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정신 2023 봄호 통권83 시 와 정 신 2 시와 정신 편집위원_송기한, 김홍진, 이은하, 곽명숙 편집인 겸 주간_김완하 편집장_변선우 편집차장_김규나 계간지_제22권 제1호 2023 봄호 통권83 | 우 | 리 | 시 | 대 | 의 | 시 | 정 | 신 | 7 4 | |푸른 도화선 속에 꽃을 몰아가는 힘 윤형근 _54 | 김승희 시의‘소수(minority)’ 형상화 양상 변선우 _14 | 그로테스크 시학의 시적 형상화 구지혜 _43 | 머리말 |『시와정신』 통권 83호를 내며 _8 차 례 3 시와정신회 회장_노금선 편집_고명자, 김소원, 김지숙, 성은주, 이정희, 정우석 홍보·기획_ 구지혜, 김나원, 박광영, 박종영, 오영미, 원양희 펴낸곳 _시와정신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전로1019번길 28-7, 2층 (우 34445) 전화 042-320-7845 전송 0507-075-2874 홈페이지 siwajeongsin.com 이메일 siwajeongsin@hanmail.net ► 신작시 노년의 뜰 29 외 4편 _174 ■ 이 / 계 / 절 / 의 / 시 / 인 _허영자 詩人 ►► 자연을 닮은 무구한 언어 _박진희 _180 ● 새로운 시인을 찾아서 신작시 |
무성산茂盛山 외 4편 _이길섭 _192 _이길섭의 시작노트 무성산을 노래하는 시인 _197 시 와 정 신 4 강신애_ 자줏빛 손 _64 66_ 다정한 삼각관계_ 강희안 고수유_ 여름에서 여름으로 이사 오다 _67 70_ 점성술_ 고영민 구봉완_ 신의 뜨락 _ 71 73_ 월요일_ 권 박 김연숙_ A Late Quartet _76 78_ 빗금으로부터_ 김지윤 김학중_ 사물의 사건 _80 82_ 사과를 놓친 속도들_ 박해람 오주리_ 2월 _88 89_ 오래된 길_ 유환숙 이영식_ 시비詩碑 _90 91_ 겨울나무처럼_ 이진숙 박홍점_ 마루 데려 가, 3811 _84 86_ 몽 夢-꿈_ 안채영 문학사상 출신 신작특집 차 례 5 장 욱_ 물방울 _96 97_ 그믐의 자서전_ 정기석 최백규_ 나는 네가 누군가…_105 106_ 눈_ 하상만 한석호_ 고구마란 말은 _108 110_ 순간_ 한용국 홍영철_ 그때는 _112 정 온_ 회향 _102 104_ 하수오 덩굴이 감나무를…_ 정이랑 이태관_ 연근 조림 _92 94_ 뒷길이 환하다_ 임경묵 시 와 정 신 6 정끝별_ 이중섭의 를 보면 외 _116 120_ 농욕農慾 외_ 박금리 권득용_ 겨울강 외 _123 125_ 태양이
떴다 외_ 반연희 김미정_ 스무 살 일기장 외 _ 127 129_ 꽃향유 별곡 외_ 이제인 김 안_ 카스토르 외 _132 134_ 파도의 중얼거림 외_ 박시영 박선우_ 우봉 조희룡의 홍매화 외 _138 142_ 오래된 버릇 외_ 조승래 황은경_ 저격수 1 외 _151 154_ 모놀로그 몸짓 외_ 김주희 송병옥_ 가시제거연구소 외 _157 161_ 숨바꼭질 외_ 전명옥 김보나_ 손 없는 날 외 _165 168_ 홈커밍데이 외_ 홍기선 허문태_ 환하다 외 _144 147_ 긴급수배―보리밥 먹고… 외_ 김남권 새봄시단 차 례 7 제41회 시와정신 신인상 발표 ■ 시 당선 박희준 | 나는 자주 역을 지나쳤다 외 4편 _200 ● 당선소감 ● 심사평 이윤지 | 하품 외 4편 _211 포에세이 Poessay Poessay 티켓 없는 여행 _황성주 _225 계 | 간 | 비 | 평 운명이 갇히는 곳, 혹은 그 초월하는 공간 _송기한_230 시 와 정 신 8 허공의 벼랑을 타고 날아간 새를 보고 시를 썼던 적이 있다. 여름이 지나 갈 즈음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몇 줄기 다년간 후 내 연구실 창밖의 허공은 한결 팽팽하고도 투명해졌다. 어느 사이엔가 창밖의 미루나무에서 울던
매 미들이 다 떠나고 나뭇잎들은 고집하던 초록을 벗어 내려놓고 잠시 저만치 사라져간 지난 계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로는 한결 희끗희끗하게 허공이 스미어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허공도 깊어진 사색의 빛을 띠면서 스스로 더 깊이 고여 있었다. 그렇게. 지난 시간동안 연구실 창밖의 나무들에서는 매미가 몹시도 모지 락스럽게 울었다. 나뭇잎들은 또한 태양의 강렬한 화살을 받아들이면서 스 스로를 견디기에만도 여념이 없었다. 창밖으로 올려다보면 숨 가쁜 허공이 찐득한 열기를 머금고 가득히 차 있었다. 그것은 어떤 카오스와도 같은 것 처럼 다가왔다. 그 아래서 나는 연구실 공간에 나를 가두고 여름 내내 시와 싸우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는 쉽게 찾아와 주지를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 머리말 | 시와정신 통권 83호를 내며 봄 호 를 펴 내 면 서 9 더 자주 허공을 올려다보며 시상을 가다듬곤 하였다. 내가 오랜 동안을 올려다보았던 허공. 그때마다 허공은 더 풍요롭게 팽창 하고 내 안의 언어들은 메마른 바닥을 보인 채, 고통의 한복판으로 끊임없 이 자맥질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하기를 여러 번, 어쩌다가 시가 나를 찾아와 주기도 하였다. 그러한
여름 방학 몇 번을 거치고서야 나는 나의 네 번째 시집『허공이 키우는 나무』를 펴냈던 것이다. 실로 어렵게, 어렵게 지 어 얻어낸 소출인 셈이었다. 그렇게 하여서 나는 나를 임상실험이나 하듯이 시를 써보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허공과 대면하면서 보냈던 3년이 지나서야 시를 모아 시집 한 권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1년의 시간을 온통 창작에 쏟아 부어 시를 쓰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이다. 대학교수로서의 연구년이 그 기회인 것 인데, 연구년의 시간을 통해서 1년동안 창작을 경험해보면 나는 어느 정도 시인의 상황과 여건을 염두에 두고 창작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게 될 것이 라고 생각했다. 나의 시창작에 대한 임상실험 프로젝트의 결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그래도 시를 쓰기에 유리한 여건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학기 중에는 강의와 연구를 병행해야 하고 논리를 앞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창작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상상력과 감수성을 집 중하여 동원해야 하는 창작이니 학기 중의 분주함 속에서는 본격적으로 시 를 쓰기가 어렵고 그러한 상황이 비워진 뒤에야 시가 씌어진 것이다. 그래 서 6월 중순에 방학이 되어도 밀린 일과 성적처리를 하고
나면 7월 중순이 나 되어 겨우 시가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시에 물이 오를 즈음에는 다시 개강이 다가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시쓰기는 시지프스가 바위 를 굴려 올리기와도 같은 셈이었다. 한여름에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그것은 절대로 여유로운 공간만이 아 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절망이나 공포와도 같은 것이었다. 숨 가쁜 땡볕을 피 해 연구실에 나를 가두고 대면하는 허공은 그야말로‘허공의 벼랑’이었다. 그것은 올려다볼수록 미끄러져 내리고 미끄러져 내리면서 어떤 막막함으로 시 와 정 신10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나태와 권태를 다잡아 세우며 시를 향한 몰 입, 열정, 집념으로 언어의 궁핍을 돌파해나가려고 몸부림쳤다. 그 결과에 의해서 어느 정도 시간을 지나서야 하나의 시상이 잡히기도 하였다. 그때 문득 올려다보았던 허공으로 한 떼의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 리고 그 새들은 얼마간의 거리에서 작은 점으로 보이다 점점 더 작아져서 는 끝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때 나는 새들은 사라진 것이 아 니라, 그것들이 허공의 벼랑을 타고 날아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거기에 서 나의 시「허공이 키우는 나무」는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다른 시들도 마치 알의 껍질을 벗고 태어나는 새끼 새들처럼 허공의 껍질을 깨고 태어났던 것이다. 2023년 봄이 오고 있는 연구실 창밖으로 올려다보는 허공에는 또 하나의 짙은 빛으로 심연이 드리워지고 있다. 그것은 지상으로 쏟아지는 것이 아 니라 허공 속으로 빨려 올라가면서 깊어지는 것이었다. 허공에 난 벼랑을 타고 떠났던 새들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기별도 없었다. 아마 그 새들은 내 시 속에서나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 새 들을 내 시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시를 쓰지 않을 수 없 는 것이다. 새들의 가슴을 밟고 / 나뭇잎은 진다 허공의 벼랑을 타고 / 새들이 날아간 후, 또 하나의 허공이 열리고 / 그 곳을 따라서 / 나뭇잎은 날아간다 허공을 열어보니 / 나뭇잎이 쌓여 있다 새들이 날아간 쪽으로 / 나뭇가지는, / 창을 연다 봄 호 를 펴 내 면 서11 _ 「허공이 키우는 나무」전문 이 세상에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떠나가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 았던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얻은 답은 바로 허공이었다. 그래서 허공이라는 말이 내게 주는 뉘앙스는 색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비어 있지만 가득 찬
것 이고, 가득 차 있지만 비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시적 상상력의 원천과 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내 의식 세계의 한 귀퉁이에는 허공이 있고 그것 은 한없는 깊이로 이 지상의 아름다움을 빨아올리는 것이다. 그곳에는 언제 나 허공이 키우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것은 가지마다 짙은 이파리를 매달고, 새들이 날아와 그 나뭇가지에서 쉬지 않고 노래하는 것이다. 그러다 나뭇가지에서 들리던 새들의 노랫소리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만 다. 내가 그 곳을 내다보면 나뭇잎들은 모두 떠나고 없었던 것이다. 그것들 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내 의식 속의 허공을 파헤쳐 보았다. 그렇게 허공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나뭇잎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허공을 살펴보 면 새들이 날아간 쪽으로 나뭇가지들은 창 하나씩을 열어놓고 있었다. 언젠가는 다시 그 창안에서 이파리들이 걸어 나올 것이고, 그 창안으로 새들은 다시 걸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나의 시는 끊임없이 끊임없이 태 어날 것이다. 계간지『시와정신』 편집인 겸 주간 김완하 정기구독 및 후원 ^운영위원 모집 안내 『시와정신』은 새로운 시정신의 모색과 열린 세계를 지향합니다. 또한 문학의 저변 확대를 통해 이 땅의
문화적 르네상스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금강’의 유장하고도 도도한 흐름이『시와정신』에 깃들일 수 있도록 시와 예술을 사랑하는 많 은 분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정기구독 1년 : 40,000원 / 2년 : 70,000원 / 3년 : 100,000원 ■ 후원회원 500,000원 이상 ■ 운영위원 1,000,000원 이상 ■ 정기구독 신청 및 후원금 접수 방법 국민은행 계좌 478101-04-064035(김창완)으로 입금 후 편집부로 전화(042-320-7845)를 주시거나 이메일(siwajeongsin@hanmil.net)을 통해 성함,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시기 바 랍니다. ■ 잡지 개별 구입 방법 개별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가까운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하실 수 있습 니다. 시와정신사 34445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전로1019번길 28-7, 2층 전화 | (042) 320-7841 / 010-8470-7726 / 010-9613-1010 전송 | 0507-075-2874 www.siwajeongsin.com | E-mail : siwajeongsin@hanmil.net 우리 시대의 시정신 _74 그로테스크 시학의 시적
형상화 _ 구지혜 푸른 도화선 속에 꽃을 몰아가는 힘 _ 윤형근 김승희 시의‘소수(minority)’ 형상화 양상 _ 변선우 시 와 정 신14 김승희 시의‘소수(minority)’ 형상화 양상*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에 나타난 색채 이미지를 중심으로 _ 변선우 Ⅰ. 서론 김승희1) 는 그의 등단 이후, 꾸준하게 논의되고 있는 시인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불의 여인’,‘초현실주의 무당’,‘언어의 테러리스트’,‘늑대와 함 께 달리는 여인’ 등” 따라“붙는 수식어는 꽤나 과격”한데, 이것은“그녀의 시 와 삶이 얼마나 열렬한 것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2) 해주는 평가이며,“특 정 시기나 경향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면모를”3) 확인하도록 추동하는 내 용이다. 나아가“일상의 현실과 물질 문명의 세계에 대한 비판을 향한 지적 인 탐구”와“서정의 세계나 페미니즘적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실 * 이 논문은 학술지『비평문학』 제85호(2022. 9)에 수록된 것을 허락받아 재수록하는 것이다. 1) 김승희는 1973년《경향신문》신춘문예를 통해 시단에 등장하였다. 1994년《동아일보》신춘문 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시집『태양미사』(1979),『왼손을 위한 협주곡』(1983),『미완성 을 위한 연가』(1987),『달걀 속의 생』(1989),『어떻게 밖으로 나갈까』(1991),『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 움』(1995),『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2000),『냄비는 둥둥』(2006),『희망이 외롭다』(2012),『도미 는 도마 위에서』(2017),『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2021) 등이 있고, 다수의 소설집, 산문집, 평론집, 연구서를 출판하였다. 소월시문학상(1992), 고정희상(200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2006), 한국서정시문학상(2018), 청마문학상(2021), 만해문학상(2021) 등을 수상하였다. 2) 이혜원,『자유를 향한 자유의 시학-김승희론』, 소명출판, 2012, 15쪽. 3) 위의 책, 24쪽. 우리 시대의 시정신 _ 74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15 과 문명에 대한 강렬한 비판을 시도하고 제도와 인습으로부터 탈출을 시도 하는 모험을 감행해 왔”4) 다는 평가에도 호응하는 바이다. 이는 김승희가 꾸 준하게 표시해온“자유로운 예술혼”5) 과 역동적인 시 의식을 설명해준다. 근 래의 연구 경향을 살피더라도, 그의
시는‘여성’,‘소외’,‘언어’ 등의 다 양한 키워드6) 를 통해 지속하여 논의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최근까지 활 발하게 고찰되는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근작 시집『단무지와 베이컨의 진 실한 사람』(창비, 2021)을 포함한 연구는 아직 없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해당 시집에 관해서는 몇 편의 평론7) 만 제출되었을 뿐이다. 본 논문은 그동안의 문학 적 성과의 자장 안에 놓일 수 있는『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을 면밀하 게 살핌으로써, 향후에 지속될‘김승희 시 연구’에 참조가 될 연구를 이루 고자 한다.8) 특히 해당 시집에는‘소수’적인 존재들이 오롯하게 형상화되고 있어서, 주목은 필히 요청되는 것이다.‘소수’의 성질은‘다수성’과의 대비 를 통해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어 보인다.“다수성은 항상적인 것, 권력을 장 악한 것, 척도의 위치를 차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성에 입각하여 설 정한 근대 다수자는 바로‘백인-남자-어른-이성애자-본토박이-건강 인-지성인-표준어를 쓰는 사람’이며, 이들은‘유색인-여성-어린이- 동성애자-이주민-환자-무지렁이-사투리를 쓰는 사람’ 등을 배제하고 4) 네이버 지식백과『한국현대문학대사전』,“김승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 41708&docId=333268&categoryId=41737.(2022.07.14. 접속) 5) 이혜원, 앞의 책, 161쪽. 6) 근래 3년간의 연구를 살펴보더라도 학위논문에 김정아,「한국 페미니즘 시 연구: 최승자ㆍ김혜 순ㆍ김승희를 중심으로」, 원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22; 박주현,「김승희 시에 나타난 소외 양상 연구」,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9 등이 있고, 학술논문에 이대성,「김승희 시에 나타난 고통과 희열의 언어적 전략 연구」,『국제어문』 92, 국제어문학회, 2022; 이은영,「1980년대 여성시의 미학적 정치성에 관한 연구-환유의 양상을 중심으로」,『비평문학』 81, 한국비평문학회, 2021; 김영춘, 「김승 희 시에 나타난 여성주체의 자각과 여성적 글쓰기」,『열린정신 인문학연구』 20, 원광대학교 인문학연 구소, 2019; 선우은실,「김승희와 최승자 시의 모성성 연구-‘화자-아이’의 관계를 중심으로」,『사 이』 27,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 2019 등 다양하게 제출되고 있다. 7) 김상혁,「특별하지 않은 시인과 명확하지 않은 시」,『현대문학』 797,
현대문학, 2021; 성현아,「이 가 을, 당신에게 대화를 부칩니다.」,『서정시학』 31, 서정시학, 2021; 이숭원,「태양 성도(聖徒)의 행 로」,『열린시학』 26, 고요아침, 2021; 이경호,「단무지와 파충류의 역할」,『시작』 20, 천년의시작, 2021; 이지아,「시와 아이러니“단무지베이컨은 무엇이 될까”」,『쿨투라』 87, 작가, 2021; 임지훈,「진심을 전 달하는 n가지의 방식」,『현대시』 379, 한국문연, 2021 등이 있다. 8) 정과리는 첫 시집 『태양미사』에서 비롯한‘태양’의 이미지를 계승하고 변주한 맥락 안에서『단 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을 해설하고 있다. 이는 김승희 시의 거대한 서사 안에서 해당 시집을 논의할 수 있음을 방증해준다. 정과리,「태양 시인의 변전, 혹은 죽음과 神性(신성)의 동일화와 이 행」(해설), 김승희,『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창비, 2021, 171-201쪽. 시 와 정 신16 억압하는 권력과 연결된다.”9) 게다가“타자, 이방인, 마이너리티, 호모 사케르, 다 문화 같은 개념들이 문학연구의 전면에 등장한 현상”이,“‘타자’와의 일상적 마 주침이”라는“신자유주의 시대 한국문학의 성격을
규정하는‘현실’의 중핵”10) 임을 방증한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김승희가「시인의 말」에서 언급한 작 금의 시대에 만연하는 불안, 공포, 상실, 위기, 절망, 무기력 등이‘여성’,‘모 성’,‘폭력’,‘단절’,‘이방인’,‘난민’,‘노동자’,‘소녀상’,‘광주’,‘세월 호’,‘코로나19’,‘질병’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으므로‘소수’성에 기반 한 분석의 유효함을 이끌어낸다. 당대성을 추수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김 승희 시 세계를 살핌으로써, 동시대의 현대시에 관한 풍요한 고찰에도 보 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섬세한 논의를 위해서‘소수’성에 관한 다양한 사 유와 담론을 시 분석에 인용한다면, 본 논문의 당위성과 적절성은 두텁게 획 득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김승희의 시는 주요 이미지인‘토마토’,‘단무지’,‘베이컨’,‘포스트 잇’ 등을 통해서도‘소수’의 이야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색채 이미 지’를 활용해서 시의 문면에 동원하고 있다는 지점은 흥미롭다.11) 색채는 미 술, 음악, 문학에서 능동적으로 채용되는 요소이다.“색은 미처 깨닫지 못하 는 사이에 우리가 색에 품고 있는 사회 규범과 금기, 편견 등을 표현하고 전 달한다. 그리고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어
우리의 사회ㆍ문화적 환경과 태 도, 언어와 상상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12) 특히, 시 문학에서의 색채 이미 지는 감정이나 정서, 마음의 미추 등을 상징13) 하는 종요로운 표지이기도 하다.“전달하고 싶은 관념이나 실제경험 또는 상상적 체험들을 미학적으 로 그리고 호소력 있는 형태로 형상화시킬 수단”이자“해석에 도움이 되 9) 한국문학평론가협회,『인문학용어대사전』, 국학자료원, 2018, 962쪽. 10) 고봉준,「현대시에 투영된 이방인과 다문화」, 류종렬 외,『지역ㆍ주체ㆍ소수자 담론과 욕망 표 상』, 국학자료원, 2014, 152쪽. 11) 본 연구자는‘색채 이미지’를 활용한‘소수’ 형상화 방식의 특유성과 적절성을 이설야 시를 통 해 논의한 바 있다(김선우,「이설야 시의‘소수(minority)’ 형상화 방식 연구-『굴 소년들』에 나타 난 색채 이미지를 중심으로」,『한국문학이론과 비평』 96,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22). 요컨대, 김승희가‘노랑’,‘빨강’,‘하양’,‘검정’의 색채를 통해 능란하고 역동적인 시 세계를 현시한다 면, 이설야는‘하양’과‘검정’의 색채를 통해 ‘근본 비교’ 구조를 근거한 구조적인 시 세계를 고 안해낸다. 둘은‘색채
이미지’라는 동일한‘도구’를 채용하였지만, 그 결과는 판이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김승희의 시를 형상화‘양상’으로, 이설야의 시를 형상화‘방식’으로 살핀 이유이다. 12) 미셸 파스투로ㆍ도미니크 시모네,『색의 인문학』, 고봉만 역, 미술문화, 2020, 10쪽. 13) 채수영,『한국현대시의 색채의식연구』, 집문당, 1987, 13~16쪽.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17 는 중요한 장치”가“이미지”14) 라면, 이미지의 형상화를 통해 드러나는 시 인의 시정신과 미의식은 시세계의 탐구에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 컨대,“토마토의 물결, 무리 지어 흔들리는 하나의 붉은 물결”(「토마토 씨앗 을 심고서」),“단무지는 뼛속까지 노랗고 베이컨은 앞뒤로 하양 분홍 줄무 늬다”(「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너울대는 한 장의 노란 포스트 잇”(「작별의 포스트잇」)과“밥상에 하얀 포스트잇 한 장을 붙였어요”(「이름 의 포스트잇」) 등의 특정적인 묘사는 색채 이미지를 통한‘소수’의 이야기를 살피는 작업에 개연성을 북돋는다. 김승희는‘소수’적인 존재를 선회하거 나,‘소수’의 이야기에 침투하는‘색채 이미지’를 통해 그의 문학적 역량과 문학이 내장한 본령을 드러내는
것이다. 본 논문은『단무지와 베이컨의 진 실한 사람』의 작품 분석을 통해, 색채 이미지를 활용한 시형상화의 적절성을 확인함으로써 시창작 및 연구에 참조가 될 수 있도록 도모하고자 한다. Ⅱ. 색채 이미지를 활용한‘소수(minority)’의 형상화 양상 1.‘노랑’의 이미지 - 질곡과 인내, 희망과 연대 주지의 사실이듯, 색채 이미지는 인간의 내밀한 심리와 감각을 드러내 는 긴요한 창구이다. 요컨대,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는“색의 비유적, 상징적, 신비적 사용”을 논하면서,“모든 색은 제 각각 인간에게 특수한 느낌을 주며 그로써 자신의 본질을 눈과 정서를 통해 서 드러”내게 되고,“곧 색은 감각적, 정서적, 심미적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15) 고 언급한 바 있다.“색채는 괴테에게 있어서 단순한 빛의 장난이 아 니라 존재의 심층차원들 속에 있는 하나의 활동, 본질의 감각 가치들을 일깨 우는 활동”16) 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과 색채의 내밀한 상관성은, 본 논문 의 기획인 시인의 시 형상화와 색채 이미지 활용 양상 간의 관계성을 다시금 증거하면서 반추해내는 바이다.『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에는‘노
14) 김준오,『시론』, 삼지원, 2002, 168쪽. 15) 요한 볼프강 폰 괴테,『색채론』, 장희창 역, 민음사, 2003, 282쪽. 16) 가스통 바슐라르,『대지 그리그 휴식의 몽상』, 정영란 역, 문학동네, 2002, 51쪽. 시 와 정 신18 랑’과‘빨강’,‘하양’과‘검정’의 색채 이미지가 형상화의 주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요약하자면,‘노랑’의 이미지는 ① 질곡과 인내, ② 희망과 연 대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리고‘빨강’의 이미지는 ① 질곡과 인내, ② 희 생과 고통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리고‘하양’의 이미지는 ① 순수와 고 결, ② 고통과 공포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리고‘검정’의 이미지는 ① 억 압과 단절, ② 고통과 공포의 이미지로 나타난다.“색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며“복잡하고 기이”17) 한 요소인데 이로써, 김승희의 시에서 자체적이 고 능동적으로 작동하는 색채 이미지의 양상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각각의 색채 이미지는‘소수’적인 존재와 관계 맺으며 형상화 의 여러 양상을 창출하므로, 다각적이며 섬세한 고찰을 가능하게 할 것이 다.‘노랑’과‘빨강’이 다소간 조응하고‘하양’과‘검정’은 얼마간 부합 하면서 풍요하고
통일감 있는 시 세계를 보여준다. 먼저, 살피고자 하는 색채 이미지는‘노랑’이다.‘노랑’은 영원성, 태양, 권 위, 욕망, 낙천, 이상과 야망, 욕구불만, 정신분열 등을 의미하는 색채이다.18) 시에서는 ① 질곡과 인내, ② 희망과 연대의 의미를 창출하고 있다. 먼저, 질 곡과 인내의‘노랑’은 한 명의 개인, 나아가 한 명의 여성으로서 살아온 시인 의 내력과 조응한다. 시적 화자는 타자화된 세계 혹은 폭력과 억압으로 얼룩 진 세상을 주파하거나 몸소 체화하면서 지난한 시간을 형상화한다. A 소금과 식초의 쓰라림 속에 진저리를 치며 치자 물을 곱게 들여 온몸이 노란 단무지 (…중략…) 단무지는 단순 무식 지랄의 줄임말이라지 뼈도 녹인다는 소금 식초 속에 쓰라리게 절여진, 탯줄을 달고 콘크리트 바닥에 내던져져 죽은 신생아와 이 모든 버려진 것들의 비참을 끌어안고 진저리 나는 소금 식초의 사바나의 침묵 속에서 _ 「단무지는 단무지 사바나는 사바나 단무지는 사바나」부분 17) 미셸 파스투로ㆍ도미니크 시모네, 앞의 책, 10쪽 및 11쪽. 18) 박영수,『색채의 상징, 색채의 심리』, 살림, 2003, 79-81쪽.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19 B 햇빛은 손금 위로
포실포실 떨어지며 금방 노란 병아리들이 어디선가 줄지어 걸어나올 것만 같다 꽉 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