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썸앤섬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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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다 가는 곳




            머물다 가는 곳




                                            박영호(자연휴양팀)


             나는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말을 별로 달갑게 생각지
            않는다. 삶 자체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지배된다
            는 암시가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숱한 우연을 만나게 되고 때
            로는 특별한 인연으로 승화되어 生의 좌표나 삶의 방식이
            바뀌게 된다.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2016년 12월 17일은 내게 운명의 날이다.
             중국여행에서 막 돌아 오자마자 때마침 고현성당 대부로
            부터 전화가 왔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서 야간경비직
            기간제근로자 모집이 있단다. 낼 모레가 마감일이니 서둘
            러서 지원서를 내어 보란다.

             인생 후반부의 색다른 경험이라 생각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싶었다. 마감 하루 전에 지
            원서를 접수하고 5일 만에 입사합격이라는 초스피드의 통

            보를 받으면서 2017년 1월 1일 자연휴양림에서 인생 2막                   신축 중인 어린이놀이터는 짚라인, 나무징검다리, 모험
            을 런칭한다.                                            놀이대, 통나무터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오픈과 동
             노자산 밑자락의 산수화 병풍에 에워싸인 듯, 거제자연                     시에 아이들에게 꿈의 동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휴양림은 부채꼴 모양의 특이한 지형에 수려한 경관을 자                      이와 연계된 네트 브릿지, 네트 어드벤처, 전망 테크 등
            랑한다. 산허리 깊게 파고 가파르게 내려오는 계곡을 따                     의 시설은 체험을 통한 스릴과 모험심을 길러줄 멋진 추

            라 좌우 양쪽에 위치한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목                     억거리로 이미 예약되어 있다.
            재문화체험관, 야영장, 놀이터 등의 시설들은 공간배치가                      숙박시설도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과감히 이루어져 산림
            최적화되어 자연과 인공의 완전한 조화를 이룬다.                         문화휴양관은 객실의 난방설비가 모두 교체되었고 벽면은

             사실 입사 당시만 해도 휴양림은 푸른 숲과 맑은 공기 외                   편백나무로 리빌드되었다.
            에 그저 구색만 갖추었을 뿐 방문객에게 어필할 만한 테                      중산막, 동백, 해송 등 대부분의 객실도 개축이 되어 더
            마가 별로 없었다.                                         욱 쾌적하고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변모하였다.
             노후화된 숙소, 무너질 듯 버티고 있는 다리, 주차장 주                    시설 하나하나가 자연과의 하모니를 이루면서 새롭게 단
            변의 퇴적토, 파손된 놀이시설 등의 보잘 것 없는 모습들                    장한 거제자연휴양림은 삼림욕장으로, 숲속 공원으로, 숙

            이 지금 내게 남은 첫인상이다.                                  박시설로서 경쟁력 있는 선진 휴양지로 확고하게 자리매
             그러나 최근 2년간 휴양림은 놀라운 변화를 가져 왔다.                    김하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개축된 교량과 넓고 평탄한 아스팔                      나는 생활시간의 40% 이상을 휴양림에서 보낸다. 주중

            트 포장의 주차장은 더 이상 장마철 계곡물의 범람을 허                     에는 격일로, 주말엔 매일 오후 다섯 시부터 익일 아침 아
            용하지 않는다. 해송산막 위쪽 200여 미터의 산책로가 새                   홉시까지 열여섯 시간을 이곳에 머물고 있다.
            로 확충되면서 산막의 접근성도 한결 용이해 졌다. 연면                      푸른 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산림욕을 즐길
            적 1,600㎡ 규모의 목재문화체험관은 조형미와 디자인이                    수 있는 것은 나만의 특권이다. 석양 노을 앞에 두고 구
            모던하고 세련되어 예술적 감흥이 절로 느껴진다.                         불구불 고갯길을 곡예 하듯 한참을 달리고 나서 휴양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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