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정신 2023여름호 통권84 시 와 정 신 2 시와 정신 편집위원_송기한, 김홍진, 이은하, 곽명숙 편집인 겸 주간_김완하 편집장_변선우 편집차장_김규나 계간지_제22권 제2호 2023여름호 통권84 | 우 | 리 | 시 | 대 | 의 | 시 | 정 | 신 | 7 5 | |경험과 기억, 그리고 상상과 사유 김옥성 _46 | 문태준『맨발』에 나타난‘동물’ 표상 연구 변선우 _14 | 인공지능 시대의 시 쓰기의 고유성 김윤정 _35 | 머리말 | 한국문학의 세계화_7 차 례 3 시와정신회 회장_노금선 편집_고명자, 김소원, 김지숙, 성은주, 이정희, 정우석 홍보·기획_ 구지혜, 김나원, 박광영, 박종영, 오영미, 원양희 펴낸곳 _시와정신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전로1019번길 28-7, 2층 (우 34445) 전화 042-320-7845 전송 0507-075-2874 홈페이지 siwajeongsin.com 이메일 siwajeongsin@hanmail.net ► 노금선 신작시 봄꽃이 걸어옵니다 외 4편 _136 ■ 이 / 계 / 절 / 의 / 시 / 인 ■ 제4회 시와정신 해외문학상 _노금선 詩人 ►►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시정신 _김교식 _146 제4회
작가상 - 김외숙 수상작 _ 경계를 넘다 _187 시와정신해외문학상 심사평 _ 205 제4회 시인상 - 유재철 수상작 _ 꽃의 일생 외 5편 _174 수상소감 _ 185 수상소감 _ 204 시 와 정 신 4 『시와정신』 84_신작시 계간지_제22권 제2호 김상환_ 벙어리와 고독한 자의 송사 외 _63 65_ 산을 오르며 외_ 전 인 김광규_ 좁은 길 외 _58 60_ 그림자의 시간 외_ 구석본 김명아_ 할머니의 기도 외 _ 67 70_ 갱생하는 로타리 외_ 김현순 김완하_ 꽃의 경계 외 _72 74_ 초과 이익 환수금 외_ 이화은 김미숙_ 수선화, 너 외 _77 80_ 간이역 외_ 양선규 심언주_ 몰두 외 _87 89_ 이삭 줍는 밤 외_ 손혁건 고 철_ 일곱 개의 행복 외 _82 85_ 혼잣말 외_ 남태식 차 례 5 『시와정신』 84_신작시 신새벽_ 말 걸지 마세요, 낯설음을… 외 _110 114_ 출산 외_ 이현지 최은수_ 휴일 기호 외 _116 119_ 아들의 가방을 메고 외_ 김도경 김현경_ 메꽃 한 송이 외 _121 125_ 꽃의 묵언 외_ 손은주 이동호_ 틱 외 _129 노수승_ 그 해 여름 외 _97 100_ 왕십리 외_ 양소은 조영숙_ 옹이 외
_92 94_ 달항아리 외_ 박재홍 정우석_ 한낮 1 외 _104 106_ 달 외_ 김공호 시 와 정 신 6 포에세이 Poessay Poessay 깃발 _황성주 _214 우표 편애 _현택훈 _210 계 | 간 | 비 | 평 꽃과 초록이 부르는 그리움의 시학 _송기한_220 ● 새로운 시인을 찾아서 신작시 | 강신무 외 4편 _김재현 _158 _김재현의 시작노트 빛이 시드는 오후 _169 여 름 호 를 펴 내 면 서 7 | 머리말 | 한국문학의 세계화 1 21세기가 시작된 뒤에도 20세기 삶의 문제들은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우리 삶의 시간은 하나의 단위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이 곧 우리 삶의 질적인 발전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 리는 그러한 한계 앞에서라도 21세기 한국의 미래와 문학의 내일, 그리고 한 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일은 먼 저 한국문학이 처해 있던 상황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계와 문제점을 동시에 살피고, 그 가운데서 가능성의 발견을 통해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한국문학의 전개 양상은 현실과의 치열한 대결과 화해의 변증법 으로 살필 수 있다. 문학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과 사회성이 전면으로 부각 되고 초역사성이나 자율성의 측면이 약화되며 문학의 사회적 기능의 국면 이 시대와의 긴장과 이완을 따라서 대결하고 화해하는 과정으로 긴박하게 시 와 정 신 8 진행되어 온 것이다. 그간의 한국문학은 분단의 장벽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뛰어넘지 못한 한 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먼저 한국문학은 일제강점기를 통한 민족감정의 분 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8·15 해방 이후의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 6·25 한국전쟁과 독재정치로부터 비롯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촉발되는 역사변혁의 에너지가 20세기 후반까지 강하게 지배해왔다. 그 가운데서 문학이 견지해야 할 사회성과 역사성에 대한 인식에서는 상 당한 성과를 얻고 있었지만, 그것을 초월하는 정신의 높이와 영혼의 깊이를 담아내는 데에서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2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시인 신동엽을 돌아보게 된다. 한때는 불온한 시 인으로 취급되었고, 따라서 아직도 여전히 그러한 평가에서 일정 부분은 자 유롭지 못한 그. 그러나 그의 의식세계는 한국적 상황에 대하여 철저한 이 해의 바탕을 두면서도 그것을 초월하려는 정신을 깊이 있게 간직하고 있었 다. 그의
의식세계는 세계사적 차원을 넘어서 우주적으로 확대되어가는 양 상으로 전개되었다. 무엇보다도 신동엽은 우주적 순환의 보편적 토대 위에서 인류의 역사와 사회 변화를 내다보고 있다. 그 가운데서 한반도의 문제와 1960년대의 시대 적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크게 보아 신동엽은 인류의 역사를 낙원의 상 실과 낙원 회복 의지로 파악하고 있다. 그 흐름의 단계를 원수성의 세계, 차 수성의 세계, 귀수성의 세계로 내다보면서 현실의 문제를 차수성의 세계로 이해하고 분석하였다. 신동엽은 원수성의 세계를 인류의 고향으로 인간이 대지와 밀착되어 살 던 인간의 낙원, 에덴의 동산으로 이해한다. 그것은 곧 인간과 대지의 음· 양적 밀착관계가 유지되며 반문명적, 반 이데올로기적이며 인간의 활기찬 여 름 호 를 펴 내 면 서 9 노동력이 발휘되는 세계이다. 그러나 차수성의 세계에 이르면 현대문명의 분업과 인위적인 힘에 의해 서 대지와 인간의 생명이 상실되는 단계로 나타난다. 그것은 곧 낙원 상실 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위에서 신동엽은 한반도의 문제와 1960년대 민족 의 현실을 이해하고 파악하였던 것이다. 그의 시에 그려지고 있는 민중들 의 피폐한 삶과 고통, 민족 분단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 강대국 의 약소국에 대한 지배와 전쟁 등은 곧 차수성의 산물인 것이다. 그는 우리 민족의 현실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류사 전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었 는데, 이는 신동엽이 민족의 역사와 세계사의 문제를 동심원적으로 이해했 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신동엽의 시에서 귀수성의 세계는 후천개벽과 흡사한 세계이다. 이때는 전경인全耕人이 출현하고 전경인의 역할이 필요한데, 전경인은 철인哲人과 시인이다. 곧 시인과 문학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귀수성의 세계는 이들 의 역할을 통해서 다시 원수성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 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알맹이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알맹이 정신은 우 리 민족의 정신 속에 내재하는 전통적 가치와 사상적 가치를 지닌다. 그것 은 역사의 전개 속에서도 변질되지 않는 순수 정신, 인간 정신, 민족의식으 로 드러난다. 나는 밭, 누워서 기다리고 있어요. 씨 뿌려질 때를. 하늘 나르는 구름이든 나려와 쉬이세요 씨를 뿌려 보세요. 선택하는 자유는 저한테 있습니다. 좋은 씨 받아서 좋은 神性 가꿔보고 싶으니까. 좀더 가까이, 이리 좀 와 보세요 시 와 정 신10 안 되겠어요, 당신 눈은 살기
저 사람 와 보세요 당신 눈은 우둔, 당신 입은 모략, 오랜 代를 뿌리박고 있군요. 또 와 보세요. 당신은 전쟁을 좋아하는 종자. 또 당신은, 피가 화폐냄새로 가득 차 있군요. _ 「女子의 삶」부분 다른 또 하나는 대지와 인간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의 시에서 대지는 인간의 원초적 고향으로 여성과 동일시된다. 인간은 대지에 발을 딛고 신 성한 노동으로 살아감으로써 그의 시는 대지의 생명력이 인간의 그것과 친 화와 교감을 이룸으로써 삶의 온전함과 총체성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 하나 그가 추구한 것은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생명을 지향한 것이었 다. 그가 시를 통해서 시원의 세계와 원시성을 추구한 것은 여기에서 기인 한다. 위에서 인용한 그의 시「女子의 삶」은 대지의 여성상징을 바탕으로 문명을 거부하고 원시적 생명세계를 지향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생명 사상의 토대인 것이다. 3 다시 신동엽의 문학을‘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돌아본다. 신 동엽의 현실인식은 개인의 문제로부터 민족의 문제, 그리고 인류의 문제까 지 포괄하고 있었다. 그의 시세계는 현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우주적 사고로 까지 확대되었다. 그는 민족의 역사, 현실의 문제를
포괄하는 우주적 근원 과 본질에 대한 관심과 탐구를 통해서 이 세계를 크고도 넓게 인식하는 자 여 름 호 를 펴 내 면 서11 세를 보여주었다. 그의 한국 역사와 현실에 대한 시적 형상화는 민족 현실 의 특수성 위에 굳게 서 있으면서도 인류의 보편성으로 확대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그만큼 그의 시는 풍부한 원형성에 뿌리박고 있기에 논리를 초월 하여 독자들에게 강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서 신동엽은 문학의 현실 대응의 넓이와 깊이를 획득하게 되였다. 그 결과 그의 시는 민 족 현실 문제를 예리하게 드러내면서도, 인류 구원의 문제까지를 아울러 보 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계간지『시와정신』 편집인 겸 주간 김완하 정기구독 및 후원 ^운영위원 모집 안내 『시와정신』은 새로운 시정신의 모색과 열린 세계를 지향합니다. 또한 문학의 저변 확대를 통해 이 땅의 문화적 르네상스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금강’의 유장하고도 도도한 흐름이『시와정신』에 깃들일 수 있도록 시와 예술을 사랑하는 많 은 분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정기구독 1년 : 40,000원 / 2년 : 70,000원 / 3년 : 100,000원 ■ 후원회원 5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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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수런 거리는 뒤란』(창비, 2000),『맨발』(창비, 2004),『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2008),『먼곳』(창비, 2012),『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 2015),『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학동네, 2018),『아침은 생각한다』(창비, 2022) 등, 다수의 시 해설집과 산문집을 출간 하였다. 또, 노작문학상(2004), 유심작품상(2005), 미당문학상(2005), 소월시문 학상(2006), 서정시학 작품상(2014), 애지문학상(2016), 목월문학상(2018), 정 지용문학상(2019), 박인환상(2022) 등을 수상하면서, 그의 시적 역량을 인정받 기도 하였다. 요컨대,“김소월이 말한 영혼의 소리를 듣게 만”1) 들고,“백석을 연상시키면서도 거뜬하게 백석을 넘어”2) 선다는 평가는 문태준의 특징을 가장 잘 집약해주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1) 이홍섭,「복원된‘외로운 버러지 한 마리’의 시학」,『문학사상』 403, 문학사상사, 2006, 53면. 2) 장석주,「치워라, 그늘!」,『현대시학』 463, 현대시학사, 2007, 249면. 우리 시대의 시정신 _ 75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15 문태준에 관한 연구3) 는 얼마간 진행이 된 편이다. 1990년대 이후의 시문학 이 활발한 연구가 되지 못한 측면을 헤아려보자면, 적지 않은 숫자이다. 문태 준 시 연구의 공통점은, 그의‘기존의(전통적·향토적) 서정시’적 특징을 인 정하면서 그것을 시 해석의 토대로 삼고 있다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 로, 문태준만의 서정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병호는‘서정 성’과‘객체성’ 및‘타자성’을, 류근은‘서정성(전통성)’과‘대중성(소통 지 향)’을, 여지윤은‘서정성(향토성)’과‘공간성’ 및‘사물의 개체성’을, 강민 건은‘서정성(향토성)’과‘기억’을, 강석은‘서정성’과‘타자성’ 및‘다성 성’을 연계하며 논의하고 있다. 이들의 고찰은 문태준 시의 탁월함을 증명하 고, 그의 시가 당대성과 동시대성의 다양한 화두에 수용되는 작품 세계를 보 여주고 있음을 살피므로 긴요한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을 남긴다는 사실 역 시 분명하다고 여겨진다. 요컨대, 문태준의 시가 움트고 배태된‘기존의 서 정시’의 가치를 면밀하게 살피지는 못하였다는 점,‘기존의 서정시’적 형상화 의 탁월함을 섬세하게 밝혀내지 못하였다는 점 등을 지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서정시
특유의 문법 및 원리에 천착해 들어가‘서정(시)의 세계’를 그리는 문태준 시의 적절함을 확인하였는지 미지수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이전의 논 의들이 다룬 문제·주제 의식을 포괄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문태준 시 의‘기존의 서정시’적 특징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서정시의 원리 및 서정시 특유의 형상화 방식을 문태준의 시에 적용해 살핌으로써, 그의 작품을 내밀 하게 고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김준오의 시론4) 을 적용해 논 의를 개진하고자 한다. 김준오는 서정시의 장르적 특징을“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에 있”고“여기서의 동일성이란 자아와 세계의 일체감이”5) 라고 말 한다. 따라서“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은 시의 원래의 모습이자 시인이 몽상하 고 갈망하고자 하는 고향”인데, 이를 희구하는“자아를 우리는 서정적 자아라 3) 학위 논문에는 윤병호,『문태준 시의 타자성 연구』, 아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21; 류근,『80년 대 이후 베스트셀러 시집 연구: 서정윤, 도종환, 류시화, 최영미, 기형도, 문태준』, 중앙대학교 석사 학위논문, 2010; 여지윤,『문태준 시에 나타난 공간 이미지 연구』, 대진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7 등이 있고, 학술지
논문에는 강민건,「극빈의 아름다움과 기억의 미학: 문태준과 셰이머스 히니의 향토적 서정성」,『영어영문학』 22, 미래영어영문학회, 2017; 강석,「수평적 타자성 시의 교육적 가 치: 문태준의 시를 중심으로」,『비평문학』 37, 한국비평문학회, 2010 등이 있음. 4) 김준오,『시론』(제4판), 삼지원, 2002. 5) 위의 책, 32-34면. 시 와 정 신16 부”를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역사적 자아’‘논리적 자아’‘실용적 자아’와 엄격히 구분된다.6) 즉, 이성의 정복으로 작동하는 근대적인 자아들과 다르게, 화해와 조화·합일과 수용을 희구하는 환상의 자아가 서정적 자아라 고 할 수 있다. 특히,‘서정시’를‘자아와 세계의 동일화’라고 정의하는 김준 오의 사유는, 다른 논자들과 구분되는 그만의 특유함이 스며 있다.7) 그의 시론 을 고찰한 연구를 살펴보더라도,‘동일성의 시학’을 면밀하게 점검8) 하고 있 거나‘동일성의 시학’을 밑바탕에 두고“김준오 시론의 현대성”9) ,“페르소나 문제”10) ,“몽타주 원리”11)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태준 시 연구에 서도 김준오의 시론을 참조한 논의가 없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김준
오의‘자아와 세계의 동일화’를 구현하는‘동일화의 원리’를 단일한 연구방 법으로 채택한 고찰은 아직 없다.12)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본다면, 문태준 에 관한 치밀하고 선명한 분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울러, 김준 오의 개념과 사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서정시 연구’에 한 보탬이 되는 계기적·가능적 고찰을 도모해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그렇다면, 여전하게 2020년대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2000년대의 시사를 살핌으로써 본 논의의 참조점을 마련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문태준이 활동하였던 2000년대 시사에서,‘서정시’가 갖는 위상은 독특하므로 언급 할 필요가 있겠다.“2000년대 이전까지의 서정시는 참여시 및 실험시와 대립적인 위치에 있었다.” 당시의“서정시는 다양화되고 급변하는 시대를 6) 앞의 책, 35면. 7) 김종훈은‘서정시’의 다양한 정의를‘주관성’의 변주라고 말하면서, 다음에서처럼 소개하고 있 다. 요컨대, 서정시를‘회감’(에밀 슈타이거),‘엿듣는 발화’(N 프라이),‘일원론적 언어의식’의 발 현(미하일 바흐친),‘대상적 영역과 정신적 영역의 결합과 융합’(볼프강 카이저),‘대상의 극점을 떠 나서 주체의 극점의 영역으로 이끌려 들어온
것’(캐테 함부르거),‘자기 발언’(디이터 람핑),‘세계 의 자아화’(조동일),‘자아와 세계의 동일성’(김준오) 등으로 구분해내 설명한다. 김종훈,「시와 서 정」, 고형진 외,『현대시론』, 서정시학, 2020, 87면. 8) 이찬,「김준오 시론 연구」,『우리어문연구』 24, 우리어문학회, 2005, 303-355면; 이도연,「김준 오 시론 연구」,『국어국문학』 145, 2007, 347-378면; 나민애,「金埈五 詩學에서‘同一性들’의 중층 적 意味 연구 - 저서 詩論을 중심으로」,『어문연구』 190, 305~329면 등이 있음. 9) 이승훈,「김준오 시론의 현대성」,『오늘의 문예비평』 25, 오늘의 문예비평, 1997, 103~120면. 10) 이석,「김준오 시론의 페르소나(persona) 문제 연구 - 詩論을 중심으로」,『비교한국학』 30, 국 제비교한국학회, 2014, 179~211면. 11) 이기주,「김준오·이승훈 시론에 나타난 몽타주의 원리」,『한국문예비평연구』 59, 한국현대문 예비평학회, 2018, 175~204면. 12) 김준오의‘동일화의 원리’는 저서에서 빈약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문태준의 시를 비롯한‘기존의
서정시’적 작품을 살피려는 다양한 가능성을 도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17 적극적으로 반영하거나 전위적인 위치에서 이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 나“2000년대에 들어 서정시의 성격은 상당히 변모”하였다.“과거로의 회 귀만을 추구하지 않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열린 세계 인식으로 품은 것이 다.”13) 즉, 2000년대의 서정시는 서정의 가치를 보다, 첨예하게 고민한 결과 로서 얻어진 수확물이다. 이 가운데에서 문태준은,“도시적 삶으로 인해 상 실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자 했다”14) 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분 명히 짚어야 할 것은 1990년대 이후 화두가 된 구서정과 신서정의 구분은 본 논의에서 무의미하겠다는 지점이다. 왜냐하면, 문태준의 시는‘신서정’의 부류로 맥락화되지만, 그의 시는 도리어 소월, 백석, 미당 등의 전통시의 선 배들과 계보를 이루면서 비교되기 때문이다. 요컨대,“문명 생활의 찰나찰 나에서 느끼는 현대인의 심리적, 실존적 틈을 드러내는‘신서정’”15) 의 특징 은, 문태준의 시 세계를 설명하기에 미진하다. 오히려,“자연의 보편적 정 서를 노래한‘구(舊)서정’”16) 을 보여주는 작품 역시 많기 때문이다.
2000년 대의 서정시가 변화를 겪었음은 분명하지만, 문태준이‘구서정’과‘신서 정’의 시가 형성하는 스펙트럼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따지는 것은 얼마간 어려운 일이며 무의미한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문태준은‘서정시’의 변화 의 한가운데에서도,‘기존의 서정시’적 특유성을 포기하지 않는 믿음성을 보여준 시인이다. 본 논문이‘기존의 서정시’를 극복하는 시 의식이 아니 라,‘기존의 서정시’의 특징을 얼마나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는지 고찰하고 자 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본 논문은, 문태준의 가장 유명한 시집이면서‘기존의 서정성’을 잘 드 러내고 있는 맨발을 통해 논의를 개진하고자 한다. 맨발을 선택한 이유를 조금 더 면밀하게 밝히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언급하였듯 근래 들 어‘서정시’의 효능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서정시’ 혹은‘서정(시) 의 세계’는 폭력과 갈등, 혐오의 세계에 대안으로서 제출될 가치가 있다. 비 교적 최근에 출간이 된 시집인데다, 특히나‘기존의 서정시’의 특징을 잘 13) 맹문재,「세계화의 시기(2000년~)」, 오세영 외,『한국 현대시사』, 민음사, 2007, 605면. 14) 김준오, 앞의 책, 610면. 15) 유성호,「탈냉전의
시기(1991년~2000년)」,『한국 현대시사』, 582~583면. 16) 위의 글, 582면. 시 와 정 신18 보여주고 있는 맨발은 분석 텍스트로서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둘째, 맨발은 대중적으로 성공하였다는 평가 아래서, 시집의 평가가 다소간 축소 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표제작「맨발」은“시인·평론가 등 시전 문가 100여 명이 한 해 동안 발표된 시 가운데 가장 좋은 작품으로”17) 뽑기 도 하였으며, 맨발 이후“2년 뒤에 세 번째 시집 가재미를 출간하기 전까 지 그는 다섯 개의 문학상을 받”18) 기도 하였다. 그의 시가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은 논의에 등장한 것은 맞지만, 맨발에 관한 보다 섬세한 연구는 지속하 여 요청되는 상황이다. 셋째, 2000년대의“‘탈 영토화한 벡터들(vectors of deterritotializatin; 들뢰즈와 가타리의 용어)’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문 태준의 시는 향토화한 스칼라들(scalars of localization; 들뢰즈와 가타리의 용어를 흉내내어 필자가 만들어 본 용어)의 원형으로써 기능하면서 어떤 정 서적 위안을 주고 있”19) 기 때문이다. 2000년대의 시적 경향은“일상, 개인,
욕망, 몸, 탈중심 등과 같은 미시 담론의 가치”20) 들에 천착하는‘개인’을 표 시하고, 그 개인이 구현하는 현실과의 불화가 주를 이루었다면, 문태준의 시는 그 대척점에 서서 모두를 아우르는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문태준의 시는 현실에 대한 대안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서정시의 특유성을 돌올하게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문태준의 맨발을 통해, 서정시에서의‘동일화의 원 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특히, 김준오는 시인이‘자 아와 세계의 동일화’를 추구하는 두 방법을“동화(assimilation)”와“투사 (projection)”를 통해 설명하므로, 이를 시 분석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 다.“동화란 시인이 세계를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서 그것을 내적 인격 화하는 이른바 세계의 자아화다. 다시 말하면 실제로는 자아와 갈등의 관 계에 있는 세계를 자아의 욕망, 가치관, 감정에 적합한 것으로 만들어 동 일성을 이룩하는 작용이다.”그리고 투사는“자신을 상상적으로 투사하 는 것, 곧 감정이입에 의해서 자아와 세계가 일체감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17) 이필규,「삶의 형식으로서의 향토적 기질 - 문태준 론」,『현대시문학』 14, 현대시문학,
2004, 77 면. 18) 신형철,「2000년대 한국시의 세 흐름」, 김윤식 외,『한국현대문학사』, 현대문학, 2014, 668면. 19) 이필규, 앞의 글, 28면. 20) 맹문재, 앞의 글, 596면. 우 리 시 대 의 시 정 신19 다.”“이것은 세계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방법”21) 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 화는 자아와 세계(대상)의 용해와 통합을 통해 시 세계를 형상화하고, 투 사는 자아의 세계에 대한 이입과 발견을 통해 시 세계를 형상화한다. 문 태준의 시에 나타나는 동화와 투사는 곧, 시인의 정서 작용을 나타내는 지 표라고 할 수 있으므로 주요하다. 그렇다면,‘동일화의 원리’를 통해 형 상화되는 문태준 시 세계의 유력한 표상은 무엇일까. 본 논문에서는, 문태 준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표상이지만 섬세하게 다루어지지 못한‘동 물’을 통해 논의를 개진하고자 한다.22) 문태준 시의‘동물’은 갈등과 대 립, 배제와 분별의 원리가 가동되는 현실의 세계, 타자의 세계에 적극적 으로 배치되는 가능의 세계, 서정의 세계를 표시해준다. 요컨대, 세계와 의‘동화’나 세계에의‘투사’를 보여주는‘동물’은 서정시의‘원리’를 적절하게 증거하면서, 마치 인간과
동등하거나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