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ebook
P. 26

앤솔러지 작품집 | 코로나지만 사우나는 하고싶어 | Team22-2                                                                                                                   희곡 | 권지애 | 떠나야 할 때




                          리를 다쳐가지고 카운터에서도 계속 서있더라고. 김군 저 친구,                                                          때수건, 잠시 울먹인다.

                          묘하게 짠한 데가 있어. (한숨) 사우나 문 닫으면 고시원 월세는


                          어떻게 낼지 걱정이네. 시험 준비만 4년째라던데 이번엔 꼭 붙었                                                         때수건  아유, 주책없게 미안하네. 막상 이렇게 정리를 시작하니, 마음이

                          으면 좋겠다.                                                                                              헛헛하고 그래. 사장도 이 악물고 버텨보려고 했지. 가업이니 더

                                                                                                                               아등바등 노력했을 거야. 요즘은 모두가 힘드니까. 그런데 이 기간

                  환풍기가 갑자기 타다닥, 소리를 내더니 멈춘다.                                                                                   이 길어지니까 정말 나도 막막하더라고. 7개월 전에, 나 아직도

                                                                                                                               정확히 기억해. 일요일이었어. 확진자가 다녀간 거야. 우주복 같은

                  때수건  에고, 저 환풍기도 꽤 오래됐지. 처음부터 저렇게 골골 대는 건 아                                                                   거 입은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와서 방역하고 일주일 내내 문 활짝

                          니었어. 처음엔 얼마나 쌩쌩 돌아가는지 한기가 돌 정도였다니까.                                                                  열어놓고 기구들 다 소독하고 난리였어, 난리. 요즘은 유난을 떨면

                          계속 물을 틀어놓는 습한 곳이다 보니까 환기가 또 중요하거든. 저                                                                 서 조심해야하는 시기잖아. 입구에서 열재고 QR체크인해도 스

                          친구들도 참 고생 많았지. 안에 있는 더러운 공기 다 마시고, 밖에                                                                스로 코로나에 걸렸다는 걸 모를 수 있는 거니까 이게 참 누굴 탓


      26                  있는 좋은 공기 들여보내고. 덕분에 나도 몸에 곰팡이 하나 안 키                                                                 해야하는 건지. 아, 그 일로 안타까운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문씨                                   27

                          우고 잘 살았잖아. …가장 오래된 친구? 음, 글쎄… 세숫대야, 의                                                                아저씨라고 우리 사우나 장기 투숙자가 있었어. 사우나 휴업기간

                          자, 물바가지… 아, 모래시계. 맞아, 저 모래시계 양반이 여기서 제                                                               끝나고 다시 문을 열었는데 통 안 보이더라고. ‘사우나를 옮겼나?’

                          일 오래됐어. 이 사우나가 지금 주인의 아버지부터 대를 이은 곳이                                                                 생각했지. 근데 며칠 더 지나고 경찰이 찾아온 거야. 역에서 (멈칫)

                          거든. 지난달에 방역한다고 다들 모였을 때 들어보니까, 아버지                                                                   문씨 아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네. 장기 투숙이라 제법 가까이

                          사장이 처음 사우나를 오픈 할 때부터 있었다고 하더라고. 그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그런지, 그 소식을 듣고 모두가 며칠은 멍

                          11년이나 됐네. 매일 그렇게 땀을 빼고 위, 아래로 돌려대는데 멀                                                                하게 지냈던 것 같아.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내다


                          미도 안 해요. …한쪽 모래가 다 떨어지면 끝나는 거잖아. 끝난 것                                                                가 그만…. 며칠 지방 가서 일하고 돈 벌어 와서 또 며칠 쉬고 그랬

                          을 되돌릴 수 있는 건 모래시계뿐이라는 생각도 드네. 모래시계                                                                   거든. 근데 일하다 허리를 크게 다쳤다고 하더라고. 무료 급식소

                          저 양반은 어디로 가게 되려나.                                                                                    도 문을 닫고 나서는 사장이 한 번씩 와서 찐계란이나 라면을 사

                                                                                                                               주곤 했는데. 우리 사장이 워낙 정이 많기도 하고 문씨 그 양반이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