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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작품집 | 코로나지만 사우나는 하고싶어 | Team22-2 희곡 | 권지애 | 떠나야 할 때
사우나비는 또 절대 안 밀리니까. 무튼 여러모로 마음이 안 좋네. 부산 직물공장에서 잔뼈가 굵은 형님이 말씀해주신 거라고.
요즘 같아선 세상에서 존재했던 이가 사라지는 일이 이렇게 흔한
일인가 싶어. 통돌이 세탁기, 탈탈탈탈탁하고 멈춘다.
세탁 완료를 알리는 소리, 삐익-
냉장고 문 닫는 소리.
때수건 사우나 한창 잘 될 때는 저 세탁기가 쉬질 못했어. 아주 그냥 하루
때수건 아이고, 이제 냉장고에 있는 음료들도 다 빼고 있네. 여탕에는 우 종일 탈탈탈탈탈탈탈탈탈탈탈탈탈.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사우
유로 마사지 하고, 탕 안에서 식혜 마시는 사람도 있다면서? 곗날 나 수건 써봤으면 알지? 까칠까칠해. 피부를 그냥 벅벅. 어떤 친구
이라고 커피 돌리는 사람도 있다던데 진짜 그래? 허, 참 재밌는 그 는 나보다 더 따갑다니까? 수건 같은 건 대량으로 싸게 들여와서
림이네. 남탕은, 어휴, 그런 건 상상도 못해. 각자도생이야. 알지? 쌓아놓고 써야 되잖아. 소모성 물품이니까. …소모성이라는 말이
때 밀러 왔으면 때만 밀고 가는 거야. 탕 안에서 음료 먹는 사람도 갑자기 목에 탁 걸리네. 어쩌면 세상에 소모성이 아닌 게 있을까?
28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씻고 나와서 평상에 앉아서 텔레비전 보다 29
가나 한마디씩 하지. 그것도 대부분 간단히 안부를 묻거나 조금 수건 탈탈 터는 소리.
낯이 익은 사이라면 정치 이야기로 넘어가긴 하지만 말이야. 사람
소리보다 텔레비전 소리가 더 큰 그 적막한 시끄러움. 그 모습을 때수건 그러고 보니까 세신사로 오랜 시간 같이 호흡을 맞춘 오선생도 생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름? 내 이름? 직물공장 기사 각이 나네. 세신이라는 게, 얼마나 육체노동인지 몰라. 허리와 팔
들이 깔깔이 원단 짜투리로 기름때를 씻는데 손톱 밑의 기름때가 의 힘으로 때를 밀어야하거든. 습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헐렁한
깨끗하게 잘 빠지는 것에서 착안했다더라고. 여러 섬유들로 실험 옷을 입지 않으면 피부가 짓무르기도 하고, 손가락하고 어깨도 안
을 해보고 개발한 게, 나, 이태리 타월이래. 이태리 가봤냐고? 이 좋고. 만날 여기저기 관절이 시리고 쑤신다고 했거든. 생각해보니
태리가 어디에 붙어 있는 거야? 아무튼 이태리식 연사기에서 직 감정노동이기도 한 것 같아. 몸이 힘들면 억지로 웃으려고 해도
물을 꼬았다고 해서 이태리 타월이라고 붙였다던데. 여러 썰이 있 쉽지가 않잖아. 내 몸도 아니고 남의 몸 각질 벗겨주는 게 뭐 얼마
긴 하더라고. 나도 뭐 여기저기 주워들은 거긴 한데 아마 맞을 거야. 나 신나는 일이겠어. 그래도 항상 웃으면서 때 밀어주고 뭉친 곳

