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eptember+October vol. 456 2019 09 + 10 vol. 456 CONTENTS 2019 September+October vol. 456 Another life Another culture Another idea Another 04 저녁이 있는 삶 22 책 속에서 길을 찾다 48 스토리텔링 여행지 ① 매일 저녁 펼쳐지는 신나는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에너지 부부를 위한 여행안내서 축구 한판! <명상록>과 배움 ② 마음과 마음을 잇는 54 나도 셜록 홈즈! 선물 같은 시간 28 그림 읽어주는 시간 은행 금고 사건의 수수께끼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통로, 08 자동차로 떠나는 세계 여행 창문 56 모터 트렌드 신이 빚어낸 지중해의 지금, 자동차 업계는 급변기 다이아몬드, 몰타 32 토닥토닥 마음 산책 ‘의사소통’보다 ‘감정소통’이 먼저 60 통신원 리포트 14 음식을 담은 인문학 자동차 사진 멋지게 찍는 법! 인류를 구원한 천혜의 식품, 감자 36 드림 프로젝트 북부부품사업소 김현구 주임 자녀 62 사보 APP 스토리 18 생활 속 과학 가연·세진이의 핸드볼 일일 강습 포토 콘테스트&칭찬합니다 낙엽 지는 데도 과학적 순서가 있다!
40 취미생활백서 64 뉴스&포커스 삶을 풍요롭게 해줄 ‘이색 취미’ 열전 친환경차 핵심부품 전진기지, 울산공장 착공 外 44 모비스 키워드 마북연구소 사무 환경 개선 프로젝트 70 독자 의견 71 참여 공지 Cover Story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는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히브리어로 옛 마법사들이 사용한 신비의 주문입니다. 말에는 행동을 유발하는 힘이 있습니다. 간절히 되뇌면 소망이 이뤄지니 긍정적인 말, 용서의 말, 배려의 말로 마법 같은 기적을 이뤄보세요. 현대모비스(HYUNDAI MOBIS) 2019년 9·10월호 (통권 456호)_월간 비매품 신고번호 강남, 라00761 종별 정보간행물 발행인 박정국 편집인 문나나 발행일 2019년 10월 1일 발행처 현대모비스 홍보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03 SI타워 7층 전화 02-2018-5935 홈페이지 www.mobis.co.kr 편집・제작 하나로애드컴 02-3443-8005 인쇄 세화인쇄사 04 저녁이 있는 삶 08 자동차로 떠나는 세계 여행 14 음식을 담은 인문학 18 생활 속 과학 CopyrightⓒHYUNDAI MOBIS All Right Reserved <현대모비스>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 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현대모비스>에 실린 글과 사진은 사전허락 없이 사용을 금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 ① 매일 저녁 펼쳐지는 Another life 신나는 축구 한판! 정리. 편집실 사진. 홍순재(광고뉴미디어팀 책임매니저) 김성현 (전동화사업기획팀 책임매니저) 평일 저녁에도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싶었던 저에게,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그야말로 사 이다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른 귀가가 가능해지자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저녁 시간에 운 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궁리를 했고, 오픈 카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마구남 축구단’ 을 창단했지요. 현재 277명이 활동 중이며 월평균 20경기를 진행하는데, 단원이면 누구 나 자신이 참석 가능한 날짜에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신개념 축구단이랍니다. 축구 모임을 창단한 뿌듯함도 크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성격 의 사람들과 ‘축구’라는 공통 관심사로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입니다. 즐거운 경 기 후 갖는 늦은 저녁 식사, 그 모습을 담은 후기들이 올라올 때, 누군가 “마구남이 없었으 면 어쩔 뻔했어!”라는 말을 해줄 때면 보람과 에너지가 불끈불끈
솟는답니다. 요즘 저는 단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마구남을 지역 내 최고의 축구 커뮤니티로 발전시킬 궁리를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제 생활에 활력을 줍니다. 뭔가를 이렇게 몰두해본 게 꽤 오랜만이거든요. 축구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즐기 는 축구인의 ‘케렌시아(Querencia,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안식처)’가 되어줄 겁니다. 4 5 저녁이 있는 삶 ② Another life 마음과 마음을 잇는 정리. 편집실 사진. 홍순재(광고뉴미디어팀 책임매니저) 선물 같은 시간 유정곤 퇴근이 빨라지자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른 저 (충청부품사업소 선임기사) 녁 금쪽같이 주어진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기엔 아까웠고, 취미로 배우는 배 드민턴과 아코디언에 투자하자니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 했지요. 고민은 길게 가지 않았습니다. ‘안부를 묻는 사회, 안전한 사회, 안심 하는 사회’를 주제로 민관이 함께하는 ‘안녕 리액션’이라는 프로그램에 참 여하게 되었거든요. 다양한 프로그램 중 제가 맡은 봉사는 방범 순찰로, 늦 은 밤 귀갓길을 안전하게 지키는 역할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방범
순찰을 하면서 제게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학생인 딸과 함께하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거든요. 딸과 손잡고 걸으며 그날의 일상을 공유하는 두 시간 은 종일 한집에서 대화 없이 보내는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세대 차이를 좁히고, 함께 봉사하는 의미가 더해 단단 한 유대감이 형성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는 그날까 지, 앞으로도 쭉 방범 순찰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무보수에 자발성과 지속 성이 필요한 활동이지만, 하다 보면 얻는 것이 훨씬 많은 아주 특별한 저녁 시간을 선물하기 때문입니다. 6 7 자동차로 떠나는 세계 여행 Another life 신이 빚어낸 ‘지중해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릴 만큼 매력이 가득한 몰타는 구글맵 지중해의 다이아몬드 에서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의 지중해를 손가락으로 몇 번씩 확대해야 몰타 Republic of Malta 겨우 보이는 작은 섬나라다. 요즘 방송에 자주 등장하면서 익숙해지 고 있지만, 유럽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한 휴양지였다. 글. 조은영(여행작가) 8 9 작지만 화려하게 빛나는 지중해의 다이아몬드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 작은 도시와 마을들 몰타가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는 제주도의 1/6 크기라 하면 현재 수도는 발레타(Valletta)다. 발레타는 성요한기사단이 쉽게 감이 올 것이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과 아프리카 오스만투르크를 물리친 후 1566년부터 계획적으로 만든 튀니지 사이, 지중해 한가운데에 위치해 과거 유럽의 주요 요새 도시로 당대 도시계획의 첨단 기술을 결합해 만들었 문명들이 모두 이 섬을 거쳐갔다.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다. 도시 전체가 성벽과 보루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큰 아랍의 문화가 골고루 내재한 이곳은 휴양지인 동시에 흥 군함이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시 기사단의 우두 미로운 인류 문화와 역사의 전시장이 된 것이다. 공식 명 머리, 장 파리소 드 라 발레트(Jean Parisot de La Valette)의 칭은 몰타공화국(Republic of Malta)이다. 총 6개의 섬으로 이름을 땄다. 축제 기간엔 빨간 휘장이 곳곳에 둘러쳐지 이루어졌는데 그중 가장 큰 몰타(Malta)섬이 본 섬이고 몰 고,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메워진다. 깃발을 들고 말을 탄 타섬에서 25분 거리의 한적하고 조용한 섬인 고조(Gozo) 중세 기사들이 금방이라도 성문을 열고 나와도 전혀 어색 는 두
번째 섬이다. 섬의 크기가 3.5㎢밖에 안 되는 코미노 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 발레타가 ‘Open-air Museum’ 즉 (Comino)섬 외 나머지 3개는 무인도다. 스페인령, 프랑스령 ‘야외박물관’이라 불리는 이유는 발 닿는 곳이 모두 유적지 을 거쳐 1814년부터 150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정 이고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많은 고대 도시가 그저 유적지 식 독립한 것은 1964년, 2004년부터는 EU에 가입했다. 로만 남아 있는 것에 비해, 현재까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7000년의 시간이 공존하는 곳 몰타는 ‘세계에서 1㎢당 가장 많은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1. 성벽과 보루로 둘러싸인 몰타 01 2. 몰타의 올드 타운 발레타 거리 유명하다. 무려 7000년의 역사가 담긴 고고학적 유적지 3. 본섬에 위치한 하가르 임 02 들이 섬 곳곳에 남아 있다. 본섬에 위치한 하가르 임(Hagar 4. 성요한기사단장의 궁전 Qim)을 비롯한 5개의 신전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 로 등재되었고, 고조섬엔 BC 3000년 이전에 만들어진 세 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주간티아(Ggantija) 신전이 있 다. 이는 영국의
스톤헨지,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앞선 01 것이라 한다. 고대 유적지를 방문해보면 곳곳에 허물어진 03 흔적으로 다소 황량한 느낌도 들지만, 얼기설기 쌓아 올린 04 듯 보이는 돌담이 6,000년 이상 무너지지 않고 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고대 유적지에 비하면 비교적 근간에 해당하는 중세 유적 지들도 꽤 흥미롭다. 몰타 여행을 계획한다면 성요한기사 단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십자군 원정 때 순례자와 병사 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군사조직으로 변모했 던 성요한기사단은 오스만투르크와 싸우며 키프로스섬, 로도스섬, 크레타섬을 거쳐 몰타로 와 1530년부터 200년 동안 머물렀다. 당시 3만 오스만투르크 군대를 300명의 성 요한기사단과 몰타인들이 물리친 이야기는 유명하다. 10 11 07 자동차 여행 노트 05 08 01 06 가는 법과 렌트카 정보 곳이라 더 특별하다. 발레타 최고의 볼거리는 성요한 공동 5. 그랜드 하버가 펼쳐진 옥상정원 6. 노천식당의 싱싱한 해산물 유럽 대도시에서 에어몰타항공의 몰타 직항편을 대성당이다. 아치형 천장에는 성 요한의 일생이 그려져 있 7. 몰타의 옛 수도였던 임디나 이용하면
된다(www.airmalta.com). 또는 배편으 고, 대리석 바닥엔 400여 명의 기사들의 관이 깔려 있다. 8. 몰타의 곤돌라라 할 수 있는 로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페리로 입국한다. 몰 화려한 내부와 정교한 조각들, 기도실에 걸려 있는 화성 디사(작은 보트) 타공항은 루카(Luqa)다. 몰타는 철도가 없고 주 카라바지오의 진품 그림은 넋을 잃고 바라볼 만하다. 요 명소들이 도로교통으로 연결된다. 대중교통 그 외에도 국립고고학박물관, 성요한기사단장의 궁전 으로 버스가 있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직접 운전 (Palace of the Grand Master), 옥상정원(Upper Barrakka 드라이빙의 즐거움 하는 것이 좋다. 렌트카는 공항 또는 시내에서 수 령, 반납이 가능하고 유명 글로벌 렌트카 업체들 Gardens) 등도 둘러볼 만하다. 옥상정원에서는 그랜드 하 작은 섬이지만 오르락내리락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이국 인트만 해도 60여 곳이 넘는다. 고조섬과 코미노섬에도 곳 이 모두 입점해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성수 버와 세 개의 도시, 코스피쿠아(Cospicua), 빅토리오사 적인 풍경들이 드라이빙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하늘거리는 곳에
이름난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코미노의 블루 기엔 모든 요금이 오르고 오토매틱 차량도 부족 (Vittoriosa), 센글리아(Senglea), 더쓰리시티즈(Three Cities) 하얀 레이스 사이로 알록달록 전통 배 ‘루쭈’가 바다에 떠 있 라군(Blue Lagoon)은 여름이면 비키니 군단에게 점령된다. 할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자. 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빅토리오사는 기사단이 몰타에 는 작은 어촌, 마샤슬록은 잠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곳이 아름답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오직 여름에만 개방되니 알 처음 정착했던 곳이다. 더쓰리시티즈는 작은 보트 디사 다. 노천식당에서 싱싱한 해산물 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 기 아두면 좋다. (Dghajsa)를 타고 돌아보는 것이 최고다. 몰타의 곤돌라라 억해야 할 것은 몰타 음식은 몰타 와인과 함께 즐기면 좋다 몰타 자동차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간단하다. 잉크를 뿌린 02 할 수 있는 디사 여행은 꽤 낭만적이며 몰타의 하이라이트 는 것. 운전자는 몰타인들의 코카콜라라 알려진 ‘키니’를 즐 듯한 강렬한 파란 지중해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다. 길을 걷 도로 상황과 주유 팁 중 하나다. 기기 바란다. 번화가인 생줄리앙과
슬레이마 지역엔 호텔, 다가도, 차를 타고 아무 데나 내려도 바다는 가깝게 있기 몰타는 과거 영국령이어서 운전석이 오른쪽, 우 또한 몰타의 옛 수도였던 임디나(Mdina)도 도시 전체가 세 펍, 바, 식당이 즐비하다. 아름다운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때문. 최고급 호텔 휴양객이나, 호스텔에 머무는 이나, 아 리와 반대 방향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고 골 계문화유산이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 펼쳐진 최고급 리조트들에서의 럭셔리한 휴양도 가능하다. 무 때고 첨벙첨벙 뛰어들 수 있는 몰타의 바다는 누구에게 목이 좁아 큰 차보다 소형차가 빛을 발한다. 도로 폭이 좁고 가변주차도 빈번하며, 신호등보다는 도로 규모가 작지만 2200년 동안 수도였던 도시는 중세 바다 성애자들에게 몰타는 몰디브보다 매력적인 여행지가 나 공평하다. 관대하고 안전하고 부드럽다. 엄마 품처럼 푹 회전교차로가 많다. 내비게이션보다는 구글맵이 분위기에 흠뻑 빠지기엔 충분하다. 가장 큰 건축물은 성바 될 수도 있다. 남쪽 끝에 위치한 블루그로토(Blue Grotto, 푸 신하고 편안하다. 꼬불꼬불 만과 곶이 많은 몰타의 해안엔 나으니 휴대폰 거치대를 꼭 챙기자. 일요일엔 주 울
성당인데 1690년 지진으로 무너졌다가 1702년에 재건 른 동굴)엔 투명한 물빛과 해식동굴,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모래 대신 석회암 해변이 많다. 발레타가 눈앞에 병풍처럼 유소가 무인으로 운영되어 셀프 주유를 해야 한 되었다. 임디나의 골목길에는 작고 귀여운 상점이 많다. 다 병풍처럼 펼쳐지고, 코미노섬의 블루라군(Blue Lagoon)에 펼쳐지는 밤바다에서, 불꽃 가득한 하늘을 보며 두려움 다. 기계가 고장 나거나 현금을 바꾸어야 하는 경 양한 문양의 문고리, 유리공예, 몰타 레이스, 몰타 십자가 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색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몰 없이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곳, 바로 당신의 다음 번 여행 우를 대비해 주유는 주중에 하는 것이 좋다. 등의 수준 높고 아름다운 기념품들을 만날 수 있다. 타는 다이버들의 천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다이빙 포 지 몰타다. 12 13 음식을 담은 인문학 Another life 인류를 구원한 천혜의 식품 글. 에스더(푸드 칼럼니스트) 감자 오래전 안데스산맥의 땅 밑에 숨어 있던 감자가 유럽을 거쳐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세상 곳곳에 전해지기까지 우여곡절 이 많았다. 오해와 편견의 세월도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우 리 곁에 와 있다. 정직한 뿌리를 내리고 순박한 꿈을 안은 채. 점심 무렵, 서울 도심 복판의 한 카레집을 찾았다. 북적이는 테이블 사이로 단정하게 세팅된 카레 한 접시가 내 앞에 놓인 다. 진노랑색의 카레 소스 아래 큼직하게 썰어놓은 감자 한 무 더기가 눈길을 끈다.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감자를 반으로 가 르니 감자의 흰 속살 위로 뽀얀 김이 올라온다. 감자 위에 카 레 소스를 풍성하게 얹어 한 입 맛본다. 알싸한 카레 향에 부 드러운 감자의 담백함이 입안에 감긴다. 카레를 먹으러 간 것인지 그보다 풍성했던 감자를 먹으러 간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날 감자의 맛은 그 어느 날 보다 특별했다. 싱겁지도 달지도 짜지도 않은 담담한 중용의 맛을 지닌 감자는 그래서 인류 전쟁의 발단이 되었을까. 감자 는 침묵하는데 인간은 감자를 두고 서로에게 날을 세워 세계 사를 뒤흔들었다. 14 15 신대륙에서 온 신의 혜택, 감자 독일의 작가 괴테는 ‘신대륙에서 온 것 중 악마의 저주와 신 의 혜택이 있는데 전자는 담배요, 후자는 감자’라고 했다. 서 양인들이 즐겨 먹던 감자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1832 년 독일의 구츠라프라는 선교사에 의해서다. 그러나
조선은 외국 작물은 국법으로 금하여 모조리 뽑아버렸고 이후 사람 들은 몰래 재배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학자 이규경이 저술 앙투안 오귀스텡 파르망티에 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청나라 감자를 터부시하던 귀족, 왕족들에게 감자의 중요성을 알린 이가 루 이 15세의 신하이자 학자였던 앙투안 오귀스텡 파르망티에다. 그는 사람들이 산삼을 캐기 위해 숨어들어와 감자를 몰래 식량으 감자가 영양학적으로 얼마나 우수한지를 알리는데 일생을 바쳤다. 로 경작한 것이 시초라고 전한다. 그의 노력은 결국 프랑스의 감자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감자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이다. 약 7000년 전, 페루 남부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16세기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감자의 어원은 ‘북방에 서 온 고구마’라는 뜻의 북방감저(北方甘藷)에서 유래되었 다. 감자의 영어 이름인 포테이토(Potato)의 어원도 고구마를 벗어날 수 없다. 고대 페루에서는 감자를 파파(Papa)라고 불 렀다. 감자가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파파가 파타타(Patata)로 불리게 되었다. 이렇듯 이름이 파타타로 바뀌게 된 것은 유 럽인들이 캐러비안 지역에서 가져간
바타타(Batata, 고구마) 와 비슷한 감자를 파타타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이 파타타가 지금의 포테이토란 이름으로 정착했다. 세계 전쟁에서 가치를 드러낸 감자 1789년부터 1814년까지 나폴레옹 전쟁 시절, 나폴레옹의 대부분의 전쟁이 알고 보면 잘 먹고 잘 살자고 일어난다. 식 대륙봉쇄령 여파로 많은 영국인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특히 예술 작품 속 감자 이야기 빈센트 반 고흐 ‘감자를 먹는 사람들’ 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어난 크고 작은 전쟁들은 말할 것도 빵의 재료인 밀의 가격은 전쟁이 지속될수록 천정부지로 올 전 세계인의 주식이요, 간식인 감자는 예술 속으로 들어와 없다. 랐다. 밀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영국인들은 감자로 눈을 돌렸 문화의 꽃을 피운다. 가난한 사람들을 구원하는 식품이기도 1756년부터 1763년까지 프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전쟁은 ‘감 다. 당시 영국인들은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전쟁 했던 감자는 특히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 밀 들에게 감자의 중요성을 알린 이가 바로 프랑스의 감자 전도 자 전쟁’으로 유명하다. 당시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을 겪으면서 가격이 싸고 영양가도 높은 감자를 받아들이기 레의 ‘감자
심는 사람들’, ‘만종’, 앨런의 ‘감자 줍는 사람들’에 사, 루이 15세의 신하이자 학자였던 앙투안 오귀스텡 파르망 감자의 효용 가치를 알고 농가마다 감자를 심게 했고, 자신 시작했다. 이때부터 감자가 영국의 주요 주식으로 자리 잡게 서 그 빛을 발한다. 구황작물인 감자는 국내 작품에도 시대 티에(Antonic Augustine Permentire)다. 그는 감자가 영양학적 도 감자를 주식으로 삼는 등 감자 생산을 장려했다. 식량난 되었다.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동인의 소설 <감자>, 권태웅 으로 얼마나 우수한지를 알리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의 노 을 극복하여 부국강병을 꾀하려는 노력이었다. 그는 7년 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2차 대전 때도 감자는 귀중한 전쟁 의 동요 ‘감자꽃’ 등이 대표적이며 안수길의 장편소설 <북간 력은 결국 프랑스의 감자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고, 그의 쟁에서 식량 부족과 오스트리아군의 군사력에 밀려 지구전 식량 역할을 했다. 미국 병사들은 독일 병사들의 식량원이었 도>에도 감자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이나 동요에서 감자는 이름을 딴 프랑스 대표 음식 ‘파르망티에’로 그는 음식 예술 으로 대처했다. 끈질기게 버텼지만
프러시아의 상황은 최악 던 감자밭을 습격해 초토화하는 작전으로 전쟁을 빨리 끝낼 일제강점기의 비참한 조선 민중의 생활상과 함께 조국 독립 사에 남게 된다. 감자의 아름다운 푸른 꽃은 프랑스 마리 앙 이라 할 만큼 불리했다. 하지만 적의 주요 식량인 감자를 차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독일의 패망 원인 중 하 에 대한 염원으로 그려진다. 투와네트 왕비가 머리 장식용으로 애용했다. 땅속의 사과, 단해 병사들을 굶주리게 하는 작전으로 기적적으로 승리할 나가 감자라고 주장했다. 감자 요리를 예술로 바꾼 프랑스에도 한때 감자를 그저 서 감자 한 알의 숨어 있는 힘은 이렇게 역사를 재조명하고 인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군은 식량이 떨어져 더 이상 전쟁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중요한 식 민들이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천한 음식이라 류를 구원했으며 지금도 우리 식탁에서 담백하고 깊이 있는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전쟁을 포기했다. 량 가치와 전쟁 속에서 감자가 핵(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고 치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감자를 터부시하던 귀족, 왕족 맛을 뽐내고 있다. 16 17 생활 속 과학 낙엽 지는 데도 Another
life 과학적 순서가 있다!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다. 여름 내내 나뭇가지를 꼭 붙잡고 있던 조막손을 놓고 바닥에 수북이 쌓여 밟는 이들에게 자 연의 소리를 전하는 낙엽은 마구잡이로 그냥 쏟아지는 것 이 아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에도 철저히 준비된 순서 가 있다는데, 그 이유가 뭘까. 글.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나뭇잎 떨어뜨리기 전, 잎의 양분 줄기로 옮겨놔 낙엽, 그것은 ‘스스로 버림으로써 얻는’ 나무들의 생존 전 략이다. 동물은 살아가기 위한 양분을 식물이나 다른 동물 에게서 얻고, 필요 없는 것은 몸 밖으로 배설한다. 그런데 식물은 자신이 살기 위해 필요한 양분을 만드는 부분이 노 화해서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으면 몸 자체를 버린다. 낙 엽이 지는 순서는 이렇다. 가장 먼저 돋아난 나뭇잎이 가장 오래 붙 어 있고, 가장 늦게 돋아난 나뭇잎이 가장 먼저 떨어진다. 줄기의 안 엽이나 마른 가지는 사실 식물의 배설작용으로 버려지는 쪽부터 엽이 지기 시작해 나무 꼭대기의 잎이 마지막까지 남는다. 것과 같다. 나무는 잎에 있는 엽록소를 통해 흡수한 빛에너지,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뿌리를 통해 흡수한 물과 반응해 생명 활동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만든다. 이를 ‘광합성’ 에서는 광합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증산작용으로 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나무의 잎과 줄기, 뿌리 중에 양분 인한 물 손실, 열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가장 많은 곳은 잎이다. 특히 활엽수의 경우 넓은 잎이 엄청난 양의 수분을 증발시 봄부터 가을까지 광합성 작용으로 만든 양분은 잎맥을 통 킨다. 어느 한계를 지나면 나뭇잎을 통해 잃어버리는 수분 해 식물의 모든 부위에 전달한다. 이런 영양 만점의 잎이 으로 더는 몸체를 지탱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식물은 몸 그대로 떨어져나가면 에너지 손실이 매우 크다. 그래서 나 체의 수분을 보존하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잎을 떨어뜨 뭇잎을 떨어뜨리기에 앞서 잎에 있는 양분(질소, 칼륨, 인) 린다. 그 첫 작업이 바로 나뭇잎과 가지를 잇는 잎자루에 의 50%를 줄기로 이동시켜놓는 작업이 먼저 이뤄진다. 이 코르크처럼 단단한 떨켜를 만드는 것이다. 작업이 낙엽 지는 순서의 첫 단계다. 떨켜가 만들어지면 기공이 닫힌다. 그러면 잎으로 드나들 다음 단계는 잎자루에 ‘떨켜(세포층)’를 만드는 일이다. 기온 던 양분과 수분이 공급되지 못하고, 엽록소의 합성도 멈추 이 더욱 내려가면 기후가
건조해져 뿌리를 통해 빨아들이 며 파괴된다. 이로써 생명 활동을 멈춘 잎이 줄기로부터 떨 는 수분이 감소한다. 그러나 잎을 통해 발산하는 수분의 양 어질 준비를 끝낸다. 이때 비를 맞거나 바람이 조금만 불어 에는 큰 변화가 없어서 빨아들이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것이 도, 또는 사람이나 동물들이 스치기만 해도 마른 나뭇잎은 점차 많아진다. 더구나 가을이 되면 빛의 양이 줄어들어 잎 줄기에 붙어 있을 힘조차 없어 떨어진다. 이것이 낙엽이다. 18 19 Another 가을철 기온이 내려가면 잎의 엽록소 파괴가 심해져 녹색이 줄어들고, 잎 속에 숨어 있던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드러나 노란색과 주황색 단풍을 연출한다. 낙엽은 겨울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자 지혜 색이 줄어들고, 잎 속에 숨어 있던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 식물은 추위를 이기는 전략으로 크게 두 가지를 선택한다. 이드 색소가 드러나 노란색과 주황색 단풍을 연출한다. 하나는 추운 날씨에 잎을 가지고 있으면 에너지가 소비되 이는 엽록소와 결합되어 있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 기 때문에 잎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둘째는 따뜻한 봄이 해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미노산이 떨켜로 인해 이 되면 가장 먼저
많이 광합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잎을 떨 동하지 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