐며 남편이 반론했지만, 아내의 눈빛만 더 매서워졌다. 신혼부부    분만아기는 과거 멸종한 동물원 원숭이를 실제로 보는 것보다 신기한 순간이    아니었다. 아기는 아내가 조금만 눈에 안 보이면 울어댔고, 가만히 혼자 누워
          는 잠시 티격태격했지만, 뒤에 늘어선 차들 때문에 결국 아내의 뜻에 따라 [여  었다. 분만아기를 한 번만 안아보고 싶다고 서로 난리를 부려 카페 안은 심각  있질 않았다. 자주 아파 새벽마다 많지도 않은 소아과를 찾느라 헤매 이제는
          자]를 눌렀다. 잠시 후 화면엔 부부의 장점만 뽑아 극대화한 데이터 분석 자  하게 시끌벅적했다. 그러자 분만아기는 바로 울음을 터트렸고, 자신의 엄마    아기가 웃는 것도 미워 보였다. 아기를 키울수록 아내는 이런 고통을 겪을 만
          료가 옆에 있는 커다란 원형 기계로 빛이 되어 넘어갔다. 남편은 그 기계 앞  쪽으로 간절하게 조막만 한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이 꽤나 기이하고 놀라웠다.   큼 분만아기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분만아기의 장점은 인공아기와
          에 근심 가득한 얼굴로 섰다. 어머니가 손자 보고 싶다고 그렇게 눈치를 줬는  분만아기의 그 작은 행동 하나는 인공아기 엄마들이 자신의 아기에게 느끼는    별다를 게 없었고, 오히려 단점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아기를 낳았다는 일말
          데 손녀를 데려가게 생겼으니 걱정이었다. 가뜩이나 인공아기를 아직 받아들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 데 충분했다. 반응이 컸던 엄마들   의 행복감도 어느새 잊혀졌다. 부부는 여전히 세상이 떠나가랴 울고 있는 반
          이지 못하는 구세대 어머니를 겨우 설득시켰는데 말이다. 그래도 일단 데려    뿐만이 아니었다. 아내도 여전히 표정 없이 앉아 뚫어져라 자신과 눈만 마주   품도 못 하는 분만아기를 쳐다보았다. 더 달래기도 지친 아내는 남편에게 가
          가 보고 많이 속상해하시면 3년 내로 무상반품이 되니 그 안에 남자애로 교   칠 줄 아는 여자아기를 보며 생각했다.                       보라며 떠밀었다. 남편은 우는 딸을 안아 들고 등을 쓰다듬으며 아내에게 조
          환하자 싶었다. 알 같이 생긴 기계는 한동안 연기만 내뿜다가 서서히 문이 열   ‘저 분만아기가 갖고 싶어.’                           심스럽게 얘기했다.
          리기 시작했다. 원형 모양이 완전히 반으로 갈라지자 자욱한 연기가 시야를     사전적으로 인지만 하고 있던 아기가 엄마에게 보이는 애착을 본인도 직접     “어머니가 집에는 남자가 있어야 한다고 하시는데…”
          가렸다. 걷히는 연기 사이로 기계 안에 누워있는 여자아기가 보였다. 아내는   느껴보고 싶었다. 자신과 커플룩을 맞춰 입고, 아기가 환하게 웃기까지 한다    남편은 어머니의 손자 타령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아내에게 말을 안 꺼낼
          냉큼 차에서 내려 아기를 안아 들었다. 뽀얀 살갗에 예쁘장한 얼굴의 아기는   면 모두 자기를 부러워할 것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내는 남편에게 당장    수가 없었다. 딸이라고 지금도 어머니가 와서 안 도와주시는 거 아니냐며 남
          울지도 않고 부부의 환한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런 아기를 설레는 표   아기를 반품하자고 말을 꺼냈다. 그리고 아내가 직접 아기를 낳아보고 싶다    편은 마른 입술로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도 집요한 시어머님이 연락을 피할
          정으로 마주 보던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기와 차에 타 그곳을 빠져   고 하자 남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쉽게 아기를 데려오면 될 걸 왜 굳이 돈까지   수 없어 자주 손자를 보고 싶다는 투정을 들어드리기는 했지만, 아기라면 뭐
          나갔다. 신혼부부가 나가자 뒤에 줄 서 있던 다른 부부가 차에서 내려 자판기  써가며 애를 낳으려는지, 하지만 아내의 단호한 표정에 남편은 인공여자아기    든 지긋지긋했다. 그러나 남자아기만 있으면 시어머님이 육아를 도맡아주신
          에 손을 뻗고 있었다.                                를 데리고 아기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다시 차를 몰고 갔다.           다는 남편의 말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부는 우는 딸을 달래며 밤새 대
                                                                                                  화를 나눴다. 어느새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의 모든 층의 불이 다 꺼
           아기를 데려와 키운 지 보름 남짓 된 아내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저번 주에    신혼부부는 대개 폐업하고 몇 곳 안 남은 유명무실한 산부인과를 겨우겨우   진 캄캄한 밤이었다.
          주문한 붉은색 커플 원피스를 아기에게 입히고 본인도 입었다. 원피스에 어    찾아갔다. 부부는 최첨단 신식으로 바뀐 산부인과의 임신 절차를 밟아 정자
          울리는 붉은색 아이섀도와 붉은 립스틱까지 자신의 얼굴과 아기 얼굴에도 발    와 난자를 추출해 쉽게 임신에 성공했다. 점점 불러오는 자신의 배를 보며 아   완벽한 아기를 가져보세요! 문구와 아기 그림이 그려진 간판이 세워진 곳으
          라주고 외출에 나섰다.                                내는 사랑스럽게 웃어 줄 분만아기의 모습에 기대가 많이 되었다.         로 차 한 대가 들어와 섰다. 부부는 아기 자판기에 다시 손을 내밀고 지체 없
           한가로운 엄마들이 한 커피숍에 앉아 너도, 나도 아기 자랑을 하고 있었다.    몇 달 후 만삭의 아내는 분만실에 들어가 생애 처음 느끼는 진통과 고통에 몸  이 [남자]를 눌렀다.
                                                      부림을 쳤다. 온몸이 찢어지는 느낌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일 거라 생각한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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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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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문 가 작
                           세미프로                        모기 연합(Mosquito Union)에서는 인간들의 ‘모기 박멸 계획’에 맞서 ‘모기   착한 시각은 11시 20분, 다행히 막차는 탈 수 있었다. 무임승차하는 것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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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학과 3  김태수                          보완 계획’을 발표했다. 목표는 전 세계 모기의 80%를 프로 모기로 양성시키  음에 조금 걸렸지만 뭐, 돈을 내고 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깐 괜찮다는 생
                                                      는 것이다. 프로 모기는 인간으로 치면, 신인류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 모기
                                                                                                  각이었다. 천안아산역에 도착한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이 역에서 가까
           어느 날 갑자기 모기가 되었다.                          는 숙주에게 최소한의 피해만을 남긴다. 그러니깐, 인간에게 불편감을 최소    워서 다행이지, 좀만 멀었으면 탈진할 뻔했다. 드디어 창문 앞이다. 쉴 새 없
           카프카의 소설처럼 말이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야간근무를 마치고 바로 눈    화해 종의 박멸을 막아내자는 것이었다.                       이 달려서인지 가슴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베란다와 복도를 지나서 안
          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모기가 되어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이미 ‘   프로 모기는 굵은 정맥을 찾아 정확히 찌른다. 모기의 침이 정확히 혈관에 위  방에 들어갔다. 머리가 띵하다. 방에 가득한 전자 모기향 때문이다. 더 다가서
          변신’을 읽었기 때문에 그레고르와는 달리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  치할 경우, 타액이 혈액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아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야 하는데, 눈앞이 흐려진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내가 무엇을 보는지
          는 모기의 주파수로 한탄했다.                            다. 이 방법 이외에도 귀 가까이 날지 않는 법, 날갯소리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엄마의 숨결이 느껴진다. 엄마의 볼에 침을 가져다 댄
          “젠장, 하필이면 모기라니.”                            법 등을 익혀야만 프로 모기로 인정받을 수 있다. 나는 이 모든 훈련을 마쳤다.   다. 흡혈의 목적이 아닌 볼 뽀뽀의 목적이었다. 다 커서도 나는 그녀를 만날
           모기라면 치를 떨던 나였다. 워낙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이라 따뜻한 계절이  하지만 실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아직 세미프로인 것이다. 그러니까 운전면    때마다 볼에 뽀뽀하곤 했다. 뽀뽀의 담긴 것은 반가움, 위로, 사랑 등 그때그
          면 항상 모기 흉터에 얼룩 인간이 되곤 하였다. 신이 존재한다면 모기는 정말  허로 치면, 도로 주행만 남았다고 할 수 있겠다.                 때 다르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의 뽀뽀는 위로의 의미였다. 지금의 뽀뽀
          이지, 신의 실수가 아닌가 생각해왔다. 그랬던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모기로    오늘은 드디어 도로 주행, 아니 인간 흡혈에 나서는 첫날이다. 이번 일만 성공  는 작별 인사의 의미이다.
          변신하다니. 그런데 어째서인지 인간일 적보다 기분이 상쾌하다. 내 머릿속    적으로 치른다면 나는 바라던 프로 모기가 될 수 있다. 타깃은 인간 시절 옆집  “엄마, 좋은 자식이 못 되어서 미안해. 난 이제 더 이상 인간이 아니야. 나는 이
          을 마법처럼 지배하던 무기력감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건가. 가벼운 몸무게와    에 살던 김순복 할머니다. 그녀에게 딱히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가  제 모기야. 지금은 세미프로 모기지만 곧 프로 모기가 될 거야. 실종 소식을 듣
          더 많아진 다리, 겹눈, 날개 등 내 몸은 완전히 달라졌다. 어쩌면 무기력은 정  는 귀에 눈이 침침한 그녀는 손쉬운 상대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더라도 너무 걱정 마. 안녕”
          신의 문제가 아닌 육체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야심한 밤, 나는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감독관으로 지부장이 나와 함께하였  나는 작별 인사를 그녀의 볼을 통해 주입했다. 그때, 간지러움을 느낀 건지 그
          나는 바뀐 몸에 적응하기 위해 이리저리 부단히 날아다녔다. 몇 초가 지났    다.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날씨에 창문은 열려 있었다. 방충망을 통과하  녀의 손이 날 스쳤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모기약에 취한 나는 느리지만 급
          을까. 낮은 주파수의, 그러니깐 인간으로 치면 중저음의 모깃소리가 뒤에서    기에 앞서 그가 말하였다.                              하게, 비틀비틀 복도로 나왔다. 아, 이미 너무 많은 양의 모기약에 잠식되었다.
          들려왔다.                                       “어이 손오공, 건투를 비네”                            젠장, 더는 정신을 붙잡고 있을 수 없다. 나는 기절했다.
          “넌 뭐야? 조용히 해 이 멍청한 놈아!”                     손오공은 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는 내가 기억을 잃어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침이 되어서야 나는 가까스로 깨어날 수 있었다. 엄마는
           놀란 나는 그저 근처의 벽에 앉았다.                       는 점에서 나를 손오공이라고 불렀다. 사실 나는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   아직 일어나지 않은 듯하다. ‘이제는 더는 이곳에 올 일이 없겠구나’ 하는 생
           “아 그것이 저는 인… 아니 기억을 잃은 모기입니다.”             지만 손오공이 사실 지구인이 아닌 사이어인인 것처럼, 나는 본래 모기가 아   각에 집안을 둘러보았다. 그녀 혼자 지내는 집안에는 익숙한 외로움이 가득
          나는 그저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모기 사회에서 어떤 짓   닌 인간이었다. 손오공이 초인적인 힘을 가진 것처럼, 나는 전직 간호사의 주  했다. 그녀를 혼자 남기고 집을 떠난 나는 통근 열차에 탑승했다. 그동안 몰랐
          을 당할지 모른다(그가 내 말을 믿을까 하는 문제는 그 뒤의 일이다). 다행히  사 실력을 가지고 있다.                              지만, 출근에 나서는 모기들이 열차 안에 꽤 있었다. 나는 옆자리의 모기에게
          도 낯선 모기는 내 말을 그대로 믿는 것 같다.                  “예 스승님, 깔끔한 정맥 천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속삭이는 주파수로 말을 걸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음비행법조차 잃어버리다니 참. 그렇게 날았다간 인간에     나는 곧장 무음비행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노인 혼자 지내는 방 안에는 익숙   “실례합니다. 혹시 괜찮은 모기 학원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게 들킬 것이야. 자네, 어서 날 따라오게”                    한 외로운 공기로 가득하다. 그녀는 얇은 홑이불 사이로 오른팔을 내놓고 곤   도로 주행시험에 떨어져도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간 흡혈 시험도
          무음비행법? 모기는 그저 앵앵 소리를 내며 날 뿐이라고 생각했다. 낯선 모기  히 자고 있었다. 그녀의 팔에 앉았다. 나에겐 그저 쉬운 혈관이었다. 이웃에게   다시 시도할 수 있다. 학원을 찾아보는 것은 계속 세미프로 모기로 남을 수도
          는 뒤이어 자신을 모기연합 쌍문동지부장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지부장을 따    이런 짓을 하는 것이 다소 미안하지만 뭐, 모기가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것은   없고, 뛰쳐나간 쌍문동지부로 돌아갈 순 없는 까닭이었다. 아예 생소한 학원
          라 방충망을 통과하기 전 마지막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책장 속 무질서한 책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가렵지만 않으면 그녀도 이해할 것이다. 그    에 가는 것이 깔끔하다. 옆자리의 모기가 대답했다.
          들, 침대 위 널브러진 병원 유니폼, 큰맘 먹고 산 다이슨 무선 청소기… 이제   녀의 팔에서 흡혈하는 순간이었다. 침을 타고 올라오는 것은 혈액뿐만이 아  “종로모기학원이 유명하던데요. 저도 거기서 수료했어요.”
          더는 내게 쓸모 없는 것들이다. 액자 속 부모님의 사진에도 별 감정이 솟아나  니었다. 바로 인간의 감정, 그러니깐 익숙한 외로움, 나를 지배하던 무기력감  “아, 감사합니다.”
          지 않는다. 겹눈으로 보는 그들의 모습은 더는 가족이 아닌, 공혈자일 뿐이다.  이 내 몸에 들어왔다. 아까는 눈에 띄지도 않던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몇 년   종로모기학원은 국내 최대의 프로 모기 교육 기관이다. 모기협회 지부장이
          쌍문동지부에 도착했다. 지부는 다름 아닌 옆집 하수구였다. 이곳에는 수백    전 사별한 그녀의 남편이었다. 젠장, 엄마가 보고 싶다. 아빠도. 나는 흡혈을   되기 위해서는 등용문인 곳이라고 한다. 얼핏 쌍문동지부장도 그곳 출신이라
          마리의 모기가 이미 출근 준비중이었다. 지부장은 기억을 잃은(사실은 인간    중단하고 방에서 뛰쳐나왔다. 지부장이 낮은 주파수로 내게 소리쳤지만 나는    는 말을 들었다. 지금 당장은 볼 면목 없지만, 수련을 통해 옆 동네인 창동지부
          이었던) 내게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었다. 더불어 48시간가량의 훈련을 마   그를 따돌려 내 집으로 들어갔다.                          장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친 나는, 세미프로 모기가 되었다.                         책장 속 무질서한 책들, 침대 위 널브러진 병원 유니폼, 큰맘 먹고 산 다이슨   종로모기학원에 도착했다. 위치는 신촌의 종로학원 지하실이었다. 카운터의
          사람들이 모기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는 모기가 흡혈을 하기 때문이 아니     무선 청소기… 내 방은 며칠 전 그대로였다. 액자 속 부모님 사진도 다시 보았  안내모기가 새침한 주파수로 물었다.
          다. 단지 모기 물린 곳이 붓고 가려워서, 이유는 이것뿐이다(인간에게 혐오란,   다. 방을 나설 때와는 달리 눈물이 뛰쳐나온다. 모기도 눈물을 흘릴 수 있던가   “무슨 일이시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처럼 간단한 것이다). 물론 전염병을 들먹이며 모기 혐오를 정당화하는 사   싶었다. 아무래도 부모님을 만나러 가야겠다.                    “그게 저는 인간… 아니 세미프로 모기입니다. 학원에 등록하려고 합니다”
          람들도 많다. 실제로 전세계 수많은 연구단체에서 말라리아 정복을 목표로 ‘   나는 취업과 동시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다. 마지막으로 본 것도 벌써 1년    이상하게도 대답을 하면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이 인간의 눈물인지
          모기 박멸 계획’을 세우고 있다. 허나 전염병 따위 대의적 명분이라는 것을 우  전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말이다. 그 뒤로 어머니는 쭉 혼자였겠지. 고  모기의 눈물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들조차 그저 모기의 가려움에 짜증이 날 뿐이며, 말라  향에 내려와 어머니와 지낼 걸 이제사 후회가 된다. 지금 시간이면 막차는 탈
          리아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곧장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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